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학 침체화, 더 가속화될 전망

 부산에 있는 한 대학, 이 대학교는 얼마 전 대학 수험생들이 혹할만한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이 대학교는 2021학년도 신입생 중 최초합격자 전원에게 수업료 반액 이상을 면제해 주기로 결정하였다. 다른 대학들도 마찬가지다. 광주에 있는 한 대학은 2021학년도 신입생 전원에게 아이폰을 준다고 홍보에 나섰다. 해마다 줄어드는 대입 응시인원 수로 인해 위기감을 느낀 지방대학들이 신입생 유치를 위해 나선 것이다.

 특히 전문대학에서의 경쟁률은 급격하게 하락했다. 지난 10월 14일 마감된 2021년 전문대 수시 1차 원서접수 현황을 집계한 결과 작년 경쟁률인 6.19:1이었던 경쟁률은 올해 4.92:1로 줄어들었다. 작년과 올해의 모집인원은 13만 101명에서 13만 1,720명으로 작년과 별 차이는 나지 않지만, 지원자는 작년 80만 5,206명에서 올해 64만 8,689명으로 약 16만 명이 가까운 인원이 줄었다.

 교육부의 집계 결과에 따르면,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자는 49만 3,433명이다. 그러나 전국 전문대와 4년제를 합친 대학 정원은 55만 659명으로 응시자에 비해 대학 정원이 약 6만 명 많다. 이 현상은 작년 2020학년도 대수능을 치를 때부터 이미 예견되었다. 2019학년도 대수능 당시 59만 4,924명이었던 응시자는 작년 2020학년도 대수능 때에는 54만 8,734명으로 올해와 마찬가지로 응시자가 약 5만 명이 줄어들었다.

 대학 입시업체인 종로학원하늘교육은 이 집계 결과에 대해 “수도권 지역에 고등학교 절반가량인 약 48%가 있고, 특히 선호도가 높은 주요 대학들이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몰려있는 점을 고려하면 2021학년도 대입에서 지방 소재 대학들의 정원 미달 현상이 더 심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즉, ‘원서만 내면 대학 합격증을 받을 수 있다’라는 문장은 이제 먼 나라의 얘기가 아니다.

 지방 대학교들의 정원 미달 현상이 매년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매년 줄어드는 학령 인구수이다.

 ◀ 학령인구가 매년 줄고 있다. 단위 : 만 명 (자료제공=통계청 KOSIS)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0년 대한민국 학령인구(6~21세)는 약 782만 1천 명으로, 평균적으로 약 20만 명씩 줄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에 예전부터 사회적 문젯거리로 대두되었던 저출산 현상이 보여주는 지표이다. 이 현상으로 인해 자연스레 대학에 입학하려는 인원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이렇다 보니, 결국 수험생이 대학 원서를 접수하고 치열한 경쟁을 통해 대학에 가는 것이 아닌 대학이 수험생을 모셔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다음으로 대학 입시 수험생들 사이에서 떠돌고 있는 대학 순위표와 무조건 인 서울, 인 수도권 대학만 찾는 편향화 현상이다.

◀인터넷에서 떠돌고 있는 4년대 전국 대학교 순위 중 상위권 대학. 대부분 대학이 서울에 소재하고 있다.

대학 순위표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대학 순위’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수백 개의 ‘전국대학순위표’가 눈앞에 나타난다. 이 표를 살펴보면 지방거점국립대학과 KAIST(한국과학기술원) 등 특수대학을 제외하면 대다수의 대학이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위치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심지어 이 순위에도 들지 못한 지방 소재의 대학이나 경쟁률이 떨어지는 대학은 ‘순위권 이하 대학 의미 없음’, ‘이하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것)’이라는 문구를 사용하면서 대학 서열화를 조장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험생들은 이 순위 안에 포함된 대학에 가고 싶어 하고, 위 순위에 들지 못한 대학은 원서접수조차 하지 않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더 나아가, 이들 대학 간의 경쟁률 또한 매우 차이 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건국대, 한양대, 중앙대 등 흔히 수험생들 사이에서 인 서울 대학이라고 불리는 서울 주요 15개 대학들의 2021년 대학 수시 경쟁률은 평균 16.37:1로 그야말로 박 터지는 경쟁률을 보인다. 그러나 지방권 대학의 경우 평균 5.6:1로 낮은 수치를 보인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은 “2021학년도 수시 경쟁률이 6:1 미만인 대학은 106개 대학으로 전년보다 20곳 늘었다.”라며 “수시에서 수험생 1명이 6회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인원 미달인 대학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결국 대학 순위에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거나 거론조차 되지 않은 대학들은 수험생의 선택을 받지 못해 입학 경쟁률이 떨어지고, 자연스레 입학 인원도 줄면서 학교 운영 자체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물론 정부도 이러한 문제에 가만히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1998년 국립대학구조조정계획, 2010년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평가, 2015년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지나 2018년, 문재인 정부는 대학기본역량진단이라는 대한민국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을 통해 대학을 5단계(자율개선대학, 역량강화대학, 재정지원 제한대학 유형1, 재정지원 제한대학 유형2, 한계대학)로 구분하여 대학의 경쟁력을 평가한 후,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대학은 인원 감축 권고, 사실상 인원 감축 명령을 내려 경쟁력 있는 대학을 선별하였다. 그러나 내년 2021년 평가서부턴 대학 정원을 자율에 맡기기로 한 대신, 학생 충원율의 평가 비중을 높여 충원율이 부족한 대학에 대해 낮은 등급을 주고 정부 지원을 제한하기로 하였다. 이를 아는 지방 대학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스스로 정원 감축을 하여 충원율을 높이고 있다. 한 지방 대학의 관계자는 “시장 논리로만 가버리면 그렇지 않아도 힘든데 어떤 방식으로 정하더라도 지방 대학들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시민단체는 문재인 정부의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에 대해 일부 공감하면서도, 대학 서열화 완화에 앞장서야 하는 국회에서부터 이미 인 서울 대학 출신자들이 많다고 말한다. 교육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의 후보자 명부와 포털사이트 인물 정보를 통해 21대 총선 당선인들의 대학 출신지를 조사한 결과, 인 서울 대학을 졸업한 당선인은 총 238명으로 전체 국회의원들 중 약 79%의 국회의원들이 인 서울 대학을 졸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결과를 통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국회의원 비중이 ‘인 서울 대학’에 치우친다면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 해소 문제라든지 지방대 육성 문제 등을 균형 있게 풀어내기 어려울 수 있다.”라면서 “여당인 민주당의 의석이 180석에 달하는 만큼 문재인 정부 집권 후반기에는 대학 서열화 완화와 같은 근본적인 개혁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 자체에도 문제를 제기한다. 민주당의 강득구 의원(경기 안양 만안)은 지난 10월 21일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지금의 대학평가는 지방대의 피를 말리는 획일화된 평가”라고 비판하며 “대학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척도인 평가 기준을 교육부 임의대로 설정하지 말고, 대학들과 머리를 맞대고 다시 설계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즉,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를 5단계를 나누는 것과 교육부 마음대로 기준을 정하는 것 자체부터 서열화를 조장하는 것으로, 각 대학이 특화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하고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렇게 지방 대학 문제에 관해 끊임없는 논쟁을 하지만 결국 대학 선택은 수험생들의 몫이다. 수험생들은 지방 대학의 위기와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 또, 이들이 대학을 졸업 후 입사 시험을 치를 때 사실상 대학 이름이 절대적인 평가요소인 것을 수험생 스스로 잘 아는 만큼 일명 네임드(사람들에게 이름이 많이 알려진) 대학의 경쟁률은 심화하는 한이 있어도 당분간 줄어들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잃은 지방 대학들은 존폐 위기 대상이 되었다. 결국, 이러한 위기감을 느낀 대학은 맨 앞에 서술했듯이 수업료 할인이나 기타 수험생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혜택으로 수험생들을 붙잡으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매년 감소하는 지방대학 경쟁률 지표, 저출산으로 인해 줄어드는 학령인구 수와 가속화되는 수험생들 사이의 대학 서열화 현상이 보여주듯이 이런 노력에도 수험생들에게 주목받지 못한 대학은 교육계와 수험생들에게 도태되어 ‘학생 없는 학교’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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