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아들을 돌보던 40대 가장이 지난 14일 담양군 한 주차장에서 어머니와 아들을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어머니와 아들을 차에 태워 살해하고 주차장 인근에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가족에게 ‘우울증을 겪는 어머니와 아들을 돌보는 것이 버겁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적 어려움 등의 이유로 부모가 아이를 살해 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사례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경남 김해의 한 부부가 집에서 번개탄을 피워 아이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지난해 11월에도 전북 익산시에서 빚에 시달리던 한 남성이 아내와 자녀 둘을 살해 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지만, 목숨을 건졌다.

 

 이런 사건에 대해 우리는 얼마 전까지 “동반 자살”이라고 불렀지만, 최근엔 “살해 후 자살”로 바꿔 부르고 있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사람들이 같이 행동하는 것은 동반 자살이다. 자살 의지가 없는 아이들을 자신의 죽음에 끌어들이는 것은 명백한 살인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9년 10월까지 가족을 살해한 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사건은 총 426건이다. 이 중 피해자가 자녀인 경우는 247건으로 절반이 넘는다.

 

 이 통계는 언론에 보도된 사건에 한정된다. 자녀 살해 뒤 극단적 선택은 엄연한 범죄임에도 공식 집계조차 없다. 가해자 본인도 숨진 경우 사건이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가 종결돼 범죄 통계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형법 제 250조에 의하면, 사람을 살해한 자는 최소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하지만 부모를 살해한 자는 가중처벌로 형량이 늘어나 최소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그런데 자식을 죽인 부모는 가중처벌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정상참작으로 감형까지 받는 경우가 많다. 정상참작이 되는 이유에는 우울증, 심신미약, 경제적 어려움 등이 해당된다.

 

 울산지방법원 형사 11부 박주영 판사는 자폐성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를 살해 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어머니의 사건에 침통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는 판결문에 ‘아이의 생명을 앗아간 이런 참혹한 범죄를 두고 참작할만한 사정이 될 수 있는 그 어떤 고통도, 그 어떤 변명의 존재도 단호하게 부정한다. 자기 자식의 목숨을 앗아가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는 범죄인 동시에 반자연적 행위다.’라고 토로했다.

 

 자폐성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던 아이가 엄마의 손에 죽기 전 마지막으로 들은 말은 “약 먹어라, 문 꼭 닫아라, 자자, 좋은 곳으로 같이 가자”였다. 인천시의 또 다른 아이는 죽기 싫다고 울며 애원하다 끝내 엄마의 손에 의해 창문 밖으로 던져졌다. 누리꾼들은 끊이지 않는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에 대해 “부모란 사람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나, 아이들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아이들이 무슨 죄냐?”라며 안타까워하는 반응들을 보였다.

 

 부모는 아이의 삶을 ‘보호’할 책임은 져야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자식의 목숨을 거둘 수 있는 권한은 찾아볼 수 없다. 이를 위해 자녀 살해에 대해 법을 개정하고 ‘자녀 살해 후 자살’에 대한 명확한 지표를 마련하는 등 제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세계 아동 구호 비정부기구 ‘세이브 더 칠드런’은 "자녀 살해 후 자살에 대한 통계를 구축, 공표하고 위기의 가정을 찾아내 실질적인 조치를 강구하라"며 적극적인 예방을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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