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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고 싶은 사람 모여! ‘늘품 영화제작팀’‘열정 가득’ ‘기회 부족’ 청소년 연합
이은수 기자  |  ees6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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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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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품 영화제작팀의 단체 사진

‘늘품 영화제작팀’은 오직 영화를 좋아한다는 하나의 공통점으로 모인 8명의 청소년들로 이루어져 있다. ‘늘품’은 ‘앞으로 좋게 발전할 가능성’이라는 뜻을 가진 순우리말이다. 또 늘 품고 싶은 영화를 제작하고 싶다는 팀원들의 목표도 담고 있다.
‘늘품’은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는’ 고등학생들의 작은 모임에서 시작됐다. ‘늘품’에 들어오기 위해 정해진 자격요건은 없다. 그저 영화를 하고 싶어하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 ‘늘품’에서 함께 배우며 성장하자는 전국 청소년의 연대 속 밝게 빛나는 청춘들의 따스함을 만나볼 수 있었다.

‘늘품’ 공동체를 만든 배상준(20)씨는 일찍이 영화감독을 꿈꾸던 학생이었다. 하지만 17살의 고등학생이던 그는 ‘어디서, 어떻게’ 영화를 제작해야 하는지 알 수 없어 막막했다. 그러던 중 국제 청소년 영상·연기캠프인 ‘딘팩(DINFAC)’을 접하게 되었다. ‘딘팩’은 세계 청소년들에게 만남의 장을 제공하기 위해 시작된 행사로 6일간 청소년들이 팀을 이루어 단편 영화를 제작한다. 캠프에 참가한 청소년들은 촬영, 편집, 연기 등의 강의를 수강하며 영상제작의 기초를 익힌다. 카메라를 비롯하여 영상제작에 필요한 모든 장비는 동아방송예술대학교에서 제공 한다. 폐막식에서는 팀별로 직접 제작한 단편 영화로 시사회를 가지며 시사회 작품들을 심사하여 시상식도 열린다.

2017년 ‘딘팩’에 참여한 배상준씨는 단편 영화 ‘관음’으로 시상식에서 장려상을 받았다. ‘딘팩’은 그에게 영화감독이라는 꿈에 확신을 갖게 해준 ‘상상이 현실이 되는 곳’이었다. 그는 ‘딘팩’에서의 일주일을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표현했다. 직접 경험을 통해 확실히 알게 된 것이다. 아산고등학교로 돌아온 그는 영화감독을 꿈꾸며 자신과 같은 답답함을 느낄 청소년들을 모아 영화제작을 경험할 수 있는 꿈의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는 개인 SNS인 인스타그램을 통해 영화인을 꿈꾸는 친구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해시태그를 타고 영화를 제작해보고 싶다며 찾아온 7명의 고등학생들이 현재 늘품 영화제작팀의 팀원들이다. ‘늘품’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 늘품 영화제작팀의 단편 영화 ‘아이(EYE/I)’

‘늘품’으로 모여 제작한 첫 단편 영화는 ‘아이(EYE/I)’다. ‘아이’에는 꿈 없이 오직 대학 진학을 목표로 살아가는 준우와 꿈을 위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예린이 등장한다. 각자 다른 삶의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같은 곳에서 살아가는 두 고등학생의 삶을 보여주며 자신의 꿈에 대해 생각할 시간과 목표의식 없이 대학 진학만을 바라보는 청소년들에게 ‘꿈’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늘품’의 첫 영화 제작 과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영화제작을 위해선 정기적으로 회의를 해야 했다. 하지만 전국에서 모인 고등학생들은 갈 곳이 없었다. ‘딘팩’에서는 촬영이 허가된 합의된 장소와 촬영에 필요한 장비가 준비된 환경이었지만 ‘늘품’은 그렇지 못했다. 팀원들은 학기 중에는 주말을 이용해 틈틈이 카페에서 회의를 이어갔다. 방학이 되면 각자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았다. 15분의 영화를 찍기 위해 꼬박 1년이 걸렸다. 그렇게 완성된 ‘아이’는 한국 독립영화 페스티벌(KIFF : Korea Indie Film Festival)에서 상영할 기회를 얻었다.

한국 독립영화 페스티벌에서 거둔 쾌거는 ‘늘품’에게 확신을 주었다. “우리 하고 싶은 거 계속하자, 그래도 될 것 같아” 시사회에 참석한 팀원들은 스크린에 상영되는 자신들의 영화를 보며 뜬구름 잡는 소리라던 어른들, 고등학생들이 모여 영화제작을 어떻게 하냐며 비웃던 친구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생각했다.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시작하며 막막할 때도 많았지만 결국 ‘하면 된다’고.

   
▲ 단편 영화 ‘탈고’ 촬영 중인 늘품 영화제작팀

이후로도 ‘늘품’은 가정폭력을 당하는 청소년 이야기를 다룬 ‘비행 소녀’와 완벽함에 강박이 있는 소설가 천오가 자신의 소설 속 주인공과 같은 모습을 한 사람을 발견하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다룬 ‘탈고’를 제작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탈고’는 최근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무산될 위기가 있었지만, 방역수칙을 지키며 무사히 촬영을 마쳤다.

‘늘품’에서 영화를 제작하며 영화감독에 대한 꿈에 확신이 생긴 배상준씨는 전문적으로 영화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동아방송예술대학교 영화예술과에 진학했다. 올해 대학생이 된 ‘늘품’ 팀원들은 점차 ‘늘품’에 소홀해져갔다. 팀원 모두가 영화 관련 학과에 진학하지 않았고, 다들 새롭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며 자연스레 ‘늘품’은 점차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게 된 것이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늘품’이 자연스레 해체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팀원들끼리 연락이 소홀해지고 더 이상 늘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게 되었을 때 내심 홀가분했다고 말했다. 동아방송예술대학교에 입학을 하고 학과생활을 하다 보니 그에겐 ‘늘품’이 아니어도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고 부담감이 없어졌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팀원들도 ‘늘품’의 해체를 원했냐고 묻자 그는 “아니었다”라고 답했다. ‘늘품’이 잠정적 해체 기간을 거치고 다시 모였을 때 팀원들은 영화예술과에 진학해 ‘늘품’에서보다 좋은 환경에서 영화를 제작할 수 있게 된 그에게 ‘늘품’ 활동을 제시하기가 어려웠다고 이야기했다.

‘늘품’에는 영화를 좋아하는 것과 별개로 취직을 생각하며 영화과의 진학을 포기한 친구도 있고, ‘늘품’에서의 경험을 통해 자신과 맞지 않다고 느낀 친구도 있으며, 부모님의 반대로 생명공학과에 진학한 친구도 있다. 영화예술과에 진학해 영화제작 경험에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된 그와 달리 ‘늘품’의 팀원들은 ‘늘품’의 해체 위기에서 다시 ‘기회 부족’ 청소년이 되었던 것이다. 잠정적 해체였던 ‘늘품’을 되살린 건 2년 전 ‘늘품’의 팀원을 구하기 위해 그가 SNS에 올린 글을 보고 배상준씨에게 연락한 한 고등학생의 메시지였다.

메시지는 영화를 너무 좋아하고 영화를 제작해보고 싶은데 어디서 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영화제작에 참여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경험을 통해 진로에 확신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며 ‘늘품’ 팀원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2년 전 자신과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회 부족’ 고등학생의 메시지를 받은 배상준군은 자신이 ‘늘품’ 공동체를 기획했던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영화제작을 경험할 수 있는 꿈의 공간을 만들고자 했던 때를 떠올리면서 말이다. 과거를 생각하며 그는 부끄러워졌다. 자신에게 기회가 주어지자 다른 이들의 ‘기회 부족’은 더 이상 공감할 수 없는 타인의 일,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치부했던 자신의 이기심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는 다시금 ‘늘품’ 팀원을 모으기 시작했다. 정확히 하자면 ‘늘품 팀원들의 마음’을 모으기 위해 노력했다. 메시지를 보낸 고등학생의 ‘늘품’ 영입을 논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 그들은 ‘늘품’의 방향성에 대해서 한참을 이야기 나누었다. 결론은 ‘더 많은 기회 부족 청소년들에게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는 공동체로 성장하자’였다.

그는 “빨리 가고자 한다면 혼자 가야 할 것이고, 멀리 가고자 한다면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자신의 성장과 배움만을 우선시했다면 다시 ‘늘품’으로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생각하는 영화란 ‘함께’하는 것이다. 그는 영화의 이야기가 주변을 바라보는 애정 어린 시선, 따스한 관심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믿는다. 주변을 둘러보지 않고 혼자 빠르게 나아가고자 한다면 이야기는 시작될 수 없다. 그가 생각하는 삶도 영화와 별반 다를 게 없다.

‘늘품’은 지난달 작업실을 얻었다. 그에게 메시지를 보낸, 늘품을 되살린 고등학생은 ‘늘품’의 새로운 팀원이 되었다. 팀원들은 작업실이 생기니 ‘늘품’이 조금 더 공식적인 팀으로 자리 잡은 것 같다고 말한다. ‘늘품’은 영화뿐만 아니라 앞으로 다양한 영상을 제작하며 활동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또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의 방학기간에 영화제작을 경험할 수 있게 하는 프로젝트도 구상 중에 있다. 이름 뜻대로 발전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이들은 고등학생 시절의 자신들과 같이 영화는 하고 싶은데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는 ‘열정 가득’ ‘기회 부족’ 청소년들에게 ‘늘품’이 언제든 쉽게 문을 두드릴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은수 기자  ees6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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