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노동자, ‘작업환경 개선과 차별 금지 요구’ vs 현대차, ‘본질적 책임은 없어’ 일부 여론 ‘올바른 마스크 착용 여부 확인 필요’

▲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하청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인 최해령씨. 얼굴에 분진이 가득하다. (자료제공=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전주비정규직지회)

현대자동차 전주비정규직지회에서 공개한 노동자의 사진이 노동계의 격분을 일으켰다. 그 사진에는 검은 분진을 뒤집어쓴 한 노동자가 있었다. 그와 같이 현대자동차 공장 설비를 유지·보수 업무를 맡는 이들은 집진기에 쌓인 분진을 퍼내야만 했다. 이 공장에서 근무 중인 외주업체 노동자는 “마스크를 쓰고 들어가도 작업 자체가 분진이 휘날리기 때문에 거의 30초만 돼도 그 정도로 얼굴에 묻는다고 보면 된다.”라며 이 사진들의 심각성을 일깨워줬다.

현대자동차의 하청업체 ‘마스터 시스템’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2월까지 정상적으로 지급되어왔던 3M 방진 마스크가 저품질의 다른 마스크로 대체 되었다고 말한다. 이들은 “새로운 마스크의 품질이 좋지 않아 얼굴과 마스크 사이의 틈이 아닌 면을 통해 분진이 들어온다.”라며 “몇 차례 업체 측에 마스크 교체를 문의했으나 ‘묵묵부답’이었다”고 말을 덧붙였다.

현대자동차 공장 측에 따르면 지난 2월까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직원에게 지급되었던 마스크의 가격은 개당 1,400원이었으나, 이 근래 지급되는 마스크는 약 1,200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노조 측의 입장은 다르다. 노조는 공장 측의 주장에 대해 “공장 측이 말한 가격 차이는 사실이 아니다. 적어도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라고 공장 측의 주장은 거짓임을 주장했다. 그러나 현대차가 지난 3월부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지급된 마스크의 가격이 이전보다 낮아진 것은 사실이었다.

이에 논란이 일자 현대자동차는 지난 10일부터 비정규직 노동자 12명에게 다시 기존의 3M 방진 마스크 20장을 지급하였다. 그러나 하루에 필요한 마스크 개수에는 못 미치는 수량이었다. 이에 대해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관계자는 “아직은 3M 방진 마스크 공급할 업체를 찾고 있는 단계라 조만간 지급이 안정화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 비정규직 노동자가 올바른 마스크를 착용하였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같은 작업장에서 촬영했지만, 마스크 오염도의 차이가 심하다는 것이 그 증거이다. 이 사진을 자세히 보면 코 받침용 금속 와이어 구부림 정도가 마스크마다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사진 기준 위쪽 마스크의 와이어는 구부러져 있지만, 중앙의 마스크의 와이어는 상대적으로 덜 구부러져 있다. (자료제공=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전주비정규직지회)

사진 기준 맨 위쪽의 마스크는 금속 와이어가 구부러져 있어서 분진이 덜 침투되어 마스크가 깨끗하다. 그러나 중앙에 있는 마스크는 금속 와이어가 덜 구부러져 있어서 분진이 침투하기 쉬웠고, 그 결과로 마스크가 오염되었다는 것이다. 즉, 해당 노동자는 안전 장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일을 했고, 노조는 열악한 작업환경을 알리기 위해 보호장구를 일부러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자극적인 연출을 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덧붙여, 분진으로 뒤덮인 작업장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얼굴이 분진 범벅이 된 사진만 공개하고 퍼트렸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공장 관계자는 “이 사진들로만 가지고는 그 여부를 정확히 판단할 수 없지만, 분진이 많이 발생하는 사업장에서는 노동자의 안전을 지켜주기 위해 보호장구를 올바르게 착용하는 게 필요하다.”라며 “방진 마스크를 포함해 기존에 공급했던 전체 보호장구의 품질을 다시 한번 검증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하루 앞두었던 지난 11월 12일, 현대자동차 전주비정규직지회는 이날 SNS에 ‘전태일 열사 50주기에도 대기업의 하청 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는 분진을 흡입하며 일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와 함께 이들은 “우리들의 임금 수준은 기본급 200만 원 뿐이며 현대차 공장에 상주하는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정규직 직원들이 타는 통근버스엔 탈 수 없고, 출입증도 발급해 주지 않아 매일 보안 검색대를 거쳐야 한다.”라고 주장하며 비정규직 차별 문제에 대해 거론했다. 또, “회사 측에 건강검진을 요구해도 폐활량 검사만 하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현대자동차는 이들의 입장에 일부 공감하면서도, 근본적인 책임은 외주업체에 있다고 주장한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외주업체에 노동자 한 명당 550만 원의 용역비를 주지만 실제로 비정규직 노동자가 받는 급여는 절반 정도에 그친다.”라며 마스크 논란에 관해서는 “외주 용역비를 외주업체에 주고 있는 관계로 방진 마스크를 해당 외주업체 직원들에게까지 무조건 지급해야 할 의무는 없고, 단지 안전 관리 기준에 따라 보호구 착용 등을 엄격히 관리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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