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스타 임태민씨를 만나다.

     
 

역경을 이겨내게 한 한줄기 희망

 

12월 1일 바리스타 겸 심사위원 임태민씨를 만났다. 현재 바리스타 심사위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동시에 부천에서 한 매장을 직접 운영 중인 그에게는 국내에서 인정받는 바리스타가 되기까지 수 많은 역경들이 있었다.

“추우면 이대 남자화장실 제일 끝 칸, 거기가 따뜻해서 쭈그려서 자거나 날이 너무 추우면 pc방 뒷자리 가서 몰래 자고 그렇게 노숙을 하며 지냈어요.”

과거를 회상하며 덤덤하게 말하는 그였지만 목소리와 표정에서 많은 역경이 있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 속,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살았던 이유는 자신의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꿈의 존재가 역경을 이겨내게 한 한줄기 희망과 같다.

현재 바리스타 겸 심사위원 임태민씨 인터뷰 현장 모습
현재 바리스타 겸 심사위원 임태민씨 인터뷰 현장 모습

 

-감당하기 벅찼던 어린시절

서른 여섯 살, 진짜 생일과 주민등록본에 있는 생일이 다른 임태민씨. 4살 때 친아버지는 사업실패로 인해 감옥을 가게 되었고 친어머니는 임태민씨와 동생을 두고 도망가셨다. 그 이후 할머니와 함께 반지하방에서 살던 그에게 새어머니가 생겼다. 새어머니는 태민씨와 동생을 보살피지 않아 자신의 집에서조차 밥을 몰래 훔쳐 먹고 방황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새어머니는 쌀 씻는 방법, 라면을 끓이는 방법, 빨래하는 방법 등을 알려줬다. 새어머니의 따뜻한 가르침에 그는 기대를 했지만 그것은 살기위한 생존법을 알려준 것이다. 그렇게 새어머니는 태민씨와 동생을 보육원에 두고 떠났다.

 “학교랑 보육원이랑 가까웠어요. 학교 점심시간에 저희는 도시락이 없었기 때문에 매일 보육원까지 뛰어가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웠어요.”

그가 가장 피하고 싶었던 상황은 준비물을 가져오는 시간이다. 돈이 없던 그는 매일 새벽에신문배달을 하기 시작했다. 신문배달로 받은 돈으로 준비물을 사며 생활했지만 그런 그에게 필요한 것은 준비물만이 아니었다. 구멍이 난 옷은 물론, 밑창이 다 닳은 신발 등 다른 학생들과 확연히 차이가 났다. 그런 모습을 숨기기 위해 그는 튀지 않게 행동을 하며, 조용히 숨어 살았다.

“그때 시절에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던 시기였어요. 아무래도 살아온 환경의 차이가 있으니까 제가 생각 해도 ‘저 친구랑 나랑은 다르구나’ 라는 게 확연히 보여서 자존감이 많이 낮았어요.”

중,고등학교 시절은 그나마 나았다. 교복을 입으면 다른 학생들과 비슷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끊을 수 없는 굶주림이 있었다. 돈을 벌기 위해 가출을 하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지만 아직 학생이기 때문에 그는 담임선생님께 붙잡히고 다시 또 나가기를 반복하였다.

 

-벼랑 끝에서 만난 빛 한줄기

태민씨는 고등학교까지 무사히 졸업했지만 그 이후의 생활이 더 막막했다. 생계를 유지할 돈이 없어 무작정 시작한 일이 바로 집 근처에 있는 커피숍이었다. 그 당시까지 자존감이 낮았던 태민씨는 한 손님이 태민씨가 만든 파르페를 드시고 나가면서 ‘맛있게 잘 먹었다, 또 오겠다’ 라는 말을 듣고 자신감을 얻게 됐다.

“ ‘아 나도 잘 하는게 있구나, 나도 뭔가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구나’ 라는 생각을 그때 처음 갖게 됐죠.”

하지만 그것도 이루지 못 할 꿈이라 생각했다. 당시 바리스타라는 단어가 흔하게 불리던 때도 아니었고, 남자들이 앞치마를 입고 홀에 들어가는 것을 당시에는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다. 또한 시급이 2,100~2,300원 정도라 생계를 유지하기엔 벅찼던 태민씨는 다른 일을 선택하기로 한다.

“그래서 다시 시작한 일이 세공업인데, 친아버지의 사업이라 이어받으려고 했죠. 하지만 새어머니는 제가 배가 다른 자식이니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받는 게 탐탁지 만은 않으셨던 것 같아요.”

결국 공장을 그만두게 되면서 갈 곳이 없었던 태민씨는 전 재산 20만원을 갖고 집을 나왔다. 20만원으로는 고시원 방 하나도 구할 수가 없어서 친구한테 20만원을 주고 한 달만 살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친구가 3일 만에 나가 달라고 해서 태민씨는 노숙자 신세가 되었다. 모든 걸 내려놓고 구걸을 하기로 결심했다.

“돈이 없어서 서울역으로 걸어가던 길에 제가 다녔던 교회를 봤어요. 노숙자가 되면 다시는 못 올거 같아 무작정 들어가 앉아있다 보니 문득 하나님은 사람에게 감당할 수 있는 시련만 주신다는 말씀이 생각나더라고요. 제가 겪었던 시련들을 보니 제 그릇을 너무 크게 보신 거 아닌가 싶더라고요”

그는 계속 펑펑 울다가 새벽기도 시간이 되어 교회를 나왔다. 그 이후 며칠간 교회에서 몰래 생활을 하다 결국 친구한테 걸리게 되었다. 그의 상황을 다 알게 된 친구는 교회에서 친목하는 공간을 태민씨에게 내주었다.

그러던 중 교회 동생이 예전에 일했던 커피숍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얘기를 듣게 되고 그 카페로 가게 되었다. 다시 마주하게 된 카페는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커피에 대한 인식이 점점 좋아지면서 바리스타라는 직업이 생기게 된 것이다. 그 이후로 이 직업에 대해 욕심을 갖게 되었고 본격적인 커피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사람을 통해 배운 커피

커피 공부를 너무 하고 싶었지만 돈이 없어 배울 수 있을 만한 매개체가 없었다. 학원을 가서 전문적으로 배우려면 15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 태민씨가 비용을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 라떼아트를 하는 형이 계셨는데 그 형은 저에게 커피를 배우고, 저는 그 형에게 라떼 아트를 배우게 됐어요. 그렇게 계속 반복하며 커피를 조금씩 배웠던 것 같아요.”

그 커피숍에서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교회를 나와 고시원으로 가게 되었다. 태민씨는 책을 살 돈이 없어 고시원에서 다같이 쓰는 공용컴퓨터로 카페 관련 커뮤니티를 가입하며 이론 공부를 시작했다. 사람들이 커피에 대한 이론들을 올려주면 읽고 또 들어가서 읽고, 그렇게 반복했다. 그러다 현직에서 제대로 배워보자 하는 마음으로 구직사이트에서 전문 카페 일자리를 구해 본격적인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낮은 급여 조건이었지만 커피를 배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하며 태민씨는 열심히 커피에 대한 공부와 경력을 쌓았다. 그러다가 2008년에 처음 바리스타 대회를 나가게 되었다.

 “커피를 만들고 그것을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해야 되는데 저는 워낙 자신감이 없어서 포기하려고 했어요. 그렇지만 저를 도와주는 분들이 많아서 대회를 잘 준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주변사람들 덕분에 태민씨는 첫 대회에서 생각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되었다. 이로 인해 커피쪽에서 유명한 카페베네로 입사를 하게 됐다. 카페베네에서 커피 관련된 업무를 하다 이번에는 팀을 꾸려 다같이 대회준비를 했다. 다같이 출전한 2012년 바리스타 챔피언 대회에서 유일하게 본선에 진출한 태민씨는 2위를 성적을 거두었다.

하지만 태민씨에게 2위라는 상은 기쁨보다는 큰 슬럼프를 안겨주었다. 바리스타 대회에 나가서 입상을 하는 것이 목표였으나 막상 상을 받으니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그를 혼돈으로 빠뜨렸다. 대회를 준비하는 것이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쉬운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목표를 잃으니까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더라고요. 어느 날 제 성격을 잘 알고 있는 친한 형이 ’네가 대회를 많이 나갔고 많은 사람들에게 대회를 도와주는 트레이닝을 해왔으니 심사를 해보는게 좋지 않겠냐, 너라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말을 해주셨어요.”

그렇게 태민씨는 심사위원이 되기 위한 공부를 시작했다. 대회에 관련된 규칙이 복잡하고 까다로웠지만 새로운 도전이었기 때문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결과 2013년도 심사위원선발명단에 들어가게 됐다.

 “대회에선 1등을 못 했을지 언정 심사는 누구보다도 잘한다는 소리를 들어보자는 목표가 생겼어요. 그래서 매년 심사 관련된 시험을 누구보다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실패를 거듭하다 보면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어요.

태민씨의 더 큰 꿈은 강단에 서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혼자 독백연습도 많이 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자신처럼 힘든 유년시절을 겪은 사람들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실패를 겁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못 일어나도 되고 그냥 넘어져 있어도 돼요. 실패를 하면서 성공을 배우기도 하잖아요. 그리고 어차피 내가 일어서든지 주변에서 날 일으켜 세워주든지 일어날 때는 분명히 오거든요. 그렇게 조금씩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면 언젠가는 또 누구를 내가 도와주는 날도 오는 거고 그러다 보면 좋은 사람, 멋진 사람이 되어 있겠죠”

마지막으로 태민씨에게 커피는 어떤 존재 인가요? 라는 질문에 그는 바로 삶이라고 답을 했다. 커피 덕분에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고, 아무런 목표 없이 살았던 예전과는 달리 목표를 세우고 꿈을 이루는 모든 것이 커피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앞으로 그는 커피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꿈을 이뤄줄 수 있고, 희망을 줄 수 있는 바리스타 심사위원이 되는 꿈을 키우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바리스타로 자리잡을 수 있게 컨설팅도 하며 내년 심사를 위해 다시 또 공부를 하고 있다.

 

이교근 기자 (lkk2544@naver.com)

최재만 기자 (woaks0831@naver.com)

이은정 기자 (tjrtkehd0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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