팅커벨 프로젝트 대표 황동열씨를 만나다.

 

 

 

 

11월 29일 ‘팅커벨 프로젝트’ 대표 황동열씨를 만났다. ‘팅커벨 프로젝트’는 길거리에 방치되거나 안락사 위기에 처한 유기동물을 구조해 치료부터 입양까지 도와주는 비영리 단체이다. 

“이제는 유기동물을 구조하는 게 제 인생 그 자체라고 생각해요.” 자신이 추구하는 인생에 대해 말하는 황 대표의 표정은 단호했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뚱아저씨’로 더 잘 알려져 있다는 황동열 대표. 황 대표의 한 마디는 그동안 얼마나 유기동물 구조에 힘 써왔는지 깨닫게 해줬다.

 

 

'팅커벨 프로젝트' 대표 황동열씨 인터뷰 장면
'팅커벨 프로젝트' 대표 황동열씨 인터뷰 장면

강아지 ‘팅커벨’을 위한 추모로 탄생 된 팅커벨 프로젝트

 

‘팅커벨 프로젝트’는 2013년 유기견 보호소에서 안락사 직전이었던 말티즈 한 마리를 데리고 나왔다가 파보 바이러스에 걸려 하루 만에 죽은 아이의 이름에서 비롯됐다. 장례를 치른 뒤, 치료도 못 받고 죽은 작은 강아지 팅커벨을 추모하며 황 대표와 4명의 사람들은 ‘팅커벨 프로젝트’를 설립했다. 그들은 버려진 동물뿐만 아니라 안락사를 앞두고 있는 유기동물을 구해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유기동물 구조 단계는 총 다섯 단계로 이루어진다. 구조부터 검진, 치료, 돌봄, 입양, 사후관리까지이다. 검진 단계에서는 총 여섯 가지 검사가 시행된다. 항체가 검사, 심장 사상충 검사, 홍역 검사, 파보 바이러스 검사,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 혈액 검사를 하고 이상이 발견되면 바로 치료에 들어간다. 또한 보균기간이 있기 때문에 2주 동안 격리 기간을 거친 후 팅커벨 입양 센터에서 다른 동물들과 합사를 한다. 이 단계가 마무리되면 새로운 주인을 찾을 때까지 입양센터에서 보호한다. 

 

 

5명에서 8000명의 대규모 보호단체로 성장

 

고작 5명의 소규모 집단에서 시작한 ‘팅커벨 프로젝트’가 8000여명이 넘는 대규모 동물 구조 단체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황 대표의 사명감이 담긴 투명한 재정 운영 방식이었다. ‘팅커벨 프로젝트’는 회원들의 회비와 후원금, 후원 물품으로 운영된다. 후원금과 회비의 사용 내역 등의 수입과 지출을 황 대표의 의사로 모든 회원에게 낱낱이 공개한다. 이에 대해 황 대표는 “회원들이 낸 돈이 어디로, 어떻게 이용되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해요.”라며 평소의 자신의 소신이라고 말했다.

2013년 5월 19일부터 2019년 11월 29일까지 주말을 제외한 평일에 단 하루로 거르지 않고 후원금에 대한 수입 및 지출을 매일매일 포털 다음 팅커벨프로젝트 카페에 올리고 있다. 게다가 대표라고 해서 임의대로 구조하고 계획을 추진하지 않는다. 15명으로 구성된 운영위원과 논의를 한 뒤 문제점을 수정하고 보완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다음 모든 회원들에게 공유한 뒤 동의를 얻어 진행한다. 투명하고 민주적인 운영체재는 ‘팅커벨 프로젝트’가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퍼스널 트레이너에서 동물보호단체 대표로

2012년도 까지는 네이버 파워블로거로 활동하는 유명한 퍼스널트레이너였던 황 대표는 불의의 화제사고로 어머니를 잃고 바로 다음 달 폐암으로 아버지를 잃은 후 슬픔에 잠겨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나름 몸도 마음도 건강했는데 감당이 안 되는 슬픔에 폭음을 매일 했어요.” 라고 말하는 황 대표의 눈가가 촉촉해지더니 한 숨을 한 번 내쉬고 마음을 다잡고는 유기견 이야기를 계속해 갔다. “그러다가 부모님께서 이렇게 사는 제 모습을 바라진 않을 것 같아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강아지를 분양 해 강아지와 함께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강아지에 대해 찾아보게 됐죠. 그러다가 우연히 발견한 사진에 강아지 옆에 ‘오늘 입양하지 않으면 안락사 당합니다.’라고 써 있는 것을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았어요.”라고 말한다. 

우연히 보게 된 사진으로 유기견에 관심이 생긴 황 대표는 펫 샵이 아닌 안락사 직전의 진돗개 흰순이, 흰돌이를 입양하게 되었다. 그 뒤 유기견 보호소에 후원을 시작했던 황 대표는 후원을 넘어서 구조, 입양까지 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황 대표는 인터넷 카페 내에서 ‘유기견 구조하시는 분’으로 소문이 나 유기견 관련된 제보가 계속 들어왔고 그 유기견들을 구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팅커벨 프로젝트까지 오게 되었다. 

이 길은 원래 자신이 뜻하지 않은 길이었다면서 “원래 저의 삶의 가치는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웰빙이었어요. 좋은 곳에 가고 좋은 것을 먹는 거에 초점을 맞춰 삶을 살았죠. 그러다가 이제 유기견 보호를 하면서 내 개인의 웰빙보다 소중한 한 생명을 살리는 것, 이것이야 말고 큰 가치라고 마음이 바뀌었죠.”라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구조, 빗속에서 구한 슈나우저 우찬이

 

“2013년에 구조한 슈나우져 ‘우찬’이가 있어요. 경기도 성남시 금광동에 사람이 한 명 정도 들어갈 만한 좁은 골목에 강아지가 떨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어요. 그날 제가 몸이 안 좋았고 천둥도 치고 비도 많이 왔어요. 그런데 제가 안가면 얘가 죽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달려갔죠.”라며 우찬이 구조 당시를 회상하던 황 대표는 아직도 6년 전 그날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당시 우찬이를 발견했을 때 전깃줄에 온몸이 감겨져 떨고 있었다. 삶을 포기한 모습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우찬이가 너무 안타까워 그는 괜찮다고 연신 속삭였다. 한달음에 달려간 병원에서 한쪽 다리가 두 동강이 난 복합 골절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3개월 이후 걷을 수 있게 되어 좋은 가정으로 입양됐다. 그는 우찬이가 행복하게 잘 지내는 사진을 볼 때 뿌듯하다고 한다.

 

 

 

뚱아저씨가 꿈꾸는 유기 동물 없는 세상

 

황 대표가 말하는 유기동물 발생을 방지하는 방법에 대해 법적 제도와 일반인이 할 수 있는 것으로 나눠 설명했다. “우선 강아지 공장을 법적으로 없애야 해요. 그리고 마이크로칩 등록을 필수로 하게 하고 하지 않을 시 과태료를 세게 물려야 해요. 여러분들이 키우는 반려견도 여러분들의 가족입니다. 가족을 정말 내 아이처럼 사랑하는 마음으로 품고 돌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 말을 이어가는 황 대표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단호했다. 집에 반려동물을 들일 때, 아이를 평생 끝까지 책임지고 돌볼 수 있는가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본인이 책임을 질 수 있을 때 그때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황 대표가 꿈꾸는 유기동물이 없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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