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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식을 부추기는 사회
이은수 기자  |  ees6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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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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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위터에 ‘프로아나’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게시물들
     
 

 

 

 

 

 

 

 

 

 

 

“거식증을 찬성합니다” 트위터를 통해 10대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프로아나(Proana)는 영어로 찬성을 뜻하는 프로(Pro)와 거식증(Anorexia)을 합친 말로 거식증을 동경한다는 뜻으로 쓰이는 신조어다. 한국에서는 ‘#개말라‘, ’#뼈말라‘와 같은 해시태그로도 쓰인다.
10대들은 트위터상에서 자신들을 일명 ‘프로아나족’이라고 칭하며 금식하는 법, 먹토 하는 법, 변비약, 이뇨제와 같은 약을 먹는 등 극단적인 다이어트 방법들을 공유하고 서로를 독려한다. “살찔 바에는 죽겠다“ 그들이 주고받는 메시지들은 그냥 다이어트하는 10대들쯤으로 여기기엔 사안이 그리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프로아나와 같은 섭식장애 환자는 연평균 4.5% 증가하고 있으며 이 중 79.8%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문가들은 신체 성장이 활발히 진행되는 청소년기에 무리하게 단식할 경우 빈혈과 탈모, 심한 경우 강박 장애와 같은 정신적 이상 증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프로아나’는 다소 과격한 방식으로 거식을 동경하는 10대들의 기이한 유행으로 보이지만 이는 비단 10대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호주 플린더스 대학교(Flinders University)의 마리카 티거만(Marika Tiggemann) 교수는 풍만한 몸매가 미의 기준이었던 피지에 TV가 보급된 이후,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마른 몸이 유행하고 섭식장애가 발견되었던 사실을 지적하며 “미디어의 영향이 막대하다”라고 말했다.
TV 속 뼈가 앙상한 몸으로 연기하고 춤추는 여자 연예인들을 보면서 사람들은 ‘예쁘다’고 찬양한다. TV 프로그램에선 여성 연예인들의 극단적 다이어트 방법이 여과 없이 소개된다. 하루에 3숟가락만 먹는 ‘3숟가락 다이어트’, 5일 동안 물만 마시는 ‘물 다이어트’ 등이다. 또 아이돌의 이름이 들어간 ‘○○ 다이어트’가 화제가 되기도 한다. 이 식단들은 성인 여성 1일 섭취 권장량을 훨씬 못 미치는 양의 터무니없는 구성들이다.
공식 석상에서 새로운 작품으로 컴백한 여성 연예인에게 ‘몸매 관리 비결’을 묻는 건 너무 당연하다. 마치 근황처럼 ‘보디 토크’를 나눈다. 작품에 대해 그가 가진 생각보다 어떻게 살을 뺐는지, 이미 충분히 말랐다면 그걸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인지 따위를 궁금해한다. 미디어는 그 물음의 이유가 ‘여성들의 관심사’이기에 ‘여성들이 원하기 때문에’라고 말한다. 꼭 미디어가 여성들에게 마른 연예인의 몸매 비결을 궁금해하라고 부추기는 것 같다.
이 모든 건 미디어를 통해 가치관 형성이 되지 않은 10대 청소년들에게 가감 없이 전해진다. 특히나 청소년은 아이돌 그룹 등 연예인에 대한 선망이 강하기 때문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 지난 2014년 교육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실시한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중고생의 체중 감소 시도율은 여학생이 절반에 가까운 45.1%에 달했다. 남학생은 23.1%에 머물렀다. 또한 자신이 실제보다 살찐 편이라고 인식하는 신체 이미지 왜곡 인지율도 여학생은 18.8%로 13.4%를 기록한 남학생보다 높았다.

   
▲ 자밀라 자밀(Jameela Jamil)의 SNS에 올라온 사진

넷플릭스 드라마 ‘굿 플레이스’에 출연한 영국의 영화배우 자밀라 자밀(Jameela Jamil)은 자신이 촬영한 화보가 과한 포토샵이 입혀져 나온 걸 보고 “내 가슴에 튼 살은 어디 갔어? 내 팔은 이렇게 얇지 않아. 난 이보다 피부도 어두워! 이런 포토샵은 대부분의 여성들이 자신의 몸을 싫어하게 만든다고”하고 자신의 SNS에 사진을 올렸다.
미디어 속 ‘마르고 완벽한 몸’은 과도한 포토샵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미 많은 여성 연예인들은 앙상할 정도로 말랐지만 ‘허리는 더 잘록하게, 가슴은 볼륨감 있게, 음식 섭취를 과도하게 제한해 엉망이 된 피부는 블러시로 매끄럽게’ 포토샵 한다. 이제 여성들에게 존재할 수 없는 완벽한 몸의 허상까지 쫓게 만드는 것이다.
미디어에서 마른 몸에 대한 언급이 많아질수록 자신의 몸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되는 여성들이 늘어난다. 자신의 몸을 미워하게 된 여성들은 대다수가 섭식장애로 이어진다.
섭식장애 환자들은 음식을 음식 그 자체로 바라볼 수 없다. 음식이 나를 살찌우게 하는 괴로운 존재, 참아야 하는 존재로 자리 잡는 순간 평범한 일상을 살아갈 수 없게 된다. 일상이 망가지는 건 당연하다. 나를 살게 하는 음식과 적이 되는 순간 ‘살고 싶은’ 몸의 욕구와 ‘마르고 싶은’ 정신은 매분 매초 전쟁을 치르게 된다.
의미 없는 투쟁으로 가득 찬 머릿속은 그 어떤 생산적인 일도 생각할 수 없게 된다. 사회가 요구하는 ‘완벽하고 마른 몸매’는 여성이 자신의 몸과 싸우며 시간을 낭비하게 할 뿐만 아니라 생명까지도 위협한다.
대중매체는 더욱 다양한 체형을 가진 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저체중에 속하는 몸무게를 자랑스럽게 전시하도록 두어 선 안된다. 과도한 다이어트를 ‘자기관리’로 칭하는 행위도 옳지 않다. 많은 여성들에게 ‘마름’을 강요한 미디어는 마름과 아름다움을 동일시하는 잘못된 사회 고정관념을 바로잡는데 책임을 가져야 한다.

이은수 기자  ees6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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