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제약사 화이자-바이오엔테크에서 만든 코로나19 백신 

 

미국 식품의약청(FDA) 자문기구가 10일 제약사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 19 백신에 대해 긴급사용승인을 권고했다. 자문기구 권고에 따라 조만간 미국에서도 백신 접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백신·생물 의약품자문위원회(VRBPAC)는 이날 8시간 넘는 심의 끝에 찬성 17명, 반대 4명, 기권 1명의 표결로 승인을 권고했다.

이는 미국이 자국민을 대상으로 접종하기 위해 필요한 검증 절차를 사실상 완료한 것이다. 다만 FDA의 승인이 이뤄지면 백신 배포가 시작되지만, 실제 접종을 하려면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문위원회가 백신을 권고할지, 누구에게 접종할지에 대해 투표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미국은 보건의료 종사자와 요양원 거주자 및 직원을 대상으로 한 접종이 먼저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상황이다. 현재 이 백신의 경우 16세 미만, 임산부, 면역손상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진행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코로나 19 백신 긴급사용을 승인한 나라는 영국과 바레인, 캐나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4개국이다.

백신은 선점하려는 각 국가들의 선 주문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 19 확산 속도가 빠른 유럽과 미국, 인도, 일본이 가장 많은 선주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다음 달부터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하는 나라도 있는데, 우리는 언제쯤 백신을 확보하고 접종을 시작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정부는 지난 8일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얀센, 모더나로부터 총 4천400만 명분 코로나 백신 물량을 확보해 내년 2~3월 백신을 투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계약’ 체결이 된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사 1천만 명분 정도를 알려졌다. 나머지 화이자나 모더나 등은 ‘확보’ 개념이다.

한국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 19 백신을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 아스트라제네카는 가격이 제일 저렴하고 유통도 편리하다. 또한 SK바이오사이언스가 지난 7월 아스트라제네카와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맺고 생산을 준비 중에 있다. 따라서 원활한 허가 및 유통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선 구매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해외에서는 생산과 공급이 늦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애드리안 힐 제너 연구소장은 9일 미국 NBC 뉴스에서 “미국 FDA가 우리의 임상시험이 종료되기를 기다린다면 내년 중반이 돼야 미국에서 백신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에 대해 미국 정부가 FDA 승인이 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보건당국이 독자적으로 국내 백신 사용을 승인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정부가 국내에서 생산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국내 우선 사용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무턱대고 사용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의 코로나 19 백신 확보가 선진국에 비해 늦어지면서 ‘백신 디바이드’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백신 디바이드란 코로나 19 시대에 백신을 충분히 확보해 빠르게 공급한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 간의 경제 격차가 극심해지리라는 것을 설명하는 용어다. 정부의 이 같은 백신 확보 추이는 해외와 비교해 더딘 편이다.

세계가 코로나 백신 접종 여부에 따라 자국 유입에 제한을 두게 되면 기업 경제 활동 등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국가 간 이동 시 ‘백신 여권’을 요구하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지면 ‘백신 여권’을 가진 국민과 못 가진 국민 간 경제 활동 범위 등이 달라질 수 있다. 이 경우 현지 가전, 반도체, 자동차, 화학 공장에 직원을 파견해야 하는 한국 기업들은 혼란을 겪게 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임상 지연과 이에 따른 승인 지연 문제에 대해 10일 정부의 입장은 “예단하지 말고 계속 지켜보라”는 것이다. 그러나 FDA 승인 지연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부도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는 분위기다.

현재 코로나 확진자가 1000명에 육박하는 3차 대유행이 시작되었다. 따라서 정부는 하루빨리 백신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접종 방안, 시기 등을 제시해야 하는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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