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2장 구매 시 얻을 수 있는 그룹 ‘더보이즈’의 포토카드 개수
음반 2장 구매 시 얻을 수 있는 그룹 ‘더보이즈’의 포토카드 개수

요즘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는 ‘앨범깡’이라는 문화가 유행 중이다. 앨범깡은 쉽게 말해 ‘음반을 개봉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앨범깡이 확산된 것은 음반 구성품인 포토카드 때문이다.

음반 한 장을 구매할 때마다 한 아이돌 멤버의 얼굴이 담긴 포토카드 몇 장을 얻을 수 있다. 어떤 멤버의 포토카드가 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멤버의 포토카드가 나올 때까지 뽑기 놀이처럼 앨범깡을 계속한다.

엔터테인먼트 산업계는 앨범깡의 위력을 알기에 이를 음반 판매에 활용하고 있다. 두터운 10대와 20대 여성 팬층을 보유 중인 남자 아이돌 그룹 ‘더보이즈’는 지난달 2일부터 11일까지 ‘럭키드로우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 이벤트는 음반 발매 시기에 맞춰 음반 판매량을 높이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다.

이 이벤트에서는 음반을 한 장 구매할 때마다 미공개 포토카드 두 장을 무작위로 뽑을 수 있다. 이때 더보이즈의 인원은 총 11명이기 때문에 좋아하는 멤버의 포토카드가 나올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 그렇기 때문에 팬들은 원하는 포토카드를 뽑을 때까지 똑같은 음반을 재구매하거나 주변 사람과 포토카드를 교환하기도 한다.

럭키드로우 이벤트 외에도 음반 판매량을 높이는 다양한 마케팅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음반 판매처 역시 수익을 올리기 위해 팬 사인회 응모 기간 동안 음반 구매 개수만큼 미공개 포토카드를 제공하는 판매 기법을 활용한다. 이러한 기법을 이용해 음반 판매처와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간단히 음반 판매량을 높일 수 있게 됐다. 고객층인 팬들은 팬 사인회 응모도 하면서 미공개 포토카드까지 얻어 일석이조인 셈이다.

하지만 무엇이든 과하면 탈이 나는 법. 앨범깡이 더욱 확대되면서 문제점들이 나타났다. 새로운 활동 때마다 십수 개의 포토카드를 만든 더보이즈는 이제 한 멤버의 포토카드가 100장을 훌쩍 넘는다. 모든 멤버의 포토카드를 합하면 1,100장이 넘는다. 팬들은 이 포토카드를 모으기 위해 음반을 수없이 구매해야 한다. 10대들에게 이런 마케팅은 금전적 부담을 안겨주게 된다.

포토카드를 모으기 위해 구매한 음반은 처치도 곤란하다. 음반의 크기는 대개 책 한 권인데, 개수까지 많아지다보니 부피는 상상 그 이상이다.

더군다나 음악을 CD로 듣는 사람 역시 쉽게 찾아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포토카드를 얻기 위해 구매한 음반들은 결국 쓰레기가 된다.

더보이즈의 팬인 A씨(16세)는 “음반 한 장 값이 일 이만 원인데, 포토카드를 갖기 위해 음반을 4장 구매했다”며 “고작 4장이지만 학생 처지에서는 비싼 가격이고 음반의 크기가 커 보관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포토카드 수를 줄여야 한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회사 입장에서는 쉽게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을 포기하기 어렵다.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으로는 포토카드는 실물로 제공하되, 음반을 디지털화시켜 원하는 고객에게만 온라인으로 제공하면 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 음반 발매를 기념하기 위해 구매하는 앨범이 곧바로 ‘쓰레기’가 되는 문화. 이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아무리 높은 음반 판매량을 기록하더라도 실상 그 수는 허상일 뿐이다. 판매된 음반들이 대부분 아무런 가치도 없기 때문이다.

아이돌 팬 문화 중 하나인 앨범깡이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를 이용해 팬들에게 부담을 안겨주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얄팍한 기법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한류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며 K-POP 팬덤 크기 역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인 팬들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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