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날 10월 2일, MBC ‘나 혼자 산다’에서 출연진들이 관찰카메라 영상을 보던 중 경악을 금치 못하는 물건이 등장했다. ‘종이 신문’이 그것이었다. 한 출연진은 종이 신문을 보는 출연진을 향해 ”설마 종이신문 보겠어?“ 라는 질문을 던졌고, 다른 출연진은 그에 대한 대답으로 ”휴대전화로 보니까 눈이 너무 아프고 자꾸 미간을 찌푸리게 되어 다시 종이 신문을 구독했다.“ 라고 말했다. 물론 이들에게 종이신문은 단순히 시청자의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도구에 지나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종이신문이 나이 많은 사람이 보는 것, 눈이 나쁜 사람만 보는 것으로 해석되어 시청자의 웃음을 유발하는 것은 종이 신문이 이젠 민중들 사이에서 구시대의 전유물로만 인식되는 것 같아 씁쓸하였다.

 사실 이들이 웃음 요소의 도구로 사용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대한민국 국민은 더는 뉴스를 종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보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이제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 뉴스를 접한다. 인터넷 뉴스는 종이 신문에 인쇄되어있는 뉴스보다 더 빠르게 소식을 전해주고, 뉴스를 보는데 굳이 돈 들일 필요가 없어 국민들의 선택을 받았다. 하지만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듯이 종이 신문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예정이다.

▲ 대한민국 종이 신문 구독률 현황표. 해가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자료출처=한국언론진흥재단)

 대한민국 종이신문 구독률은 매년 떨어지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1996년 69.3%, 2002년 52.9% 구독률을 유지하고 있던 종이신문은 디지털 매체의 발달과 인터넷의 상용화로 인해 점점 떨어지더니 2019년에는 6.4%의 구독률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 6.4%의 구독자 집단 중 대부분이 노년층인 것을 고려한다면, 종이 신문 구독률이 0%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 볼 수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우리가 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 필요가 없어진 물건들을 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종이 신문도 그 물건 중 하나가 된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알아야 할 것은 종이 신문이 국민에게 잊히게 만든 주범은 인터넷이 아니다. 바로 언론사다. 말도 안되는 소리라 생각할 것이다. 속된 말로 ‘언론사의 밥줄’인 종이 신문을 없애는데 언론사가 앞장섰다는 게 무슨 말이냐고 하고 말이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설명해보려고 한다.

 첫째, 언론사는 인터넷 뉴스와 종이 신문의 뉴스와의 차별성을 두지 않았다. 한 푼이 아까운 세상 속에서 종이 신문 구독으로 인해 조금씩 빠져나가는 돈은 얼마나 아까울 것인가. 인터넷으로도 종이 신문의 그 내용을 그대로 볼 수 있는데 말이다. 자, 문제는 바로 이곳에서 생긴다. 언론사들은 종이 신문의 내용을 그대로 인터넷 뉴스 편집 창으로 복사, 붙여넣기를 반복한다. 실제로 종이 신문에 게재된 뉴스 기사의 제목을 인터넷 검색창에 그대로 복사하여 검색하면 종이 신문의 기사와 똑같은 뉴스를 인터넷에서도 확인 할 수 있다. 헤드라인은 일치하고, 내용은 오탈자나 한두 마디 추가되거나 수정된 부분을 제외하면 다를 것이 없다. 이렇게 똑같은 뉴스를 굳이 누가 돈을 들여가면서 보려고 할 것인가. 아무도 없다. 차라리 그 돈으로 이북리더기를 하나 산 후 눈이 편안한 필터를 설정시켜 마치 종이 신문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면서 뉴스를 보는 것이 더 이득일 것이다.

 종이 신문을 구독해 읽는 이유는 단순히 세상살이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인터넷 뉴스에서 찾아볼 수 없는 종이 신문만의 깊이 있는 분석을 원하기 때문에 돈을 내가면서 보는 것이다. 그러나 종이 신문에 담긴 내용을 그대로 인터넷에서도 볼 수 있다면, 종이 신문을 보는 구독자들은 언론사가 우리들을 배려하지 않고, 종이 신문이 돈 가치를 못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물론 언론사들도 인터넷에 게재된 뉴스를 종이 신문에 담아낼 때 불필요한 정보는 빼고 취재원을 통해 팩트를 재확인하거나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기사의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을 어느 정도 한 후 종이 신문에 담아낼 것이다. 그러나 신문을 매일같이 보는 지식인들이나 기자가 아닌 다수의 일반인 구독자들은 그 차이를 구분하기 쉽지 않다. 또, 신문을 읽을 때 이들의 노고를 생각해 ‘감사하다’ 하며 종이 신문의 뉴스를 하나하나 읽지 않는다. 오히려 ”당연히 매달 돈을 지불하고 그 많은 언론사 중 내가 여기서 보는 건데 이 언론사가 나한테 감사해야 하는 것 아닌가?“ 라고 생각할 확률이 더 높다.

 종이 신문을 읽는 구독자들을 위해 언론사는 변화해야 한다. 이 구독자들이 ”내가 이 종이 신문을 읽음으로서 남들보다 폭넓은 지식을 갖추고, 다양한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라고 생각해야지만 종이 신문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언론사의 ‘밀어내기’가 종이 신문의 급을 낮춘다.종이 신문의 발매량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하나 있다. ABC 협회가 실시하는 일간신문 유료부수 순위가 그것이다. 순위권에 있는 유료부수의 발매량을 보면, 앞서 보았던 종이 신문 구독률 표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할 만큼 이상하다.

▲ 2018년 일간신문 유료부수 지표. 높은 수량의 종이 신문이 매일 발행되고 있다 (자료출처=한국ABC협회)

 이 표는 2019년 한국ABC협회가 조사한 2018년 일간신문 유료 부수 지표이다. 1위 언론사인 조선일보는 100만 부가 넘는 발행량을 자랑하고 있다. 또, 신문을 읽는 사람이면 한번 쯤은 들어본 언론사인 동아일보, 중앙일보도 높은 발행량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신문 발행량은 많은데, 왜 종이 신문을 보는 구독자는 매년 줄어들고 있을까. 그 원인은 언론사의 ‘부수 밀어내기’가 그것이었다. 각각의 언론사에는 전국으로 신문을 보내고, 각 가정으로 신문을 배달해 줄 신문지국이 있다. 즉, 언론사들은 매일 발행되는 종이신문을 각 지국으로 보내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생긴다. 언론사들은 구독자에 맞춰서 종이신문을 각 지국에 보내는 것이 아닌, 해당 지국에서 담당하고 있는 구독자 모두에게 신문을 다 보내고도 엄청나게 남을 양의 종이 신문을 각 지국에 밀어내고 있다.

 언론사, 즉 본사의 입장에서는 각 지국에 보내버리면 끝이다. 지국에서 그 종이 신문으로 무슨 짓을 하든 별 신경 쓰지 않는다. 어쨌든 우리는 유료부수(종이 신문)를 지국에 보냈으니 위에 기록되어있는 유료부수 지표에 그 양을 모두 기재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다. 

▲ 신문이 쇼핑 사이트에서 팔리고 있는 모습. 가격도 비싸지 않다 (자료출처=이베이 지마켓)

 이렇게 종이신문 부수를 받은 지국은 어찌 되었든 이 신문들을 처리는 해야 하고 매출을 내야만 지국을 유지해 밥 먹고 살아갈 수 있다 보니 결국 오늘 갓 발행된 신문을 폐지 수거하는 트럭에 헐값에 넘긴다. 그리고 이렇게 넘겨진 종이 신문들은 결국 계란판이 되어 재활용되거나, 과일을 싸는 데 사용되고 있다. 또는 바닥에 기름 튀는 것을 방지하는 용도나, 아이들 놀이에 필요한 용도 등 개인적인 이유로 신문이 필요한 가정에 매우 싼 값으로 판매되고 있다.

 언론사는 자신들의 신문을 각 지국에 억지로 밀어내어 유료부수 지표를 과장하고, 지국은 어쩔 수 없이 신문을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곳으로 보내 수익을 창출 하다보니, 종이신문은 어느 순간부터 읽는 용도가 아닌, 사용하는 용도로 전락해버렸다. 즉, 신문을 프린트하면서 소비된 잉크만 아까운 꼴이 돼버린 것이다.

 결국 ‘보고 읽는 종이신문’을 ‘사용하는 종이신문’으로 재해석해 종이신문의 급을 낮춘 주범은 언론사다. 언론사가 처음부터 유료부수 지표에 혈안 되고, 우리는 지국에 밀어 넣으면 끝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종이신문이 다른 용도로‘만’ 사용돼버리진 않았을 것이다.

 누구나 인터넷 뉴스 기사를 읽으면서 한 번쯤 경험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관심 있는 기사가 있어 기사를 클릭해 들어갔는데, 광고가 기사를 막아 기사 읽기가 불편하고 짜증 나는 경험 말이다. 이렇게 언론사 기사 창에 광고가 기사 내용을 가릴 만큼의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불과 4~5년 만에 급속도로 기사가 광고창으로 도배된 것이다. 종이 신문만 팔아서는 이젠 정상적인 언론사 운영을 할 수 없으니 급하게 광고라도 집어넣어 광고주로부터 이익을 얻어내는 것이다.

 공정함을 중요시해야 하는 언론사의 뉴스가 광고로 도배되면 독자들은 해당 뉴스가 균형성, 공정성이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지고, 더 나아가 해당 언론사가 언론윤리강령을 제대로 지키긴 했나 하는 의문까지 든다. 고작 그 광고창 하나 때문에 말이다. 이 문제가 지속한다면 해당 언론사는 국민에게 신뢰를 잃고 선택받지 못해 정상적인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종이신문을 읽을 때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설령 광고가 있더라도 광고란에 따로 있었지, 기사 사이에 갑자기 광고가 들어가는 일은 없었다. 비록 신문지면 전체의 반 이상이 광고로 도배되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대다수 언론사의 종이신문을 보면 광고는 따로 광고란에 가지런히 정리되어있고, 그 광고마저도 한정적이다. 그러기에 독자들은 그 광고를 보더라도 거부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공정성과 균형성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물론 인터넷 뉴스 기사를 작성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 뉴스가 종이 신문의 뉴스보다 더 많은 사람이 읽는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언론사가 종이 신문을 내 핑계 치지는 않았으면 하는 것이 작은 바람이다. 종이 신문은 해당 언론사의 뉴스 기사가 얼마나 심층적이고 깊이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즉, 종이 신문을 얼마나 균형, 공정, 사실, 심층적으로 작성하냐에 따라서 그 언론사의 품격이 결정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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