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은 '농업인의 날'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날은 '빼빼로 데이'로 유통업계 최대 행사 중 하나였다.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누리꾼 사이에서 빼빼로 생산업체가 롯데라며 일본 상품 불매운동을 같이 엮어 빼빼로를 소비하지 말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부 편의점들이 이런 소비자의 움직임에 먼저 반응했다. 편의점 GS25는 모든 ‘빼빼로 데이’ 행사 품목에서 빼빼로 제외했다.

빼빼로 대신 전통 가래떡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 사실 정부(내무부)는 한자로 농업을 상징하는 흑토(土)가 열 십(十)과 한일(一)로 이뤄진 것에 착안해 한 해 가운데 십(十)과 일(一)이 겹치는 11월 11일을 1996년부터 농업인의 날로 정한 바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농업인의 날’이 ‘빼빼로 데이’에 묻혀 소비자들에게 크게 인식되지 못하였다. ‘빼빼로 데이’는 젊은 친구들끼리 ‘빼빼로’처럼 날씬한 몸매를 가지라는 의미로 빼빼로를 주고받던 점에 착안해 빼빼로와 양태가 닮은 11월 11일을 ‘빼빼로 데이’로 정하고 이날은 친구들에게 다이어트에 성공하라는 의미에서 빼빼로를 선물하라고 롯데가 대대적인 마케팅을 해서 대중들에게 알려진 날이다.

그런데 올해 7월부터 일본과의 무역 갈등이 고조되어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롯데를 일본기업으로 인식한 일부 시민들을 중심으로 롯데가 만든 빼빼로 불매운동이 확산되었다. 이들은 ‘빼빼로 데이’ 행사의 대명사인 ‘빼빼로’ 대신 우리 전통 가래떡을 찾게 되었다.

하지만 연인끼리 11월 11일을 상징하는 막대 과자 선물을 주고받는 ‘빼빼로 데이’가 등장하면서 ‘농업인의 날’을 통해 농민들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시키고 농업의 중요성을 되새기자는 취지가 흐려지기도 했으나, 최근 가래떡을 선물하는 ‘가래떡 데이’가 부상하면서 농업인의 날도 다시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매년 빼빼로데이마다 자녀들에게 빼빼로를 챙겨주던 이재국(50세)씨는 “아이들에게 과자보다 건강한 우리음식을 주며 기념일을 챙길 수 있어 가래떡을 주고받는 게 더 의미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11일 전국 곳곳에서는 ‘농업인의 날’ 기념행사가 펼쳐졌다. 충북 제천시농민회는 이날 봉양초등학교를 찾아가 어린 학생들에게 가래떡을 건네주면서 농민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생각해보게 하는 의미있는 ‘농업인의 날’ 행사를 진행했다.

충청북도교육청은 이날 구내식당에서 가래떡 시식행사를 하고, 복지시설을 찾아 가래떡을 건네기도 했다. 청주 남일초등학교는 가래떡 급식, 가래떡 3행시 대회를 했으며, 오송중학교는 가래떡 시식과 함께 농업인의 날 5행시 대회를 열기도 했다.

<이소연기자 dlthdus700@naver.com>

저작권자 © 한국도시환경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