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교체만 두번, K리그1 수원삼성의 명가 재건

한국 프로축구 K리그1 수원삼성 블루윙즈는 명실상부 명문구단으로 불렸다. 과거에는 레알수원(레알 마드리드 수원), 돈성(돈을 많이 쓰는 삼성) 등으로 불리며 이름을 휘날렸다. 물론 현재도 포항스틸러스, FC서울 등 몇 개 구단과 함께 명문 구단으로 손꼽을 수 있다. 하지만 수원 삼성은 2008년 차범근 감독 아래 우승컵을 들어 올린 이후로 리그 트로피가 없고 공석 메우기 식의 감독 선임에 팀을 부진의 늪으로 빠뜨렸다. 이런 방식의 운영을 한 수원 삼성은 2020시즌 중반까지 12팀 중 리그 11위에 머물렀다. 군경팀인 상주상무프로축구단이 2021시즌 자동 강등됨에 따라 11위는 강등이었기에 수원삼성은 창단이래 최초 K리그2로의 강등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불행 뒤에는 행복이 온다고, 박건하 제 6대 감독이 부임하면서 수원삼성에는 새로운 긍정적인 변화가 다가오고 있다. 수원 삼성은 이번 시즌 감독이 총 세명으로 두번 교체됐다. 이임생 전 감독을 시작으로 주승진 전 감독대행을 지나 찰리볼(박건하 감독의 별명) 박건하 현 감독까지 이어졌다.
 

이임생 전 수원삼성 감독 / 한국프로축구연맹
이임생 전 수원삼성 감독 / 한국프로축구연맹

#이임생, FA컵 트로피를 안긴 채 안녕

이임생 전 수원 감독은 지난 시즌동안 많은 팬들의 비난을 받았다. 비록 FA컵 우승컵을 들어올렸지만 전술이 불분명하고 경기 운영 방식이 흥미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팬들은 트로피를 안고 아름다운 이별을 원했지만 수원 구단은 새로운 감독을 선임할 생각이 없었기에 올해도 이임생 감독과 함께 했다. 당연히 안일한 행동에 따른 결과가 나왔다. 개막 2연패에 이어 11경기 중 2승만을 기록하면서 팬들의 비난은 거세졌다. 여론은 '코로나로 인해 관중이 없는 것에 감사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부정적이었다. 결국 이임생 감독은 7월 17일 FA컵 16강 제주 유나이티드와 경기에 승리를 안긴 채 자진 사퇴했다. 지난 2018년 12월 지휘봉을 잡은 뒤 1년 7개월 만이었다. 이임생 감독 체제의 수원은 지난 시즌 FA컵 최다우승의 명예와 이번 시즌 2승 4무 5패로 리그 8위에 머무는 굴욕을 얻으며 마무리 됐다.
 

주승진 전 수원삼성 감독대행 / 한국프로축구연맹
주승진 전 수원삼성 감독대행 / 한국프로축구연맹

#수원의 암흑기 주승진

수원삼성은 이임생 감독의 자진사퇴 이후 주승진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으로 나섰다. 주승진 수석코치는 수원삼성의 유소년 시스템인 매탄고등학교 감독 출신으로 색다른 축구를 보인다는 호평과 명장이라는 칭송을 받고 프로팀의 수석코치로 선임됐다. 이임생 전 감독이 감독직을 수행할 때에도 구단은 내부적으로 주승진 수석코치에게 힘을 실어주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사실인지 증명된 것은 없지만 수원삼성의 팬들은 그를 신뢰하지 못했으며 전임 감독을 내쫓고 감독 자리에 앉았다는 말들이 다수 나오면서 감독으로의 출발은 순탄치 않았다. 순탄치 않은 출발 때문이었을까, 주승진 감독 대행은 8경기에서 단 2승(1무 5패)밖에 거두지 못했다. 승리가 적은 것보다 4연속 무승과 FA컵 디펜딩 챔피언의 8강 토너먼트 조기 탈락으로 인해 큰 비난을 받았다. 앞서 언급한 수원삼성의 공백 메우기 식 감독선임으로 인한 실수로 작용한 것이다. 하지만 주 대행은 경기 엔트리에도 들지 못했던 김태환, 이상민 등 매탄고 출신들을 주요 자원으로 활용하면서 새로운 능력의 선수를 발굴해내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수원 구단은 감독으로써 필요한 P급 지도자 자격증이 없는 그의 지도자 강습회 등록 합격 여부에 따라 정식 감독 선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주승진 감독 대행이 P급 지도자 강습회 등록에 실패했고, 수원삼성은 리그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진행을 위해 새로운 사령탑을 선임한다.
 

수원삼성 제 6대 감독 박건하 / 수원삼성블루윙즈
수원삼성 제 6대 감독 박건하 / 수원삼성블루윙즈

#수원 정신을 일깨우러 왔다, 박건하

이임생 감독과 주승진 감독대행 체제의 암흑기가 지나고 '수원 삼성 레전드 출신' 박건하가 제 6대 정식 감독으로 선임됐다. 박건하는 수원삼성의 창단 멤버로 팀에 헌신한 레전드이다. 수원삼성 출신 선수를 감독으로 선임하는 '리얼블루' 정책같이 보이지만 그는 서울이랜드 감독 당시 11승 8무 5패를 기록하며 좋은 모습을 보였기에 팬들은 그를 열렬히 환호했다. 박건하 수원 감독은 선임 당시 "수원 정신을 일깨우겠다"며 투철한 의지를 보였다. 결과는 4승 2무 2패, 수원에게 힘든 시기가 가고 달콤한 시기가 찾아왔다. 강원FC와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팀의 시즌 첫 2-1 역전승을 기록하며 박건하 감독 전술의 저력을 보였다. 그는 수원에게 승리를 안긴 것 뿐 아니라 자존심을 안겨줬다. 수원삼성은 지난 5년 5개월동안(8무 10패) 대표 라이벌 FC서울을 상대로 승리가 없었으나 박건하 부임 후 열린 FC서울과의 경기에서 타가트가 헤트트릭을 기록해 3-1 대승을 거두었다. 이후 이어진 인천유나이티드와의 경기까지 3연승을 거두며 강등권과 격차를 두었다. 팬들은 '박건하가 오고 팀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라고 말할 정도로 수원삼성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후반전 70분이 넘어가면 지쳐보였던 선수들을 단 몇 개월만에 90분 내도록 공만 보고 달리도록 만들었다. 말은 쉬워보이지만 수원삼성에게는 약 5년간은 보지 못했던 축구였기에 시청자들을 더욱 열광토록 만든다.
 

한동안 수원삼성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이상한 전술로 명문 구단의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박건하 감독이 선임된 후, 후반 80분이 지나면 실점을 하는 일명 '세오타임'의 옷을 완전히 벗어던졌다.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스스로 체력을 안배하며 자신의 능력치를 120% 이상 발휘하고 있다. 시즌 초기, 팬들은 창단 첫 K리그2로의 강등을 걱정했고 K리그2에서 수원FC와 펼쳐지는 수원 더비를 상상했다. 하지만 스플릿 라운드 시작 후 연승으로 강 건너 강등 구경하는 신세가 됐다.

축구에서 선수단의 구성과 감독 선임은 매우 중요하다. 선수단 개인의 능력은 물론, 감독의 전술이 없다면 경기에서 승리를 가져올 수 없다. 이런 부분에서 수원삼성은 감독의 중요성이 더욱 돋보였다. 세 감독 모두 동일한 선수를 활용했지만 결과는 모두 달랐다. 동일한 선수를 활용해도 뛰어난 경기력과 전술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현재 카타르서 전북현대, 울산현대, FC서울과 함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하고 있는 수원삼성은 중국 리그 준우승 팀인 광저우 에버그란데와의 2경기서 압도적으로 뛰어난 경기력을 보였다. 이임생 감독 시절 조별리그 2패로 인해 16강 진출에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박건하의 수원은 빗셀고베와의 경기에서 극적으로 16강 진출권의 막차를 탔다. 이와 함께 지난 7일 펼쳐진 전년도 J리그 우승팀 요코하마 F.마리노스와의 16강에서 역전승을 거둬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대회 재개 전, 팀내 중요 자원인 헨리, 타가트, 한석희, 염기훈 등이 부상과 개인 사정으로 참가하지 못하면서 기대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하지만 팬들은 중국의 귀화 선수들과 빗셀고베의 이니에스타를 상대로 압도하는 수원삼성을 보고 '과거에 좋지않은 경기력을 보였던 수원이 맞냐', '수원이 드라마를 써가고 있다'며 칭찬했다. 수원삼성 블루윙즈의 8강전은 오는 10일 빗셀고베와 한국 시간으로 오후 11시 카타르서 펼쳐진다.

 

저작권자 © 한국도시환경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