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자 한숨, 패닉

송파구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남구 일대 / 연합뉴스
송파구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남구 일대 / 연합뉴스

금융당국은 지난 13일 고소득자의 고액 신용대출 규제와 함께, 1억 원이 넘는 신용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연소득 8000만 원 이상의 고소득자가 1억 원 이상 신용대출을 받고 1년 이내에 규제 지역(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에서 집을 구매하면 2주 안에 대출을 회수하는 방안이다. 

신용대출 규제는 오는 30일부터 연소득 8000만 원 이상의 고소득자가 신용대출을 1억 원 이상 받으면 총부채원리금상한비율(DSR)을 은행권 40%, 비은행권 60%로 제한된다. 이는 연봉이 1억이라면 갚아야 할 원리금이 4000만 원을 넘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번 규제는 코로나 19 사태에 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신용대출에 제한을 두었다. 또한 규제 지역으로 선정된 수도권의 집값이 폭등하면서 그에 대한 대비책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가계대출이 자산시장 이상과열로 이루어지고 있어 관리가 필요해 가계부채관리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규제를 대입해보면 연봉 8000만 원의 회사원이 신용대출 1억 원을 가지고 있는 경우, DSR 적용 전에는 1억 2000만 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적용 후에는 대출 가능 금액이 1900만 원으로 제한된다.

따라서 무주택자 실수요자의 주택 마련이 더 어려워졌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현재 시행되는 정책으로 집값이 급등함과 동시에 전세난이 이어지고있다. 더불어 개인 신용대출까지 규제 범위를 확장하자 개인의 거주 이전 자유와 재산권 침해가 선을 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서민, 실수요자는 최대한 보호한다.’는 대원칙하에 진행되지만, 수도권 실거주용 아파트를 알아보던 국민들은 “수도권 대부분이 규제지역인데 어떻게 집을 사냐”며 울상지었다. 

신혼부부 A씨는 “규제가 30일부터지만 신용대출을 받기 어렵다”는 대출상담사의 말에 한숨을 내쉬었다. A씨 부부는 신용대출을 받아 주택 가계약에 필요한 돈을 지급할 계획이었다. 대부분의 모든 은행에서 “DSR 규제 강화로 신용대출이 급증해 연소득의 150% 한도의 신용대출을 해주기 어렵다”고 말한다.

A씨는 “이미 가계약금을 치른 상태인데 갑작스레 신용대출이 막혀 당황스럽다. 돈을 빌릴 방법을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지만 어쩌면 계약금을 빼야 할 수도 있다”며 신세를 한탄했다.

DSR 규제로 젊은 부부들이 각각 1~2억씩 대출받아 3~4억을 만들어 집을 산다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다 쓴다)’로 주택을 구매할 길이 막혔다. 은행 관계자는 “규제 지역의 집값이 폭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을 이용해 주택을 구매할 길을 제한하는 것은 무주택자에 너무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DSR 규제 내용이 불명확해 2금융권으로 옮겨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다만 30일 이전에 이미 신용대출을 받아 연장하거나 금리·만기 조건만 변경해 재약정하는 사람은 규제 대상이 아니다. 마이너스 통장은 미리 한도를 열어둘 경우 규제를 피해갈 수도 있다.

따라서 지난 13일 규제가 발표된 후 나흘 새 대출 수요가 급증했다. 이는 강화된 규제가 적용되는 시점은 이달 30일이지만 이전에 대출을 미리 받아 놓으려는 ‘막차’ 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30조 5064억 원으로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규제를 발표하기 전날인 12일(129조 5053억 원)보다 1조 11억 원 늘어난 금액으로 증가가 이례적이다. 

지난 13~16일 나흘간 KB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이 받은 신용대출 신청 건수는 2만149건이다. 일주일 전 같은 기간 신청 건수인 1만 4000건과 비교했을 때 6000건 가량 증가했다. 규제 전 대출 수요 급증에 따라 은행별 대출수요가 줄어들어 추가 대출 불가 등의 현상이 극심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DSR 규제에 의한 ‘풍선효과’로 평가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월별 신용대출 증가 폭이 2조 원대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5대 시중은행을 기준으로 보름 새 1조 6000억 원이 넘어가 다시 3조 원대로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작년까지는 연봉의 2~3배, 상반기에는 150%까지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하반기부터는 연봉을 넘는 대출이 불가능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정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계속 오르면서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규제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며 “취약계층의 주택 자금 마련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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