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청년 취업률 44.3%. OECD 국가 중 최악으로 꼽힌 가운데 취업을 앞둔 청년들은 현실의 벽 앞에서 무너지기에 십상이다. 과연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밥벌이는 할 수 있을지 많은 생각이 오가는 가운데 자신의 꿈과는 상관없는 일자리를 찾는 이들이 있다. 이런 이들을 위해 유승혜 작가는 살아서 할 수 있는, 하고 싶은 일을 다 해보라고 말한다.

 

-여행 작가 유승혜는?

처음부터 여행 작가를 꿈꾸지는 않았어요. 그저 여행을 많이 다니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죠. 대학 졸업 후 5년간 출판물 편집회사에서 때로는 기자, 때로는 편집자로 각종 인쇄물을 다뤘어요. 그러다가 2012년 잠시 쉬기 위해 일을 그만뒀습니다. 그해 어머니와 인도 여행을 다녀오면서 여행 에세이를 써야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고 여행 작가의 길에 들어서게 됐죠. 이후 경주 여행 가이드북인 ‘쉼표,경주’, 어머니와의 인도 여행 이야기를 담은 여행 에세이 ‘같이 오길 잘했어’ 등 다수의 여행 관련 책을 출간했습니다.

학창 시절부터 꾸준히 글을 써오며 숱한 백일장에도 참가하고 기자단 활동을 하기도 했어요. 제 전공도 국어국문학이고요. 이러한 활동이 여행 작가를 하는 데 있어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는 없지만 소소하게 도움이 됐어요. 글쓰기를 기반으로 저의 외향적인 성격과 사람에 대한 관심이 저를 여행 작가의 길로 이끌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여행에서의 경험을 혼자만의 기록이 아닌 공유할 수 있는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열망도 늘 있었고요.

 

-여행 작가란 무엇을 하는 직업인가?

여행 작가는 말 그대로 여행을 하며 글을 쓰는 사람을 일컫습니다. 보통은 여행을 테마로 쓴 글을 신문이나 잡지 등의 간행물에 게재하거나 단행본으로 출간하는 사람들을 가리켜요. 장르도 다양한데 크게는 여행 정보를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기사 형태의 글, 여행에서 느낀 주관적인 소감을 쓴 에세이 형태의 글로 나뉩니다.

취재 기간의 경우 가령 국내 여행 안내서를 만든다고 하면 보통 1년을 잡아요. 우리나라는 4계절이 있어 같은 장소라도 계절마다 풍경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또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로 방문하는 시기를 고려하기도 하지요. 국내와 달리 동남아시아 국가들처럼 열대 국가는 계절이 크게 우기와 건기로 나뉘기 때문에 두 시즌에 맞춰 취재를 진행합니다. 여행가이드북을 쓸 경우 해당 여행지의 정확하고 실용적인 여행 정보를 전달해야 하므로 최소 1년을 두고 여유롭게 취재를 합니다.

반면 여행 에세이의 경우 오롯이 저의 주관적인 감상을 담는 글이기 때문에 기간에 얽매이진 않아요. 그때그때 틈틈이 글을 쓰거나 아예 한 도시에 오랫동안 머물며 집필을 하는 편입니다.

 

-프리랜서로 산다는 것은 어떤가?

일이 정기적이지 않기 때문에 불규칙한 것은 사실이에요. 바쁠 때는 밤샘 작업을 할 때도 많고 일이 없을 때는 일주일 내내 휴가를 얻은 것처럼 여유로울 때도 있어요. 한 달 이상 출장이나 여행을 갈 때도 많습니다. 사실 저는 그다지 부지런하지 않아요. 하지만 프리랜서로 오래 활동을 하려면 내가 일을 찾아서 하는 적극성이 필요합니다. 물론 실제로 일이 들어오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해져 뭐라도 하게 됩니다만 상황에 닥쳐 하기 보다는 미리 대비해두면 좋겠죠. 머릿속에 대충 구상만이라도 해두는 거예요. 그러면 일이 많을 때는 일이 많은 대로 부지런해질 수밖에 없고, 일이 없을 때는 내가 구상했던 계획들을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부지런해질 수밖에 없어요.

 

-아무래도 프리랜서라는 직업이 주는 불안감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떤 직업을 갖든, 어떤 환경에 놓였든 ‘불안’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물론 여행 작가라는 직업이 경제적인 만족도가 높은 직업은 아닙니다. 그래도 저는 지금 제가 하는 일에 큰 애정을 갖고 있어요.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고 동시에 보람을 느끼거든요. 불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러나 현재로선 지금 제게 주어진 일, 제가 추구하는 일을 차분하게 해나가자는 생각이에요. 넉넉하진 않은 형편이나마 끼니 걱정하지 않고 따뜻한 집에서 잘 수 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고요. 현대 사회는 굉장히 유동적이잖아요. 빠르게 변하고 있고요. 그 변화를 충분히 수용하고 주변에 관심을 잃지 않는 이상, 그리고 제 스스로를 믿는 이상 앞으로 잘 살아갈 수 있으리라 믿어요.

 

-청춘들에게 한마디

저도 매일이 우왕좌왕, 우당탕탕이랍니다. 그러니 제가 뭐라고 20대 청춘들에게 이래라저래라 말할 수 있겠어요. 그리고 누군가 옆에서 아무리 좋은 말을 한들, 나 자신이 몸소 느끼지 못하면 어떤 의미도 없죠. 그러니 결국 겪어야 할 과정들은 겪어나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일부러 휩쓸리고 넘어질 필요는 없지만 설령 그런다고 해서 너무 절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럴 때마다 관조적으로 저를 바라보는 연습을 했던 것 같아요. 일기를 쓸 때 힘든 일이 있으면 1인칭으로 ‘나는 무엇 때문에 괴롭다’고 쓰는 게 아니라 3인칭으로 ‘그녀는 무엇 때문에 괴로워 보인다’는 식으로 쓰는 것이죠. 그러면 제 상황이 좀 객관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슬픔이나 괴로움이 조금 누그러지는 것도 같아요. 오히려 괴로운 상황이 어떤 드라마의 클라이맥스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에휴 이런 말 해서 뭐하겠어요. 이러나저러나 내 인생이잖아요. 죽지만 않으면 돼요. 살아서 할 수 있는 것 다 해봅시다. 그냥.

저작권자 © 한국도시환경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