이근철 (캐롤라인대학교 교수)

예나 지금이나 이사를 하는 일은 매우 번거로운 일이지만, 집안 가구를 재배치하는 일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 작은 가구는 혼자서도 옮길 수 있고, 다소 큰 가구는 식구들과 함께 옮길 수 있는 일이다. 굳이 풍수 인테리어니 양택 풍수니 하는 핑계가 아니더라도 가끔 집안의 가구 등을 재배치하면 가족 모두의 생활에 활력을 줄 수 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사할 때 한번 정해진 집안 배치는 좀처럼 바꾸지 않는다.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는 것이다.

아내가 외출을 하며 남편에게, “동창회 가는데 빨간 원피스를 입을까, 파란 원피스를 입을까?”하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아무거나 입어!”라고 할 것인가? 아니면 “둘 다 좋네. 알아서 입어!”라고 할 것인가? 아니면 “빨간 원피스가 더 어울리는데!”라고 할 것인가? 어떠한 대답에도 아내는 섭섭해할 것이다. 질문을 하는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려 주지 않는다고. 그러한 아내에 대해 남편은 조금 화가 날 것이다.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질문을 했느냐?’라고.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르다. 결혼 생활을 오래 했으면 서로를 알만도 한데 그러지 못한 경우가 많다. 오랜 습관으로 인해,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알려고 하지 않은 것이다.

제선왕이 맹자에게 물었다. “덕이 어떠하면 왕노릇을 제대로 할 수 있습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백성을 보호하는 마음으로 왕노릇하면 누구도 막을 수 없습니다.” 왕이 말했다. “과인 같은 사람도 백성을 보호할 수 있겠습니까?” 맹자께서 대답했다. “가능합니다. 왕께서 왕노릇을 제대로 아니하는 것은, 하지 않는 것이지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맹자』 「양혜왕 상」편에 나오는 맹자와 제선왕과의 대화이다.

맹자는 양나라 혜왕을 통해 왕도정치를 실현해 보려다가 실망하고 제나라에 와서 선왕의 자질에 왕도정치 실현의 기대를 걸고 있었다. 제선왕은 혼종의식(종을 처음 만들었을 때 동물의 피를 발라 제사 지내는 의식)의 희생 제물에 사용하기 위한 소가 끌려가면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불쌍히 여겨 양으로 바꾸게 한 사실이 있었다. 이를 전해 들은 맹자는 제선왕의 성품에 왕도정치를 실현할 수 있는 자질이 있음을 기대했던 것이다. 소 한 마리의 생명에 대해서도 측은지심을 발휘하는 제선왕의 성품이면 백성을 불쌍히 여겨 선정을 베푸는 왕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맹자는 왕에게 말했다. “백성들은 왕을 인색한 사람으로 여길지 모르지만, 신은 왕의 마음속에 본래부터 차마 그렇게 하지 못하는 성품이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자 왕이 말했다. “그렇소. 제나라가 비록 좁고 작다고 하여도 내 어찌 소 한 마리를 아끼기야 하겠소? 그것이 벌벌 떨면서 죄 없이 사지로 나아가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었기 때문이오.” 맹자가 다시 말했다. “백성이 왕을 인색한 사람으로 여기는 것에 대해 괴이하게 생각하지 마소서. 작은 것을 가지고 큰 것과 바꾸었으니, 백성들이 어떻게 왕의 마음을 알겠습니까?” 그러자 왕은 기뻐하며 말했다. “『시경』에 이르기를, ‘타인이 가지고 있는 마음을 내가 헤아린다’ 하였으니, 선생을 두고 말한 것입니다.”

맹자는 이때다 싶어 제선왕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한다. “지금 왕의 은혜가 금수에게까지 미치지만 그 효과가 백성에게 이르지 아니하는 것은 어째서입니까? 왕께서 왕노릇을 제대로 안 하는 것은, 하지 아니하는 것이지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 왕이 왕노릇을 제대로 하는 것은 태산을 옆에 끼고 북해를 뛰어넘는 종류가 아닙니다. 왕이 왕노릇을 제대로 하는 것은 바로 나뭇가지를 꺾는 종류입니다.” 즉, 이미 왕도정치를 할 수 있는 성품을 갖추고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에서는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고 했다. 내 몸의 바른 수양이 집안을 바르게 하고 나아가 나라를 제대로 다스리고 천하를 평화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집안을 바르게 하는 일이나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나 근본 이치는 같은 것이다. 집안의 가구를 재배치하는 일이나 남편과 아내가 서로를 이해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닌데도 하지 않는 것은, 하지 아니하는 것이지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이근철박사]
[이근철박사]

 

[이근철 박사]

- 철학박사

- 캐롤라인대학교 철학과 교수

- 국민권익위 청렴연수원 청렴교육전문강사

- YCN 유림방송 교육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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