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깍이 만학도 이야기

60세 엄마 박종혜의 늦깎이 대학 도전기

 

12월 19일, 60세에 대학생이 된 박종혜씨를 만났다. 그녀는 19학번으로 사이버대학교에 입학했다. 사이버대학교란 첨단의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사이버 공간을 활용하여 학사. 전문학사, 석사 학위를 수여할 수 있는 대학을 말한다. 그녀가 늦은 나이에 어떻게 대학까지 입학하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엄마로서의 삶이 아닌 ‘나’의 삶

그녀는 셋 딸을 키운 엄마이다. 스물 후반에 첫 번째 애를 낳았고 2019년이 되어서야 막내아이가 대학교를 졸업했다. 그러다 보니 그녀 나이는 벌써 육십이 되었다. 세 자녀 모두 이제 집을 나가고, 자리 잡다 보니 그제야 “내가 어떤 꿈을 꾸고 있었는지, 엄마로서의 삶이 아닌 나 박종혜의 삶을 살아보고 싶었다.”며, “가방 줄이 짧은 것이 항상 자식들에게 부끄럽고 스스로에게 아쉬운 일이었다.”라며 늦깎기로 대학에 진학 한 이유를 밝혔다. 또한 “물론 캠퍼스 라이프가 있는 멋진 대학생까지는 욕심낼 수 없지만 당당히 사이버대학에 등록하고 만학도로서의 새로운 인생을 만끽하고 있다.” 고 전했다.

 

사이버대학교 중국어학과 19학번 박종혜

막연하게 대학은 입학해야지 하고 생각만 했지, 사실 구체적으로 무슨 전공을 할지, 무슨 과로 진학할지를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단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전공을 결정하고서 대학 진학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회고했다. “어떤 과를 진학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에 첫째 딸이 중국 드라마를 자막없이 보는 것을 보고 중국어학과로 진학해야겠다.”고 옆에 있는 딸에게 말했다. 사실 중국어 학과를 선택한데에는 큰 이유는 없었다며 수줍게 웃었다. 처음에는 물론 영어도 잘 못하는 입장인지라 중국어를 배우는데 큰 어려움이 많았다. 또한 컴퓨터 사용도 미숙한데다가 중국어 발음을 녹음해야 하는 헤드셋부터 시스템까지 어려웠지만 셋 딸의 도움으로 한 학기를 무사히 마쳤다.

 

늦깎이 대학생의 즐거움

그녀는 “대학에 졸업할 때쯤엔 딸과 함께 중국 드라마를 자막 없이 보고 싶다.”고 목표를 당당하게 말했다. 또한 “대학 졸업 후에는 중국 여행이나, 문화센터에서 중국어 교실을 열어 어르신들과 함께 중국어가 얼마나 재미있는 언어인지를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 나이에 대학교를 가는 것이 너무 창피하고 부끄럽기도 하지만 한 살이라도 더 나이 들기 전에 대학에 입학하길 잘 한 것 같다며 입학을 고민하고 있는 만학도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기 위해 학점 관리도 열심히 하고 수업 참여도 열심히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배움에 때가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 진짜 늦은 것이다.’ 라는 말이 꼭 맞는 것 같지는 않다. 물론 늦깎이 대학생이 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찌 보면 학업에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는데도, 배움에 대한 갈망을 머릿속만이 아닌 행동으로 옮긴 대단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우리는  엄마로서의 인생을 잠시 내려두고 ‘나’ 의 인생으로 제 2막을 살고 있는 박종혜씨와 더불어 늦깎이 대학생들을 응원한다.

 

정다솔 기자 j_daso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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