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담임을 맡은 정모(33)씨는 알림장앱 알림을 확인하고 한숨이 나왔다. 학교 공지사항의 제목이 ‘청탁금지법 안내-스승의 날 촌지근절 안내’였기 때문이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학부모에게 보내는 공지사항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학급 아이들을 얼굴도 못 본 채 온라인으로만 소통하며 어서 만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얼굴도 본 적이 없는 학부모들에게 이런 공지가 가다니 착잡해졌다. 정모씨는 “교사와 학생이 대면하여 직접 부딪히면서 생활지도, 학생지도를 하는 것이 학교 교육의 반인데, 그럴 수 없는 상황에서 안 그래도 무력해진 교사를 보는 눈은 곱지 않은 것 같아 사기가 꺾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매년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스승의 날 폐지나 스승의 날을 맞이하는 학부모의 고민에 관한 기사가 많이 보인다. 그런 와중에 스승의 날에 대한 교사들의 생각을 담은 책이 나와 화제다. 《나는 87년생 초등교사입니다》는 스승의 날뿐만 아니라 교사나 학부모, 교사를 꿈꾸는 학생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보았을 문제들에 대한 밀레니얼 세대 교사들의 솔직한 해답이 담긴 책이다. 밀레니얼 세대 교사는 1980년대~2000년대에 태어난 교사들을 말한다. IMF 키즈이기도 한 그들은 어릴 적부터 안정성과 워라밸을 중요한 직업선택 요소로 여겨왔기 때문에 교사를 선택했다는 연구분석도 있다. 2017년 기준 밀레니얼 세대 교사는 교사 인구의 48.4%였고 2020년인 현재는 교사 인구의 50%를 넘는다.

《나는 87년생 초등교사입니다》에는 동시대를 사는 100여 명의 교사, 교대생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책에서 스승의 날에 대한 교사들의 생각은 다양하다. ‘스승의 날은 아직 덜 친해진 사제지간을 묶어주는 계기가 된다’는 의견부터 ‘스승의 날의 의미가 퇴색해서 부담스럽다’는 의견까지, 스승의 날에 대한 여러 사람의 관점을 균형 있게 다루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10년 차 현직 초등교사이자 밀레니얼 세대인 저자는 “스승의 날만큼 사람마다 의견이 다양한 주제는 없는 것 같다”며 “예상 밖으로 많은 사람들이 스승을 공경하는 문화를 아름답게 여기고 지키고 싶어한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다만 사회가 진정으로 공경하고 귀감으로 삼을만 한 스승이 필요할 뿐이라며, 스승의 날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책에서 더 주목할 만한 점은 스승의 날과 관련하여 일반인의 생각도 물었다는 것이다. 스승의 날을 바라보는 여러 관점의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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