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특수보육과 전공 대학생 한규빈씨를 만나다

유아특수보육과 전공 대학생 한규빈씨
유아특수보육과 전공 대학생 한규빈씨

12월 5일 국립한국복지대학교 유아특수보육과에 재학 중인 대학생 한규빈씨와 인터뷰를 나눴다. 규빈씨는 두 돌쯤 고열로 인한 귀세포 손상에 의해 청각장애 판정을 받았다.

 

현재 농교육 시스템은 문제가 많다. 농학생들을 위한 특수학교에서 교사들이 수어가 아닌 구화로 교육하고 있으며, 농학생이 일반 사회에 적응시키기 위해 구화 사용을 강요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농학생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채로 살아간다. 결국 자기가 원하는 미래가 무엇인지, 꿈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상황에 처해진 것이다. 규빈씨는 다른 농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해주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유아특수보육과에 진학하게 되었다.

 

”한국 농학생들은 양육자가 농교육이나 농사회 정보들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농교육을 받지 못하고 자라 방황하다가 공장에서 일하는 경우가 종종 봤어요. 앞으로의 일은 모른다고 하잖아요. 만약 주변에 농인들이나 농학생들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도와서 자기가 분명히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기에 규빈씨의 부모님은 수어로 교육하는 학교를 찾아 특수학교 부설 유치부를 다닐 수 있도록 했고 이후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하지만 특수학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선생님들 대부분 구화로만 가르치고, 청각장애 학생들에게 구화를 배우도록 했다. 그런 상황에서 부모님은 규빈씨가 농인으로서 수어를 배우며 자라나는 것을 바랐기에 특수학교 다니는 것을 그만두게 했다.

 

”부모님이 구화를 쓰도록 강요하지 않으시고 농인으로 당당하게 수어를 쓰며 살아가기 원하셨어요. 구화를 아예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 역시도 굳이 구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수어로 의사소통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부모님은 규빈씨가 특수학교에 다녔을 때 만난 친구의 부모님과 농교육에 대해 많은 고민을 나눴다. 그 후, 아는 농인 두 분께 부탁하여 농대안학교를 설립했다. 그곳에서는 모든 수업을 수어로 받았지만 경제적인 부담으로 운영이 어려워 2년 반 만에 폐교하게 되었다. 이후, 초등 4학년 2학기부터 대안학교 사랑방 공동체 학교 (초등교육과정 : 어린이 학교, 중고등교육과정 : 멋쟁이 학교)에 편입하여 고등학교 과정까지 마쳤다.

 

”학교에 장애학생이 저 한 명이었어요. 못난 성격에 의사소통이라는 벽으로 다른 학생들과 오해가 생겨 자주 싸웠고, 선생님들한테 참 많이 혼났었죠. 하지만 선생님들이 저를 많이 사랑해주셨고, 선배 언니들이 저를 잘 보듬어주었어요. 덕분에 못났던 성격이 많이 좋아졌죠. 최근에도 그 언니들을 감사하게 생각하곤 해요.“

 

농학생들이 비장애인 학생들처럼 다양한 경험을 하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대안학교로 편입하게 된 건 규빈씨에게 좋은 기회였다. 매년 100KM 도보여행, 3박 4일 지리산 종주 여행, 어학연수 위한 중국 교환학생, 한 달간의 유럽여행 등 다른 또래들보다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녀의 꿈 또한 농교육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대안학교 개교하기 전 소보사에 합류하여 단체의 임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소보사는 ‘소리를 보여주는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수어 중심과 더불어 농정체성과 공동체성 강조하는 단체이며, 현재 농학생들을 위한 대안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소보사 대안학교 기숙사에서 6개월간 봉사했었어요. 그 해가 초창기여서 일하는 사람이 부족했죠. 농인들 중에서 제가 유일하게 대안학교 출신이고, 기숙사에서 생활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대표님께서 저에게 부탁하셨어요.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이 적응하는 시기라서 학생들과 의견 충돌이 많았고, 생애 첫 일터가 너무 고되어서 힘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하지만 학생들이 잘 커서 소보사 대안학교에서 잘 다니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기분이 참 좋더라고요.”

 

규빈씨는 스스로 욕심이 참 많은 사람이라고 했다. 그녀는 농교육에 관련된 일을 하고 싶지만 다른 일들도 해보고 싶어서 아직은 좀 헤매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해보고 싶은 것들을 더 많이 경험해봐야 자기가 정말 원하는 꿈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농아란 ‘청각장애로 인해 말하지 못하는 장애를 가진 이들’로서 청각장애와 언어장애를 동시에 가진 사람들을 말한다. 우리가 흔히 아는 수화는 수어로 바뀌었고, 수어는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지닌 농인의 고유한 언어’가 되었다. 우리는 ‘농인’이라는 말 또한 자신을 극복해야 할 장애를 가진 이가 아닌 농인으로 인정하고 수어라는 언어를 사용하는 소수민족으로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한국도시환경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