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영끌’ ‘동학개미운동’

최근 20·30세대 사이에서 주식 열풍이 불고 있다. 치솟는 부동산 가격은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 10억 원을 넘겼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사상 첫 0%대 기준금리 시대에 접어들며 적금과 예금의 이자가 사라지고 저축도 무의미해졌다. 월급만으로 내 집 마련은 꿈도 꿀 수 없어진 젊은이들은 ‘한방’을 노리며 주식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코로나19 초반이던 1월부터 3월까지 외국인들은 10조 원어치의 한국 주식을 매도했다. 그러면서 국내 증시가 폭락했고 이곳에 20·30세대의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돈이 몰렸다. 주식 ‘저가 매수’의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20~30대 연령층의 주식 계좌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이상 늘었다. 금융감독원의 통계에서도 주식 투자를 위한 청년층(만 30세 미만)의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해 말 1600억 원에서 지난 9월 15일 기준 4200억 원으로 162.5% 급증했다.

20·30세대가 주식시장에 발을 들이며 그동안 접근하기 어려웠던 주식의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있다. 이들의 특징은 투자 정보를 유튜브·카카오톡·밴드 등 소셜미디어에서 얻는다는 것이다. 주식 관련 카페나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통해 활발하게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주식과 예능을 합친 ‘주식 예능’이 등장하기도 했다. 카카오TV 웹 예능 ‘개미는 오늘도 뚠뚠’이다. 지난 9월 2일부터 매주 수요일 아침마다 새로운 에피소드를 공개 중인 ‘개미는 오늘도 뚠뚠’은 딘딘과 노홍철 등의 방송인이 출연하고 김동환 전 리딩투자자문 대표와 주식 유튜버 슈가가 주식 멘토로 등장해 매회 출연자들에게 올바른 주식 투자 방법과 낯선 주식 용어들을 설명한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젊은이들은 월급만으로 집을 살 수도 없고 안정적인 미래를 계획할 수도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라며 “경제적 여유를 가지려면 재테크가 필수라는 절박함이 방송 프로그램에까지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라고 말했다.

주식 투자에 뛰어드는 젊은이들이 많아지며 ‘빚투’ ‘영끌’ ‘동학개미운동’등 주식 관련 신조어도 대거 등장하고 있다. ‘빚투’는 ‘빚내서 투자한다’, ‘영끌’은 ‘영혼까지 끌어모으다’를 줄인 말로 주택담보대출에 신용대출 등 가능한 모든 대출을 끌어모아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동학개미운동’은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기관과 외국인에 맞서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인 상황을 1894년 반외세 운동인 '동학농민운동'에 빗댄 표현이다. ‘개미’는 국내 개인투자자를 칭하는 단어다.

한편에서는 빚을 내서까지 주식 투자를 무리하게 하는 20·30세대의 주식 열풍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식 투자 자금 마련을 위해 정해진 한도 내에서 돈을 빌려 쓸 수 있는 대출통장인 마이너스 통장을 이용하는 젊은 층이 늘며 무분별한 마이너스 통장 개설이 자칫 채무불이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30세대가 개설한 마이너스 통장은 올해 7개월 만에 21만 4천146건을 기록했다. 연말에는 40만 건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은 망하는 지름길’이라는 주식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도 젊은 층의 주식 열풍을 그저 무모하게 한탕을 노리는 투기 행위로 바라보게 한다. 그러나 고용 시장과 임금 정체의 시기에 졸업해 치솟는 생활비와 집값, 학자금 대출을 껴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 상황을 맞은 20·30세대에겐 현재 주식 투자 말고 자산을 증식할 방법이 없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중앙은행은 이들 세대를 두고 ‘부의 축적을 잃어버린 세대’가 될 위험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또 경기 침체로부터 회복하기에 ‘가장 느린 집단’으로 분류했다.

전문가는 이러한 주식투자 열풍이 또 다른 생존방식 중 하나라고 말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2030 세대들이 주식투자에 많이 뛰어들며 동학개미가 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이들이 직장에 안정성을 느끼지 못하고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30 세대가 아닌 직장인들 역시 올해의 경우는 특별히 코로나로 인해 구조조정이 되는 경우도 많고 이로 인해 소득이 감소하기도 하니까 주식투자를 통해 또 다른 소득을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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