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민  변호사   2. 조합이라는 것]

-서영민 변호사

-법무법인 정암 파트너변호사(부동산, 금융)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금융투자 전공

변호사가 쓰는 칼럼이지만, 딱딱하고 어려운 법률담론보다는 친숙하고 쉬운 생활이야기를 지향합니다.

조합의 뜻을 찾아보면 신기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조합(組合)이라는 단어를 중학교 수학 과정에서 처음 접하고, 고등학교 수학 과정에서 제대로 공부한다. 수학에서 조합이란 간단히 말해서 원소를 주어진 수만큼 고르는 방법이다. 경우의 수를 따져보기 위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이를 조합론으로 발전시키면 원소들 각각의 성질과 그것들 사이의 관계를 고찰할 수 있다. 그런데 사회에 나와서 조합이라는 단어를 접하면 수학적 의미보다는 법적 의미가 더 강하게 와닿는다. 입시의 고통과 수학 포기의 상처를 떠올리고 싶지 않아서일까? 사람에 따라서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후자로 쓰이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아서일 것이다.

조합의 법적 개념은 민법 제703조에 터잡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법률 용어로서 조합이 앞서 수학적 개념의 본질인 ‘고른다’와 별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법률에서 조합이란 2인 이상의 사람들이 공동사업을 경영할 목적으로 상호 출자하기로 하는 약정이나 또는 그로써 형성된 단체를 뜻한다. 쉽게 말해서 2인 이상의 사람들이 무언가 돈벌이를 할 목적으로 서로 각자의 것을 내놓기로 약속하면 이를 계약으로도 보고 단체를 결성했다고도 보아 공히 조합이라고 일컫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본질은 사람들이 공통의 목적을 갖고 스스로 단체를 결성한다는 것인데, 이처럼 한자 표기가 같은데도 정작 본질을 공유하지 않는다는 것이 굉장히 의아하게 느껴질 수 있다.

여하튼 사회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법적 의미의 조합이라는 용어, 가령 우리 회사 내 조합이 어떻네, 조합에서 만들어 파는 물건이 어떻네 할 때는 경우의 수를 따지기 위한 고르기의 의미를 바로는 찾아볼 수 없다. 그렇지만 어떠한 형태의 조합이든 실제로 운영하다 보면, 구성원들 각각의 다양한 사정과 그들 사이의 복잡한 이해관계로 인하여 혹 완벽을 기하려면 그야말로 무한대에 가까운 경우의 수를 고려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일종의 압박감을 느끼게 될 수도 있는데, 이쯤에서 ‘2인 이상의 사람들’이라는 조합의 구성요건이 언뜻 비현실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결혼이나 친구와의 동업과 같이 단 2인으로 구성된 조합 유사의 단체를 운영함에 있어서도 우리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마련인데, 하물며 그 이상의 다수인으로 구성된 조합은 더 말해 무엇할 것인가.

정비사업에서도 지방자치단체나 지정개발자가 아닌 일반 사인이 이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토지등소유자와 같은 이해관계인들로 구성된 조합을 설립하여야 하는데, 사실 우리가 보는 절대 다수의 경우가 이러하다. 처음에는 내가 살고 있는 낡은 동네가 정비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에 다들 공감해줄 것 같아서 조합 설립을 의욕적으로 추진해보지만, 이내 무엇 하나 만만치 않음을 느끼고 냉엄한 현실을 자각하게 된다. 재개발ㆍ재건축과 같은 일반 주택정비사업의 경우에는 조합 설립 이전에 추진위원회를 반드시 구성하여야 하고 가로주택정비사업과 같은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의 경우에는 이 부분이 생략되지만, 어쨌든 조합 설립이 그 자체로서 쉽지 않은 작업이라는 것은 반상회만 한번 열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래서 실제로는 완전한 주민 자체적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비사업자, 감정평가법인, 신탁회사, 건설사와 같은 사업타당성을 전문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업체들의 도움을 초기 단계부터 어느 정도 받으면서 조합 설립을 추진하는 방식을 취하게 된다(단, 이들을 협력업체로 선정하기 위해서는 관련법령에 따라 총회 결의 및 입찰절차 등을 거쳐야 한다).

앞서 2회차 칼럼에서 언급하였던 바와 같이, 일반적으로 부동산 개발사업을 할 때 가장 간단한 방법은 돈으로 토지에 관한 권리나 권원(權原)을 사버리는 것이다. 돈이 충분하지 않으니까 그 대안으로서 지주로부터 토지사용승낙이나 동의를 받는 것이라고 흔히들 생각하는데, 이는 반만 맞고 반은 틀린 생각이다. 많은 돈을 쏟아부어서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는 사업들도 있지만, 현실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법적 규제나 사업의 성격상 승낙이나 동의를 받아야만 하는 사업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후자에 해당하는 사업들에서 지주로부터 토지사용승낙(주로 지주공동사업의 경우)이나 토지등소유자로부터 동의(주로 정비사업의 경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결국 소유권 기타 그에 준하는 권리의 보유자와 공동사업을 하기 위한 조합 내지는 그와 유사한 단체를 결성하여야 한다는 것과 별다를 바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므로, 이 대목에서 우리는 뒤이어 닥칠 조합 운영의 어려움을 다시금 상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사업이든 다양한 경우의 수를 깊이 고려하면 고려할수록, 위험을 잘 회피하거나 혹 맞닥뜨리게 되더라도 쉽게 벗어나리라 기대할 수 있는 법이다. 상술한 바와 같이 조합의 설립은 어려운 일이며 그 운영은 더더욱 그러하지만, 조합론을 탐구하는 셈치고 구성원들 각각의 성질과 그들 사이의 관계를 고찰하면서 경우의 수를 잘 따져보면 어느덧 그 妙를 깨닫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조합 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이들에게도 이따금씩 하는 이야기지만, 차라리 수학을 공부하는 과정이라고 여기면 왜 그토록 어려운지 어느 정도는 납득이 갈 것이고, 또 수학 문제와 마찬가지로 고된 풀이 끝에 반드시 해답을 찾아낼 수 있는 일임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서영민 변호사]
[서영민 변호사]

 

[서영민 변호사]

법무법인 정암 파트너변호사(부동산, 금융)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금융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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