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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목표를 설정하고 그걸 이뤄가는 삶이 가장 행복해요.”놀기 좋아하던 소년에서 세상을 위해 움직이는 연출가가 되기까지
정주현 기자  |  jjhwjdwng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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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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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1일, 다큐멘터리 제작팀 ‘단필름’ 팀장 김단아(27) 씨를 만났다.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시대에 맞게 우리는 온라인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소개를 부탁하자 그는 ‘단필름의 슬로건’이라며 대뜸 이 문구를 읊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우리의 고민”

단어에서부터 팀의 목표가 돋보이는 이 슬로건은 ‘단필름’이 어떤 팀인지를 짐작하게 했다. ‘단필름’은 2017년 김단아 씨가 만든 영상 제작팀이다. 이들은 ‘착한 갑질’ 영상을 시작으로 최근까지도 활발한 영상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영상인의 꿈을 가지다

   
▲ 김단아 씨(27)/사진 본인 제공

다큐멘터리 제작을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냐고 묻자, 단아 씨는 학창 시절의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 진학이나 개인적인 문제들로 인해 고민과 생각이 많은 시기를 보내던 그는 매일 영화를 보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그러다 문득, ‘나도 이런 영상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영화를 보며 꿈을 찾은 단아 씨 본인처럼, 자신도 고민과 생각이 많은 이들에게 영상을 통해 어떤 계기를 심어주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

그렇게 그는 영상을 전문으로 배울 수 있는 대학교에 진학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학생 때 전교 꼴등도 했을 정도로 공부와는 영 거리가 멀었던―본인 말로 ‘꼴통’이었던―그에게 입시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다행히 어찌어찌 본 수능 점수로 예비 번호 끝자락을 받았고, 추가 합격을 통해 문을 닫고 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그러나 초반의 열정적이었던 마음과 달리, 대학생이 된 그는 다시 전교 꼴등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매일같이 술을 마시며 놀기 바빴고, 술이 덜 깬 상태로 시험을 보러 가기도 했다.

지도 교수님께서 영어 공부를 하라고 우려 섞인 조언을 해주시면 단호하게 “안 해요.”하고 거부했다. 이론을 많이 다루는 지금의 과보다 영상을 많이 다루는 다른 과로 전과하라는 권유도 받았지만, 그것조차 거절했다.

‘놀자대학생’의 표본이 있다면 바로 그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열심히 놀았던 단아 씨. 그가 다시 꿈을 향해 달려가게 된 건 다름 아닌 학과 영상제 덕분이었다.

학과의 연례행사인 영상제에서는 재학생들이 만든 각종 영상이 상영된다. 일 년 동안 학생들이 열심히 제작한 영상들을 학우들과 공유하며 한 해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1학년 때 처음 참석한 영상제에서 선배들의 작품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아, 나도 저런 거 만들고 싶은데.’, ‘나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죠.”

영상제가 끝난 후 막연히 ‘영상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만 하던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군에 입대하게 됐다. 이는 곧 그가 성장하는 원동력이 된다.

입대 후 경험한 군대는 사회와는 전혀 다른 환경이었다. 정해진 일과와 제한된 활동 등 사회에서 누리던 것들을 그 안에서는 전혀 누릴 수가 없었다. 매일 똑같은 시간표대로 살아가던 단아 씨에게 남은 건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는 시간뿐이었다.

그는 그 시간을 활용해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어떤 수업을 듣고, 어떤 과정으로 영상을 만들고, 어떻게 팀을 만들어 이끌어갈지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계획을 짰다.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그 안에서 크고 작고, 좋고 나쁜 다양한 일들을 겪으며 그는 정신적으로 매우 단단해졌다.

 

▶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단필름’으로서의 첫발

제대 후 단아 씨는 계획한 것을 실행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영상을 제작하기엔 어려움이 많았다. 영상에 대한 전문지식도, 기술적인 역량도 부족했다.

단순히 카메라를 드는 게 다가 아니라 많은 공부도 필요하다는 걸 느낀 그는 심기일전하여 영상의 기초를 익히고 기술을 배우면서 기반을 다지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전까지 여러 형태의 영상을 제작하면서 조금씩 내공을 쌓았다.

2017년 8월, 드디어 ‘단필름’이라는 이름으로 팀이 결성됐다. 단아 씨는 주변 사람들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팀은 같은 학교 출신의 선후배 12학번부터 16학번까지 다양한 학번을 가진 학생들이 거쳐 갔다. 그런데 사실 ‘단필름’ 팀원 중 실력을 보고 뽑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단필름’이라는 공식적인 이름을 갖기 전 임시로 사용했던 팀명은 ‘인성 근성’이었다. 기본적인 인성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근성을 지녔다면 누구든 환영한다는 의미에서였다.

“앞선 다양한 경험을 통해 느꼈던 건 ‘팀워크’의 중요성이었습니다.”

단아 씨는 이런 마음으로 팀원을 모으기 시작했다. 결국 실력보다는 인성과 근성을 지닌 인원들로 팀이 구성됐다.

   
▲ 광고 영상을 촬영 중인 ‘단필름’ 팀원들/사진 본인 제공

그는 “‘인성 근성’이라는 팀명에 맞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팀원들과 흔쾌히 도와주셨던 모든 분 덕분에 좋은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처음으로 제작한 영상이었던 ‘착한 갑질’ 때는 14학번 동기 4명과 16학번 후배 2명이 팀을 이뤘다. 무언가 처음 시작할 때면 누구나 겪는다는 시행착오는 이들도 피해갈 수 없었다.

“돈도 없고, 차도 없고, 장비도 없었죠. 학교에서 빌려주는 장비만 겨우 빌려서 무거운 하드케이스에 다 넣어 들고 다니던 때였어요.”

그런 와중에 촬영을 언제 하겠다, 누구와 하겠다는 섭외도 없이 다짜고짜 안산에 있는 공장을 찾아갔다. 차가 없으니 지하철역에서 내려서 걸어가는데, 생각보다 거리가 많이 멀었다. 그는 첫 제작부터 이렇게 망하는구나 싶었다며 농담을 섞어 당시 있었던 일을 말했다.

“거리 계산도 잘못하고 길도 잘못 들어서 한 시간 넘게 논두렁 같은 비포장 길을 걸었어요. 한참 가다가 다들 한여름이라 땀 뻘뻘 흘리고, 주저앉고 그랬죠. 정작 고생해서 도착했더니 사전에 요청을 드리지 않은 터라 계속해서 촬영은 거부당하고···. 어떻게든 방법을 찾다가 거기 지나가던 직원분들한테 도움 요청을 했어요. 다행히 그중 오래 근무하신 분이 인터뷰 요청에 응해주셔서 겨우 촬영했습니다.”

 

▶ ‘때문에 힘들었다’가 아닌, ‘덕분에 성장했다’

사람들에게 카메라를 주고 영상물을 하나 완성하라고 하면, 가장 먼저 돌아오는 질문은 “어떤 주제로요?”일 것이다. ‘단필름’은 그동안 ‘갑질’, ‘성 관련 문제’, ‘장애인’, ‘감정노동자’ 등 다양한 주제로 영상을 만들어왔다.

특별히 주제를 정하는 방법이 있냐고 묻자, 단아 씨는 사실 조금은 즉흥적이라며, 당시에 마음이 끌리는 소재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답했다. 보통은 최근의 대화나 경험을 바탕으로 결정하는데, 그러다 보니 시의성이 있는 소재가 선택될 때가 많았다고 한다.

그의 말처럼, 그들의 영상은 언제나 우리에게 가까이 직면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었다. 사회적으로 갑질 논란이 한창이던 때에 제작한 것은 ‘착한 갑질’이었고, 학교 근처에서 성 관련 사건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제보가 올라온 시기에는 ‘등하명’을 제작했다.

굳이 시의성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우리 사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에 귀를 기울이려고도 노력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네, 천천히 가고 있네요’와 ‘너에게,’ 같은 영상이다.

주제를 정한 뒤 일사천리로 영상을 찍고 편집해 후다닥 완성할 수 있다면 좋을 테지만, 현실은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다. 제작 당시 모든 팀원이 학생이었기 때문에 제작하는 덴 한계가 많았다.

사회적인 주제를 다룰 때는 학생이 뭘 아냐며 무시도 많이 당했고, 현장에서 협조받을 수 있는 범위나 출입할 수 있는 공간 등의 제약도 많았다. 르포물을 만들 땐 사건 가해자들의 협박을 받기도 했다.

게다가 아직 감정을 조절하는 데 미숙했던 팀원들은 촬영 중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해버린 적도 있었다.

“그래도 어린 나이에 겪었던 그런 경험들이 저를 성장시켜줬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시행착오와 어려움 끝에 결국 이들은 2017년과 2018년, 2년 연속으로 캡스톤디자인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방송 트랙에서는 전체 1등을 2번이나 한 셈이다.

   
▲ 2018년 캡스톤디자인 경진대회 최우수상 수상/본인 제공

당시 경쟁하던 다른 제작물들은 제작비도 몇 배로 많이 투입되고 제작 인력도 훨씬 많았다. 발표 역시 화려하게 진행하는 팀이 많았다.

하지만 그에 비해 ‘단필름’의 제작비는 제로에 가까웠으며, 장비도 핸드폰 카메라나 구형 캠코더 정도가 다였다. 발표할 땐 김단아 팀장이 영상을 틀어놓고 직접 말로 다 설명했다.

“아무래도 다른 팀들에 비해 자금이나 장비 면에서 부족한 점이 있어서 기대를 아예 안 했어요. 근데 최우수상을 받은 거죠. 2년 연속으로! 팀원들이랑 얼싸안고 환호했던 기억이 나요.”

 

▶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단필름’의 길

김단아 씨에게 ‘단필름’을 통한 모든 제작과정은 특별하다. 그는 작은 부분 하나까지도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특히 ‘착한 갑질’ 제작은 전부 맨주먹으로 해내 더 인상 깊다. 아무런 지식도 정보도 없던 시기, 섭외부터 촬영까지 전부 다짜고짜 찾아갔고 무작정 시도했다. 작품이 발표되고 나서는 해당 가게 주인으로부터 협박 전화도 받았다.

‘등하명’ 제작 땐 매일같이 밤을 지새웠다. 오랜 기간 수많은 추적 끝에 취재에 성공했을 땐 팀원들과 부둥켜안고 기뻐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역시나 고소의 위협을 받기도 했다.

‘네, 천천히 가고 있네요’를 만드는 건 ‘단필름’ 팀에게 선물과도 같았다. 그동안 조금은 격하고 위험한 촬영을 주로 했던 그들은 이런 따뜻한 제작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지체 장애와 자폐증을 앓고 있던 주인공 승훈 씨와는 출연자와 제작진 관계를 넘어 진심을 나누는 친구 사이가 됐다. 둘은 아직도 연락하며 종종 만나서 시간을 갖기도 한다.

“작품 제작 이상의 큰 의미를 가진 기억이죠. 그 외에도 기억 나는 건 참 많은데, 지나고 나니 많은 이들에게 감사했던 기억이 대부분이네요.”

김단아 씨는 롤모델이 없다. 신념도, 가치관도 스스로 구축해 나가는 성격이라, 누군가를 따르기보다는 신념에 따른 좋은 영상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우리 생각을 강요할 순 없어도 사람들이 영상을 보고 그 주제에 대해 각자 한 번씩 생각은 해봤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이 있죠. 생각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기준은 없지만, 이런 작은 행동이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가장 작은 단위의 움직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도 앞으로 계속해서 많은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누군가에겐 자극이, 또 누군가에겐 계기가, 희망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단아 씨는 현재 고등학교에서 영상 제작을 가르치고 있다. 한때 전교에서 꼴등을 기록했던 그가 이제는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정도로 많이 성장한 것이다. 교수님들도, 친구들도, 심지어는 가족들도 변화한 그를 보며 놀라움과 대견함을 감추지 못했다.

“내 길을 찾고, 판단하고, 결정하고 나면 그때부턴 그것만 하면 됩니다. 그럼 저 같은 사람도 밥값은 하면서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이렇게 말하며 자신이 학생들이 자신의 미래를 구축하는 데에 좋은 영향을 준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도 내비쳤다.

   
▲ 단필름 유튜브 채널/캡쳐

‘단필름’도 여전히 영상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에도 또 다른 다큐멘터리 한 편을 제작하기 위한 기획 단계에 들어갔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꼭 많은 사람에게 좋은 작품을 보여줄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 중이다.

단아 씨는 지금까지 자신이 목표한 건 크기와 상관없이 모두 이루며 살아왔다고 말한다. 학교에 처음 입학할 때도, 팀을 결성하고 제대로 영상을 만들기 시작할 때도 모두 그랬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잘못된 것들은 바로잡고, 따뜻한 것들은 나누는 것. 지금은 그게 단아 씨와 팀원들이 원하는 목표다.

“이제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이뤄갈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어떤 것이든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지금 이대로 가슴 뜨거운 날들을 보내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그게 ‘단필름’이 가야 하는 길이니까요.”

정주현 기자  jjhwjdwng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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