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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심’은 저의 터닝 포인트입니다.'위기'를 '기회'로
김건우 기자  |  sky129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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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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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아이들에게 무시를 당할 때마다 종이에다 그 내용을 적고 라이터로 종이를 태웠어요, 그것이 유일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탈출구였죠.”

 우울한 목소리로 자신의 어두웠던 과거 이야기를 꺼내는 자영 씨의 이 한 마디는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외톨이’의 현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물론 그는 그런 아이들에게 말 한마디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영 씨가 어떤 말을 해도 무시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도 어렸을 때부터 이런 생활을 하며 살아오진 않았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엔 부반장을 몇 번이나 역임하고, 교내외 행사에 참여해 상을 타며 친구들로부터로 인기를 쌓았다.

 그는 다른 친구들과 생활 패턴도 달랐다. 다른 친구들이 학교 수업이 끝나고 PC방이나 문방구 앞 오락기를 찾아갈 때, 그는 학원 수업을 받았다. 이렇게 마치 고등학교 수험생처럼 생활하였던 그는 중간고사, 기말고사에서 항상 좋은 성적을 유지하였다. 부모들 사이에서 그는 ‘엄친아(엄마친구아들-주로 부모들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이 되는 부모의 자녀 중 아들을 의미함)’라고 불렸고, 공부하던 중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그에게 먼저 달려가 질문하였다. 그는 이 시절을 그의 ‘전성기’라고 표현하였다.

 고등학교 배정 발표날, 그는 안타깝게도 그가 원하던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 결국 지금까지 친했던 친구들과 작별하게 되고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는 새로움에 다시 적응해야 한다는 걱정이 앞섰지만, “지금까지의 내 모습을 보여주면 친구들은 많이 사귈 수 있을 거야, 그 친구들도 대부분 처음 만나는 아이들일 텐데 뭐”라고 되뇌이며 복잡한 마음을 부여잡으며 입학식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던 입학식 날, 그는 지금까지 입었던 중학교 교복을 뒤로하고 새로운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등교에 나섰다. 설렘 반, 떨림 반. 교문 앞에서 자신의 반을 확인한 뒤 바로 옆에 있는 거울 앞에서 자신의 옷매무새를 점검하며 “다들 처음 만나 어색할 테니 내가 분위기메이커가 되어서 아이들이 서로 화목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겠다.”라는 마음을 먹고 교실 문을 열었다.

 그러나 그가 생각했던 풍경과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같은 중학교 친구들이 그대로 고등학교에 올라와 같은 반이 되었나 하는 의심이 들 만큼 교실은 시끌벅적했다. 그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 빼고 다 친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주위를 둘러본 뒤 둘째 줄에 조심스레 앉았다.

 수업 시간, 첫 시간 인만큼 담당 과목 선생님이 친구들에게 자기소개해보라며 한 명씩 호명하였다.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리던 중, 마침내 그의 차례가 돌아왔다. 그가 교탁 앞에 나설 때는 다른 친구들이 나설 때 들리던 박수 소리, 발표자를 향한 잡담 등이 들리지 않았다. 너무 떤 것이 문제였을까, 유독 그날따라 입문이 열리지 못했고, 결국 “안녕” 한마디만 한 후 자리로 돌아왔다. 그때부터 그에겐 암흑기가 찾아왔다.

 그의 반 친구들은 그와 말을 섞지 않았다. 그와 같은 반인 아이들은 그를 대놓고 폭력을 가하거나 욕설을 하는 등의 행위는 하지 않는다. 물론 심부름도 시키지 않는다. 그들은 그에게 항상 ‘무관심’으로 그를 대하였다. 그가 무엇을 물어보든 대답을 무시하거나 대충 건성으로 대답하였다. 평생 처음 겪어 보는 상황인 만큼, 그는 큰 우울감에 빠졌다.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학교 상담실도 이용해 보았지만, 근본적인 문제인 ‘친구들의 무관심’ 현상은 해결되지 않았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지나가며 그의 자신감은 온데간데없이 깔끔히 사라졌다. 우울한 학교생활을 하다보니 내신 성적과 모의고사 성적은 뚝뚝 떨어졌다. 그는 하루가 멀다하고 속으로 ‘난 이제 끝이구나, 난 이제 뭐 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만 들었고, 결국 그의 뇌는 부정적인 생각으로 지배되었다.

 어김없이 돌아온 시험 기간, 여러 가지로 복잡해진 마음을 조금이나마 정리하고자 방 청소를 하던 중 책장 틈새 사이에 숨어있던 한 일기장을 발견하였다. 자세히 보아하니, 초등학교 2~3학년쯤 학교에 제출하기 위해 매일 썼던 일기장이었다. 그날도 우울감에 빠진 상태로 학교생활을 하고 돌아온 그는 기분전환이나 할 겸 그때의 일기장을 펼쳤다. 일기장을 읽다보니 생각보다 ‘그때는 이랬었지’하고 생각하며 마치 추억여행을 하는 것 같았다. 읽다보니 재미가 들은 그는 지금까지 책장에 쌓아두었던 일기장을 모두 꺼내 한 장 한 장 읽었다. 한창 일기장을 읽던 중 하루는 그가 자신의 꿈을 적어둔 일기가 있었다. ‘저는 나중에 꼭 커서 경찰관이 될 거에요. 경찰관이 되어서 나쁜 사람들을 잡고 행복한 우리나라를 만들고 싶어요’라는 문구가 그를 붙잡았다. 이 문구를 보자만자 그는 지금까지 우울하고 삶의 의미를 잃었던 나의 모습이 갑작스레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고작 내가 반 친구들 때문에 어릴 적 내 꿈을 잠시 잊고 살았구나’ 하는 분노도 느껴졌다. 그렇게 3년 치 분량의 일기장을 모두 훑어본 그는 마음을 고쳐먹기로 하였다. “인생은 마이웨이. 나는 나대로 살자, 누구도 내가 가는 길을 막을 권리는 없다.”라는 마음을 먹으면서 말이다. 그런 방향으로 생각하니 자연스레 반 친구들에 대한 분노와 억울함, 짜증 나는 감정은 어느정도 지워지는 것 같았다.

 그다음 날부터 그는 잠시 놓고 있었던 학업에 다시 열중하였다. 그는 다른 아이들에게 무시를 받을 때마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무시하고 흉보면 어때!” “내가 내 갈 길 가겠다는데 누가 막어?!”를 스스로 되뇌었다. 물론 이렇게 되뇌어도 그의 반 아이들이 그를 무관심한 감정으로 쳐다보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문제집을 넘겼다.

◀ 그가 고등학생 시절 사용했던 문제집 중 일부 (자료제공=본인)

 노력의 결과 덕분일까, 그는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의 자신감을 다시 찾고 높은 성적을 유지하였다. 학교의 선생님들은 낮은 성적을 맞던 학생이 갑작스레 전교권 성적을 맞자 그에게 관심을 보였고, 그의 반 아이들도 그에게 먼저 말을 걸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상상할 수 없었던 고등학교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그는 이렇게 변화된 자신의 모습이 뿌듯하고 자랑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왜 이런 생각을 고등학교 생활이 절반이 지나서야 생각을 했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이에 힘입어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 꿈인 경찰관이 되기 위해 대학을 지원할 때도 학과도 모조리 ‘경찰학과’, ‘경찰행정학과’ 등의 학과를 지원하였다. 비록 1학년 시기에 낮은 성적을 받았기에 좋은 학교의 경찰 관련 학과를 지원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비록 좋은 학교에 가지 못해도 내가 하고자 하는 열정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해낼 수 있다고 그는 믿었다. 아니, 지금도 믿고 앞으로도 믿을 예정이다.

◀ 그는 오늘도 경찰이 되기 위해 경찰 전공 책을 펴고 공부한다

그는 “만약 제가 이렇게 힘든 시절을 겪지 못했다면, 저는 저 자신에게 자만해졌을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이젠 그 시절을 암흑기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제 그는 이 시기를 ‘내 삶의 터닝 포인트(전환점)를 준 시기’라고 말한다. 앞으로 그는 군 문제를 해결한 후 학교에 다시 복학하여 학업에 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경찰이 되기 위한 자격증과 경찰학교에 들어가 심화 과정 교육을 받고 꼭 경찰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비록 계획대로만 되지 않으리라는 것은 그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열정’과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갈 것임을 스스로 다짐했다.

 

김건우 기자  sky129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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