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LUS 대표 박종호 디자이너를 만나다.

11월 30일 P-PLUS COMMUNICATION의 대표를 맡고 있는 27년 차 디자이너 박종호 씨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P-PLUS는 기업의 로고를 디자인하거나 공사현장의 가림막 등의 환경디자인을 주로 진행하는 디자인 업체이다. 드라마나 영화 속 디자이너는 현실의 디자이너의 삶과 많이 다르다고 말하며 본인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P-PLUS 대표 박종호 디자이너
P-PLUS 대표 박종호 디자이너

그림이 좋았던 아이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기 좋아했던 박종호 씨는 학창 시절 수채화, 유화 등의 순수미술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입시를 준비하면서 순수미술에 대한 애정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지금도 그렇지만 순수미술의 전망이 그렇게 밝다고 생각되지 않았어요. 잘 돼야 미술 선생님이 돼서 학원을 차린다거나 학교 미술 선생님이 되는 거였죠.” 

그러다 디자인이라는 업종이 박종호 씨 눈에 띄게 되었다. 80년대 후반에는 컴퓨터가 잘 보급이 돼 있지 않아 디자인을 직접 종이에 해야 했기 때문에 디자인은 전문가만 할 수 있는 생소한 선진 업종이었다고 말한다. 박종호 씨는 선진 업종에 대한 호기심에 디자인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고 서울예술대학교 응용미술과에 진학을 하게 되었다.

순수미술을 공부했던 박종호 씨는 순수미술을 바탕으로 디자인을 했고 대학교에 재학하는 내내 다른 친구들보다 더 뛰어난 성적을 얻을 수 있었다. 

“다른 친구들은 단순한 선과 면으로 디자인을 구성할 때 저는 순수미술을 공부하며 배웠던 표현능력을 사용해 실사화를 디자인에 접목시켰어요. 그게 큰 강점이 됐죠. 순수미술을 하지 않은 친구들은 쉽게 할 수 없는 일이에요.” 

 

내 이름을 건 회사

졸업 후 종합 광고 대행사에서 일을 하던 박종호 씨는 본인이 원하는 디자인을 하고 싶었지만 온전히 디자인에만 집중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여러 매체의 디자인을 관리하다 보니 보람도 있었지만 여러 팀의 디자인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니 내가 의도치 않은 디자인으로 광고주를 설득해야 되는 상황도 벌어지더라고요. 직급이 올라가 총괄 책임자가 됐을 때는 더욱더 하는 일이 디자인보다는 프레젠테이션 위주가 되기도 했고요.”

그렇게 종합 광고 대행사에서의 디자이너로서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았던 박종호 씨는 작은 회사여도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본인 이름의 성 PARK에서 P를 딴 'P-PLUS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디자인 회사를 설립하게 되었다.

P-PLUS 커뮤니케이션이 하는 일은 박종호 씨의 전문 분야 ‘아이덴티티 디자인’과 예전부터 흥미를 느꼈왔다는 ‘환경디자인’ 두 개로 나누어진다.

“아이덴티티 디자인은 기업의 이미지에 맞는 로고를 디자인해 주는 일이에요. 로고에 따른 시스템 디자인도 하고요. 환경디자인은 큰 간판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공사현장의 가림막을 디자인하거나 하는 거죠.” 

아이덴티티 디자인을 한 뒤 큰 만족감을 느낄 때는 기업에서 로고를 잘 활용해 줄 때라고 말한다.

“로고를 아무리 잘 디자인해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어요. 반대로 기업에서 제가 처음에 의도했던 이미지에 맞게 잘 사용할 때는 제가 처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만족감을 가지게 된 경우도 많아요.”

환경디자인의 경우 아직 국내에서 진행하는 업체가 많이 없어 틈새시장이라고 한다. 공사현장 가림막의 경우 무게가 굉장히 많이 나감과 동시에 브랜드 홍보를 넣으면 불법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 이미지와 어울리도록 디자인하되 거리와 어울리고 공사장의 삭막함을 없애는 디자인이 필요하다. 

박종호 씨는 평소에 디자인을 하기 전 그 업체 혹은 물건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는다.

“디자인은 상대방의 관심을 끌기 위한 도구라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게 중요하겠죠. 그래서 디자인을 하기 전 기업의 입장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관심을 가져요. 늘 봐왔던 책이어도 기업의 입장에서 다시 읽어보곤 하는 거죠.”

옷, 음식, 집 등 사람 주변의 생활의 모든 것은 다 디자인이라고 생각하는 박종호 씨는 디자이너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예전과 다르게 이제는 일반인과 디자이너가 쓰는 툴에 차이가 없어요. 일러스트나 포토샵처럼 일반인도 쓰는 툴이죠. 그렇기 때문에 디자이너는 일반인들이 보지 못하는 무언가를 보기 위해 노력하고 한발 앞서서 생각하는 습관을 들여야 해요.”

그저 편하게 앉아서 디자인만 하는 디자이너는 발전이 없다고 말하며 앞서서 제안할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한다.

 

현실 속의 디자이너

박종호 씨는 드라마나 영화 속 디자이너의 삶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근무 강도나 시간에 비해 보수는 매우 적어요. 현재 국내에서 10년 차가 넘어가는 디자이너를 찾아보기 힘든 게 이런 이유죠.”

디자이너는 힘든 업무환경, 경제적인 어려움을 직시하고도 관심과 노력을 놓지 않을 열정이 없으면 버텨내기가 불가능한 업무 환경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박종호 씨는 내가 좀 그림을 잘 그리는데? 정도로는 디자이너로 살아남기 어렵다며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사진을 찍으려면 사진사가 필요했지만 요즘에는 핸드폰으로도 쉽게 가능해져 사진관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졌어요. 하지만 사진을 디자인해주는 포토그래퍼의 경우는 아직도 살아남아있어요. 본인의 테크닉을 이용해 사진을 예술화하기 때문에 일반인이 따라올 수 없는 거죠. 디자이너도 똑같아요. 일반인들과 차별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분명 인정을 받을 거예요” 

 

디자이너의 현실적 어려움을 이겨내고 자신의 생각을 무한하게 디자인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P-PLUS 대표 박종호 씨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박은지 기자 eunji7568@naver.com

저작권자 © 한국도시환경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