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의 성숙한 자기 성찰이 돋보여야 할 시점

▲ 뮤지컬 <레드북> TV 캐스트 생중계 화면

바야흐로 대한민국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했다. 현대인들은 TV보다 모바일 플랫폼으로 콘텐츠를 접하고 로봇이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는 모습을 보는 등 변해가는 기술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개인의 편리성을 넘어 사회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문화예술계에 그 영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기술이 문화예술계에 일으킨 가장 큰 파장은 앞서 설명했던 ‘모바일 플랫폼 발전’에 따른 콘텐츠의 확산이다. 모바일 플랫폼의 발전으로 인해 소비자는 원하는 시간대에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됐다. 또한 ‘1인 미디어’가 발달함에 따라 영상 콘텐츠의 다양성도 증가하고 있다. 영상 시장보다 난항을 겪고 있던 공연예술시장에도 ‘실시간 생중계’라는 새로운 형식의 마케팅 바람이 불었다. 이러한 실시간 생중계는 사람들의 발길을 공연장으로 끌어당기는 중이다. 실제로 뮤지컬 <레드북>은 TV 캐스트 생중계로 실시간 검색어 7위를 기록하며 전석 매진을 달성하고, 전체 좌석 점유율 80% 이상을 달성하기도 했다.

무대 예술도 기술로 인해 점차 발전 중이다. 무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영상이 적극적으로 활용되어, 기존의 세트로 표현이 불가능한 것들을 영상으로 구현해내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공연계는 관객의 공감각적 몰입형 경험을 위한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맞물려 공연예술시장이 커지면서 무대예술 융합인력에 대한 위상도 함께 커질 전망이다. 이와 더불어 최근에는 소비자가 직접 자신이 지원하고자 하는 문화 사업에 돈을 투자하고 이후 사업의 수익 창출 여부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도 이목을 끌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은 ‘텀블벅’과 ‘와디즈’가 대표적인 플랫폼으로 활약 중이다.

하지만 기술로 인한 변화들이 문화예술계에 긍정적인 영향만 미치는 것은 아니다. SNS가 가지는 파급력을 이용해 자극적인 마케팅이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성적인 요소가 포함되지 않아도 되는 콘텐츠에 성적인 요소가 포함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예시로 영상 내용과 관계없이 나오는 유튜브 광고가 여러 차례 문제가 됐다. 왕실을 배경으로 한 게임인 ‘왕이 되는 자’ 광고에서는 왕이 무릎을 꿇고 울고 있는 여성에게 “사랑하는 후궁, 낙태약을 마시거라”라고 말하는 충격적인 장면이 나온다. 요괴 식당을 운영하는 게임인 ‘요괴 미식가: Cook&Life’ 광고에서는 탕 속에 들어간 여성 캐릭터가 “맛있게 드세요”라고 말하는 모습이 담기기도 했다. 표현의 자유가 존중돼야 하는 사회라지만,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주제들을 이용해 대중들의 관심을 끄는 것도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일까? 뉴미디어 플랫폼을 중심으로 가짜 뉴스와 유해 콘텐츠가 퍼지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수용자로 하여금 콘텐츠에 대한 신뢰도를 하락시키는 것은 물론 사회 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Art’의 어원이 ‘Techne’ 즉 기술인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과거 예술과 과학기술은 수 세기 동안 같은 길을 걸어왔다. 21세기 예술가들은 기술의 도움을 받아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즐거움과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을 악용하는 것은 기술과 공존해나가야 할 예술가의 바람직한 태도로 보기 어렵다. 앞으로 더 많은 기술의 발전을 만들어 갈 대한민국에서 예술가들의 성숙한 자기 성찰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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