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내 인생의 반환점이 된 산티아고 순례길

 

많은 사람들이 인생 버킷리스트에 넣어두고도 감히 결행하지 못하는 일 중의 하나가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이다. 순례길은 말 그대로 순례자들에게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지만, 오랜 시간 동안 반복되는 걷기의 지루함과 육체적 고통 역시 그만큼 크기에 감히 결행하지 못한다.

젊은 나이이기에 자신을 돌아보는 순례길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과감한 도전을 위한 호연지기를 키우기 위해 순례길을 걸었던 임영 수씨는 “순례길은 나에게 도전이었고, 새로움에 대한 망설임을 줄여준 길이었다고 말했다. 그를 12월 11일 용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임 씨는 지난 봄 순례길을 마치고 복학하여 현재 용인대 영어과 3학년으로 재학 중이다. 임영수 씨는 시험 기간이라 그런지 조금 피곤해보였다. 그래도 이번 시험만 끝나면 방학이라는 말을 하면서 웃음을 보였다. 그는 첫마디가 ”이제 인생의 모든 일에 대해 나는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러면서 이러한 생각은 순례길을 무사히 완주하면서 얻게 된 값진 보물이라고 설명했다.

임 씨는 산티아고 순례길이란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종교적인 이유 또는 또 다른 이유로 걷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순례자들은 필 그림이라고 표현하는 프랑스의 생장 피에르포트에서 시작해 스페인 산티아고까지 총 800KM 를 걷게 되며 보통 34일에서 40일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지도를 보여주면서 임 씨는 수많은 크고 작은 도시들을 20KG 정도 되는 배낭을 메고 하루에 20km 내지 30Km씩 걸었다고 설명했다.

임 씨는 전역을 한 달 정도 남겨두었을 때 그토록 원하는 일이지만, 대부분의 군 생활을 마칠 때 남자들이 겪는 또 다른 불안감을 겪게 되었다. 그는 전역을 앞둔 시점에 대해 “막상 닥쳐오니 두려움과 걱정이 앞섰다.”고 했다. 그때 읽은 책이 ‘완벽한 공부법’이라는 책이었는데, 저자는 그 책에서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겪은 많은 일들이 자신의 삶을 바꿨다는 내용이었는데, 이때 임씨는 새로운 도전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단다. 그는 2018년 1월 2일 부터 2월 5일까지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도전과 극복 과정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에 대해서 임 씨는 가장 기억나는 장면들을 말해줬습니다.

임 씨는 자신이 술을 굉장히 좋아하지만 같이 갔던 친구도 마찬가지로 술을 좋아했다고 말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일주일 정도가 지나 한 도시에 머무를 때, 그 친구와 같이 숙소에서 가볍게 맥주 한잔을 마실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우연히 같이 숙소를 쓰던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게 되어 술을 마시게 되었다. 술자리가 늘 그렇듯 흥겨웠다. 분위기에 취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가 눈을 감았다 떴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은 거실 바닥에 널브러져 자고 있었다.

너무 놀랐다. 외국에 와서 정신을 잃을 정도로 술을 마시다니 생각하면서 주위를 살피는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방에 들어간 친구들도 침대에서 떨어져 바닥에 누어있고 앉아서 자고 있는 친구들도 있고 같이 술을 마신 친구 모두가 자신과 같은 상황이었다. 그때 기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 그들은 좋은 친구가 되어 같이 순례길을 걸었고, 외국 친구들은 서로를 ‘드렁큰 브라더스’라고 불렀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웃긴 별명이네요.”라며 크게 웃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잊혀지지는 않는 건 “순례 기간이 겨울철이었는데 가는 곳마다 숙소가 만원이어서 다음 숙소가 있는 곳까지 걷다보니 아침 7시에 시작한 순례길은 13시간을 걸어 저녁 8시에 한 숙소를 잡은 뒤에야 멈출 수 있었어요. 해는 이미 진 이후에 순례기를 걷는다는 것은 청년인 우리들에게도 너무도 힘든 일이었어요. 겁도 나고,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좋은 기억이었지만 그때는 죽고 싶은 마음 밖에 없었습니다.”라며 그 때의 기억을 더듬어 말했다.

순례길에서 어려운 일은 그밖에도 많았다고 한다. 그는 가장 어려웠던 일들을 이야기해달라는 말에, 우선순위를 정할 수 없을 정도로 난감한 일들이 많았었다면서, 몇 가지를 들려주었다. “걸으면서 신발 밑창이 걸은 지 3일 만에 찢어져서 가끔은 크록스를 신고 걸어야 했고, 다이소에서 산 5000원짜리 판초 우의가 구멍이 나서 겨울비를 쫄딱 맞으며 걸어야 했던 일, 술에 취해 핸드폰과 지갑을 소매치기 당한 일, 함께 한 동료와 하루 3만원으로 해결 했던 일 등 정말 많았어요.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니 이것이 순례길이고, 그런 일들 모두가 순례길의 한 과정이었네요.”라며 모든 것이 즐거웠던 일들이었던 것처럼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며 임 씨는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고 질문에 답해주었다.

그러면서 그는 “하나도 안 힘들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행복했습니다. 그래도 힘든 점을 말하자면, 스페인에서 한국의 가족들과 영상 통화 할 때마다 ‘부모님은 많이 힘들지?’라며 걱정을 많이 해주셨는데 그때마다 보고 싶었고 밤에는 특히 가족 생각이 많이 났는데, 그 때가 힘들었던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또 아침 6시에 일어나 20KG 배낭을 등에 메고 산을 넘어갈 때, 익숙하지 않은 스페인어로 대화할 때, 가끔씩 일어나는 인종 차별, 무릎과 발바닥에 상처와 물집 등 육체나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꼭 극복해 내겠다는 마음으로 항상 임했던 것 같습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마치고 나서 어떤 기분이나 느낌은?

 

“2018년 2월 5일 산티아고 순례길을 마쳤는데, 산티아고 순례길을 마치고 난 뒤에 오는 기분은 공허함이었습니다.” 그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그토록 바라던 완주였음에도 더 이상 걸을 수 없다는 사실이 서운했다고 한다. 매 번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친구와 도란도란 이야기 하며 걸어가던 숲 속이나 인사 해주던 스페인 사람들, 특히 길을 잃었을 때 직접 안내해주는 모습이 감동이었다고 얘기한다.

“마지막에 산티아고 성당 앞에서 사진을 찍었을 때는 이제 순례길과 이별이구나 생각과 목표를 이루고 난 뒤 허전함이 밀려 왔어요.”라며 “그러나 허전함은 잠깐이었고 미래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야 하기에 순례길은 잠깐 지나가는 정류장에 불과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그 순간을 그렇게 그는 회상했다. 또한 순례길 과정에서의 많은 일들을 통해서 진정한 의미의 도전을 배웠고 도전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법 역시 배웠다는 말도 빼놓지 않고 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돌아온 후 삶에서 바뀐 점이 있다면?

 

임 씨는 삶 속에서 순례길을 통해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용기는 대단 한 것이 아니다”면서 “나는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는 생각과 목소리를 통해 800KM를 걸었다.”고 말한다. 누구나 자신의 목표에 도전할 수는 있지만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하면서 임 씨는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법을 배웠다.”고 자신 있는 말투로 말했다. 또한 “자신을 과소평가하지 않기, 나를 사랑하는 법, 사소한 일에 감사하기는 순례길이 아니었다면 배우지 못했을 것입니다.”라는 말도 남겼다.

임 씨는 인터뷰를 마치며 “도전을 두려워한다면 인생에서는 아무것도 시작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자신은 단지 비행기 티켓을 끊고 한 발 한 발 나아간 사람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사람들에게 정상에 오르기까지는 과정도 중요한 법이고 절대로 의미 없는 과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저작권자 © 한국도시환경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