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그싶쇼’ 마지막 방송 기념사진
‘보그싶쇼’ 마지막 방송 기념사진

 투발루의 사이먼 코페 외무장관이 수중 연설을 하는 영상이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회의에서 공개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는 투발루 해변에서 양복을 입고 무릎까지 잠긴 물 속에서 연설했다. 코페 장관이 이런 이색 연설을 한 이유는 기후 변화로 인해 자신의 나라인 투발루가 잠길 위기에 처한 현실을 알리기 위해서다.

 

 그는 “투발루에서 우리는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라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며 “우리는 수몰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바닷물이 항상 차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말뿐인 약속만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며 “기후 이동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우리의 내일을 지키기 위해 과감한 대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구 약 1만 2,000명의 9개 소규모 섬으로 이루어진 투발루는 하와이와 호주 사이의 남태평양 중간에 위치한 섬나라다. 투발루의 평균 해발 고도는 약 2m에 불과한데 바닷물은 매년 약 0.5cm씩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페 장관이 연설한 해변은 한때 육지였으며 9개 섬 가운데 2곳은 이미 물에 잠겼다.

 

 투발루는 이번 연설에서 섬나라가 물에 잠겨 주민들이 국경을 넘어 이동하게 되면 그 나라들은 국가로서 주권을 유지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국제사회는 몬테비데오 조약에 따라 명확한 영토가 있어야 국가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발루 외에도 몰디브 등 태평양의 섬나라들은 수몰 위기와 함께 국가 지위마저 흔들리는 처지가 됐다.

 

 투발루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가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문제를 겪고 있다. 미국 기후변화연구단체 클라이밋 센트럴은 해수면이 상승하면 가장 위험한 나라로 중국,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를 꼽았다.

 

 대한민국도 기후변화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20개 나라에 포함됐다. 국제 환경보호 단체 그린피스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우리 땅의 최소 5%가 침수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그린피스는 해수면 상승으로 물에 잠길 우리나라의 대표 도시로 부산, 고양, 화성 등을 꼽았다.

 

 지구온난화 문제는 더 이상 미래가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 이 사태가 지속되면 우리나라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난민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바다와 맞닿은 부산은 해수면 상승에 대비하기 위해 해상 도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이미 수중 물막이를 설치하고 있고, 미국 뉴욕도 거대한 섬을 따라 방호벽을 둘러치는 대규모 토목공사를 시작했다.

 

 이번 COP26에서는 기후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글래스고 기후 조약”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첫 합의문에는 석탄 발전을 ‘중단’한다는 문구가 실렸다. 하지만 석탄 발전 비중이 높은 중국과 인도 등의 반대에 ‘감축’으로 용어를 완화하면서 협약의 내용이 불충분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이번 COP26을 두고 “정치인들이 미래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척 연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015년 파리 협정의 설계자로 불리는 로렌스 투비아나 COP21 당시 프랑스 기후 대사 및 특별 대표는 "총회(COP)는 현재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즉각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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