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현실화... “조세 형평”vs“세금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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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향후 10~15년에 걸쳐 부동산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올리기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고가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들은 보유세 부담이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를 기준으로 공시가격 현실화 율은 주택유형별로 공동주택 69.0%, 토지 65.5%, 단독주택 53.6% 등이다. 이를 시세의 90%로 동일하게 맞추기로 했다.

정부는 이 정책으로 인해 서민들의 세 부담이 가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내년부터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의 1주택에 대해서는 재산세를 완화하기로 했다.

정부가 확정한 90%는 부동산공시법상 적정가격을 공시하도록 한 법률 취지에 따라 최대한 시세를 반영하되, 공시가격 조사·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차를 감안한 것이다.

국토부 김흥진 주택토지실장은 “현실화 목표를 달성하면 유형별 현실화율의 형평성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가격대별로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에서 차이가 있던 문제도 개선된다”고 설명했다.

공동주택은 가격대별로 5~10년에 걸쳐 90%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이고, 단독주택은 7~15년, 토지는 8년에 걸쳐 목표 90%에 도달한다는 계획이다.

시세 9억원 미만 주택의 경우 초기 3년간(2021년~2023년) 유형 내에서 현실화율의 균형성을 제고하고, 이후 연간 약 3%씩 현실화율을 제고하기로 했다. 9억원 미만 단독주택은 2023년까지 55%를, 2035년까지90%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또 시세 9억원 이상 주택의 경우 2021년부터 연간 3%p씩 현실화 하게 된다. 즉 고가주택 일수록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가 빠른 셈이다.

공동주택의 경우 시세 9~15억원 구간은 7년간, 현실화율이 높은 15억 원 이상은 5년에 걸쳐 목표에 도달하며 같은 가격대의 단독주택은 유형 간 형평성과 상대적으로 낮은 현실화율을 고려해 시세 9~15억원 구간은 10년, 15억 원 이상은 7넌 동안 현실화하기로 했다.

단위면적당 가격을 공시하는 토지의 경우에는 이용 상황별 편차가 크지 않은 점을 고려해 시세 9억원 이상 주택과 동일하게 2021년부터 연간 약 3%p씩 현실화하기로 했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조세와 부담금, 복지수급 등의 기준이 된다. 공시가격 변동은 재산세 과세표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시세가 오르지 않아도 세 부담이 증가하게 된다. 다주택자는 물론 중저가 주택을 보유한 서민들도 세 부담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1주택 보유자의 재산세 부담 완화를 위해 1세대 1주택자가 보유한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의 재산세율을 내년부터 인하하기로 했다. 세율은 과세표준 구간별로 0.05%p씩 낮추기로 했다.

세율 인하로 인해 공시가격 1억원 이하는 최대 3만원, 1억원~2억5000만원 이하는 3~7만5000원, 2억5000만원~5억 이하는 7만 5000원~ 15만원, 5~6억 이하는 15~18만원이 감면된다. 감면율은 최대 50%에서 최소 22.2%로로 초과 누진과세의 특성상 주택가격이 높을수록 감면율은 낮아진다.

이 방안은 대만 모델을 참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도 부동산 가격 현실화율을 10년에 걸쳐 90%까지 맞춘 바 있다.

공시가격이 제도적으로 관리가 되어왔던 것이 아니고 지역이나, 개별 주택마다 가격이 다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체계적으로 과세 기반을 넓히고 부동산 가격 안정화 의미로 꼭 필요한 정책이지만 현재 시점에 급하게 시행하는 것은 아닌지, 또 서민들에게 가중되는 부동산 세 부담은 어떻게 해결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재 부동산 보유세와 거래세, 양도소득세를 한데 묶으면 우리나라 부동산 세금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정부는 집값이 오르고 부동산 거래가 증가한 탓일 뿐 인위적으로 세 부담을 늘린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10일 박형수 국민의 힘 의원실은 국회예산정책처에 의뢰해 추산한 결과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의 거래세와 보유세를 합친 부동산 전체 세금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4%로 집게 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의 평균에 0.9%포인트 높아 순위로는 7위에 자리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2020년 상향 조정된 공시지가와 국회입법조사처의 데이터를 활용해 GDP대비 보유세 비중을 계산한 결과 1.3%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2018년 0.9%에서 0.4%포인트 오른 셈이다.                      

현재도 서민들의 부동산 세 부담은 높은 편인데 부동산 세제가 바뀌면서 공시가격 90%가 현실화 된다면 분명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 된다.

조세형평,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위한 정책이 꼭 세제 정책으로 인한 세 부담으로만 이어져야 하는가 하면 그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집값 잡은 스위스의 세제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스위스의 도시계획 목표는 현존하는 건축물의 이용 수준을 최대한 고도화해서 농업 지역과 미개발 토지의 훼손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토지를 최대한 콤팩트하게 이용한다는 뜻이다. 이 같은 목적으로 스위스 연방정부는 주, 시, 타운 등 각급 지자체와 함께 전국적인 집적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또 스위스의 주택시장이 안정된 이유는 세금제도다. 지방정부는 취득세, 양도세 등 각종 세금을 징수해 모두 그 지역에서 사용한다. 이 세제가 바로 주택시장 안정의 핵심 포인트다. 부동산 개발과 거래 등에서 발생하는 모든 세금을 지자체가 징수하고 전액을 해당 지자체가 사용한다. 그러니 지방정부가 개발 사업에 우호적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개발을 반대하는 주민이 있으면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중재하여 부동산 개발이 이루어지도록 독려한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세수가 증가할수록 지역에 돌아가는 혜택이 커지므로 님비현상이 영국, 미국 등 영어권 국가처럼 심하지 않다. 결국 스위스가 집값 잡기 프로젝트에 성공한 것은 강력한 지방분권제도를 시행해서 가능했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중앙정부가 각 지자체에 지급하는 교부금 등 재정적 이유로 스위스처럼 양도세 징수 권한을 지방정부에 모두 이양할 수 없다면 지자체가 양도세의 일부라도 가져가도록 허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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