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어른에게 ‘어른다움’을 요구한다. 독자들에게 어른이 무엇일까 생각해 본 적이 있냐고 묻고싶다. 우리는 그저 만 19세가 되는 해에 성인으로서 주어지는 자유와 책임을 당연하게만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 사회는 어른에게 많은 것을 요구한다. 책임감을 가질 수 있어야 하며, 나의 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남의 기분에도 잘 맞춰줄 수 있어야 하지만 내 속마음을 털어놓을 곳은 없다. 해야할 일은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스스로 모든 것을 알아서 찾아 해야 한다. 도움을 받을 곳도 없고, 사회는 되려 도움을 요구하고 나선다.

 

며칠 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우리 사회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많은 의미를 가진다. 수능은 19년을 살아온 수험생이 앞으로 살아갈 80년의 미래를 하루 만에 좌지우지 하도록 만들어진 기반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수험생은 1년 내내 자신이 응시할 교과목을 눈 빠질새라 공부한다.

 

수능일은 ‘추운 날’의 대명사다. 수능이 끝났다는 것은 연말이 다가온다는 것을 뜻한다. 수능을 마친 수험생에게는 이제 어른이 될 순서만을 기다린다. 국가통계포털에 의하면 주민등록 상 내년에 성인이 되는 2003년 생은 51만 명에 달한다.

 

대한민국 교육 체계는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만을 12년 동안 배운다. 이들 교과목을 통해 지식을 쌓을 수는 있겠지만, 사회를 살아가는 지혜를 터득할 수는 없다. 어디에도 ‘어른으로 살아가는 법’이란 교과목은 없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자연스레 나이를 먹으면 눈치껏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

 

우리는 아무 준비도 안된 상태로 하루 아침에 성인이 된다. 결국 우리는 자유를 즐기는 행복은 잠시, 몰려오는 책임감에 지쳐만 간다. 우리는 과연 어른이 될 준비를 하고 있는가. 그들을 단순히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어른으로 살아갈 준비를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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