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 GS칼텍스의 경기에서 김연경이 상대 블로킹에 자신의 공격이 막히자 공을 코트에 세게 내리치고 있다.

case #1. 지난 11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 GS칼텍스의 여자부 경기에서 김연경이 자신의 공격이 막히자 분을 못 이기고 공을 내리쳤다. 이 행동으로 김연경은 구두경고를 받게 되었다. 그러나 이후 5세트에서 또다시 블로킹에 막히자 이번에는 네트를 잡아당기며 분노를 드러냈다. 이에 GS칼텍스 차상현 감독은 “왜 경고를 주지 않느냐”고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기 이후 김연경은 “네트를 끌어 내린 건 과했다고 생각한다”며 “참아야 했는데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이는 잘못됐다”고 곧바로 사과했다. 이후 KOVO에서는 이러한 김연경의 행동을 바로 제지하지 못한 당시 주심이었던 강주희 심판에게 제재금을 부과했다.

case #2. 지난 13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OK금융그룹과 KB손해보험의 남자부 경기. KB손해보험이 세트스코어 3:1로 승리를 거둔 직후 양 팀 선수단간의 충돌이 발생했다. 이유는 KB손해보험의 외국인 선수 노우모리 케이타가 OK금융그룹 선수단을 보고 세리머니를 해 ‘상대방을 보고 세리머니를 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어겼다는 것이다. 이에 감정이 상해 흥분한 OK금융그룹 선수단과 반박하며 맞불을 놓는 KB손해보험 선수단 사이에서 충돌이 발생, 몸싸움으로 번질 위기에 놓이자 양 팀 감독과 코칭스태프들이 이들을 뜯어말렸고, 경기 후 이상렬 KB손해보험 감독이 석진욱 OK금융그룹 감독에게 상기 사건에 대해 사과하면서 일단락되었다.

case #3. 지난 14일에도 비매너 논란은 있었다. 이번에도 장충체육관이었다. 현대건설과 GS칼텍스의 여자부 경기에서 GS칼텍스 이소영이 실점 후, 상대 팀 코트를 향해 공을 쳐낸 것이 원인이었다. 해당 행위는 상대팀 선수에게 공이 맞을 수 있어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비매너 행위였고, 당시 현대건설 선수들은 점수를 얻은 것에 환호하느라 이 상황을 보지 못했다. 이를 본 전영아 주심은 이소영에게 경고를 주었다.

case #4. 다음날인 지난 15일, 수원에서 열린 대한항공과 한국전력의 경기. 이번에는 선수가 아닌 벤치 쪽에서 충돌이 발생했다. 대한항공 벤치 쪽에서 한국전력 선수단에게 손가락으로 입을 막는 제스처와 함께 “조용히 하라”고 영어로 외친 것이 시작이었다. 이유는 로베르토 산틸리 대한항공 감독이 한국전력 선수단의 세리머니에 불만을 갖고 이에 대한 항의의 표시였던 것. 이에 장병철 한국전력 감독도 지지 않고 맞서 항의했고 사태가 격해질 것을 우려한 송인석 주심은 양 팀 감독들에게 옐로카드를 주었다.

이 네 가지 사건들이 모두 지난주 프로배구에서 있었던 일들이며 모두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이에 대해 ‘팬들도 있는데 경기장에서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라는 의견과 ‘승부욕으로 인해 감정표현이 나올 수 있기에 무조건 안 좋게 볼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갑론을박하고 있다. 물론 경기 중에 공격이 블로킹에 막히거나 서브에이스를 넣는 등의 여러 상황이 나오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그러한 표현이 나올 수 있다. 당연하다. 선수들도 사람이고, 감정을 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감정표현이 도를 넘어서 상대방에 자극을 주는 행위가 된다면 그것은 문제가 된다. 여자부에서 있던 두 번의 사례는 자신의 감정을 앞세워 경기 중에 비매너를 행한 것이, 남자부의 경우에는 과도한 세리머니로 상대 팀을 존중하지 않았다는 것이 원인이었다.

지난 13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 OK금융그룹의 경기에서 KB손해보험의 노우모리 케이타가 득점을 하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게임즈맨십(Gamesmanship)과 스포츠맨십(Sportsmanship)을 다시 한 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게임즈맨십이란 ‘선의의 경쟁이나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무시하며 오직 승리만을 추구하는 성향’을 말하며, 오로지 승리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어떠한 행동을 해도 용인된다는 마인드를 부르는 말이다. 이와 반대로 스포츠맨십은 ‘공정하게 경기에 임하고, 비정상적인 이득을 얻기 위해 불의한 일을 행하지 않으며, 항상 상대편을 향해 예의를 지키는 것은 물론 승패를 떠나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는 것으로 승리라는 목표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상대방을 향한 예의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과거 스포츠에서는 게임즈맨십을 우선시해 오직 승리만을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상대방에 대해서는 ‘무조건 이겨야할 상대’라고 주입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시민의식이 발전하고, 미디어의 발달을 통해 다양한 경로로 스포츠를 볼 수 있게 되면서 선수들의 윤리의식이 강조되면서 최근에는 스포츠맨십이 상당히 우선시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다보니 어느 종목이든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즉, 스포츠맨십을 어기는 행동들은 대중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기사로 보도되어 논란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허나 승부욕과 스포츠맨십 사이에서 확실한 기준점이 모호하다보니 별 것 아닌 행동도 확대해석으로 부풀려져 논란으로 번지기 일쑤인 상황. 물론 상대방이 불쾌하다면 비매너로 볼 수 있기에 조심해야하는 것은 맞지만,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모두 비춰지는 선수들 입장에서는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 자신은 단순히 감정표현을 한 것임에도 다른 이들에게는 비매너로 보여질 수 있기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음에도 이를 억누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이다. 경기에 지면 분하고 화가 날 수 있고 감정표현을 할 수 있는 건 당연하다. 또 모든 스포츠가 1등과 승리를 목표로 한다. 그러나 최근 대중들은 그 안에서도 예의가 있고 존중이 있어야 하며, 더군다나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의 선수나 코칭스태프들이 선후배 관계이기에 더더욱 이런 부분이 강조된다. 또 무엇보다도 팬들이 존재하기에 아무리 화가 나고 억울하더라도 팬들에게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면 그것은 비매너가 되고 논란이 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러한 비매너의 기준이 너무 엄격하다보니 사소한 행동 하나에도 논란거리로 만든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이 감정표현을 하는데 주의가 필요하지만 그러한 기준점이 사소한 것까지 제한하는 등, 너무 엄격하지 않은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태훈, trancex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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