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취업 후 진학‘. 특성화 고등학교에서 홍보하는 제도 중 하나이다. 선 취업 후 진학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3년 동안 회사에 재직한 후, 서울에 있는 유명한 명문대의 재직자 전형을 통해 입학을 하는 것을 말한다. 특성화 고등학교에서는 이 제도가 회사에 다니며 대학교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고, 일반 입학 보다 적은 경쟁률과 완화된 성적 요건 없이도 명문대를 입학할 수 있다며 졸업을 앞둔 중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정말 특성화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은 저 제도를 잘 활용하고 있을까?

‘선 취업 후 진학’, 얼마나 많이 대학교에 진학했을까?

특성화 고등학교를 졸업한 23살의 A씨. 그녀는 우수한 성적으로 특성화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현재는 판교에 있는 모 회사의 회계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녀는 선 취업 후 진학 제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실제로 함께 일하고 있는 고등학교 동창이 재직자 전형을 통해서 서울의 모 여대에 재학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야간에 학교를 가야하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분에서도 리스크가 크고, 또 회사에 양해를 구해 퇴근을 일찍하고 학교를 가야하기 때문에 눈치가 보이는 점도 있습니다.”

고등학교 재학 중에도 계속 이 선 취업 후 진학이라는 제도를 생각해왔다고 말하는 그녀. 그러나 이 제도는 회사의 양해를 구해야 할 뿐 만 아니라, 일과 학업을 동시에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체력과 시간관리가 일반 대학생들보다 더욱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에는 일과 학업을 동시에 해내지 못해,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일을 그만두는 사람들이 대다수인 것 같습니다.”

결국 회사에 양해를 구하는 것이 두려웠던 A씨는 이번에 원서를 쓴 대학교에 합격하고, 퇴사를 준비한다고 했다. 처음 선 취업 후 진학 제도를 들었을 때는 일과 병행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다는 A씨. 중견기업 정도의 꽤 큰 회사에 재직 중임에도 불구하고 퇴사를 준비한다는 이야기에, 소규모 사업장에 취업을 한 특성화고 졸업한 학생들은 선 취업 후 진학이라는 제도를 어떻게 이용하고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특성화고 졸업생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특성화고에 졸업하고, 담임선생님의 추천으로 소규모 사업장에 경리로 취직하게 된 B씨. 그녀 또한 ‘선 취업 후 진학’ 제도를 알고 있었지만, 그 제도를 활용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있어보였다.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에는 한 가지 일만 하는 것도 아닐뿐더러, 내 일을 대신 해줄 수 있는 동료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학업과 병행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또한 B씨는 우리에게 재직자 전형에 대한 일반 학생들의 안 좋은 시선들에 대한 이야기를 토로했다. 비교적 낮은 경쟁률을 뚫고 들어왔기 때문에, 재직자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의 지식수준이 일반 학생들과 차이가 있을 거라는 선입견 때문이었다.

“운 좋게 회사에 계속 재직하면서 학업을 끝마쳐도, 대졸과 같은 취급을 해주는 회사는 드물다고 들었습니다.”

특성화고 졸업생들이 3년간 재직을 하여 목표하던 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어도 아직까지 특성화고 학생에 대한 사회의 차별들로 인해 득을 보는 사례는 적어보였다. 또한 정권이 바뀌어 10년 전만 해도 활성화 되었던 특성화 고졸 학생들의 취업 시장이 좁혀진 것에 대한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었다.

삼각지대에 놓인 특성화고 졸업생들

일반 대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의 취업난이 계속되자, 특성화 고졸 학생들의 취업난 또한 계속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 몇 년 전에는 모 대기업에서 특성화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을 채용한 후, 몇 년이 지나지 않아 퇴직을 시켜 많은 비난을 받았다. 또한 정권이 바뀌고 난 후 고졸 채용이 전처럼 활성화되지 않아 이미 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낙동강의 오리알 신세가 되어버렸다.비교적 최근인 2019년에 특성화 고등학교를 졸업한 C양은 “주변의 친구들 중에서 큰 회사에 들어간 친구는 찾아보기 힘들다. 거의 소규모 사업장의 경리 혹은 아르바이트를 전전한다.” 라며, 자신 또한 취업이 아닌 기술을 배워 사업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대처방안과 그에 대한 반발들

이러한 특성화 고등학교 졸업생들을 구제하기 위해서 정부에서는 특성화 고등학교 졸업생들만 응시할 수 있는 공무원 전형을 만들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대처 방안이 역차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애초에 공무원 시험은 학벌과 나이, 전공 등이 상관이 없는 시험이기 때문이다. 또한 청년 취업난이 극에 달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반발이 거세게 치닫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대처방안으로는 국비를 지원받아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국비 지원제도가 있다. 국비 지원을 통해 기술을 배울 수 있는 학원에 다니게 되면, 학원비의 대부분을 국가에서 지원해준다. 이 방법을 통해 기술을 배워 자신의 사업을 할 수도 있으며, 취업을 알선해주기도 한다. 이 제도는 특성화 고등학교 졸업생뿐만 아니라 모든 취업 준비생들이 고려해볼 수 있는 제도 중 하나이다. 또한 국가에서는 취업 성공 패키지 등 취업을 돕기 위해 많은 제도들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이러한 대처방안도 중요하지만, 특성화 고등학교에서 취업률을 위해서 과장된 홍보를 하는 것이나 인증되지 않은 기업체에 무작정 학생들을 취업시키는 행위 등 또한 국가에서 규제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박승혜 기자 (51058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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