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경남 창원시 굴암 터널 안에서 퇴근 후 장례식장에 가던 소방관들이 화재 차량을 목격해 곧바로 진화에 나섰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소속 성치훈 소방교 등 소방관 3명은 직접 불을 끄려던 운전자를 대피시키고 양복 차림으로 화재를 진압했다.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자칫 큰 피해를 야기할 수도 있었던 터널 내의 화재 현장에 대해 이들 소방대원들이 초기 대응을 적절히 잘해 2차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근무시간이 아님에도 이들은 국민 안전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든다.

이들은 화재 진압현장에서 매년 평균 7명의 소방관이 순직하고 300여 명이 부상을 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 소방관들의 일하는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이제는 우리 국민들이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2014년 실시한 한 조사에 따르면 방화복과 헬멧 등 소방관 개인안전장비의 노후율은 평균 19~23%에 달했다. 심지어 일부 소방관들은 사비를 들여 노후 장비들을 교체하기도 한다. 소방대원들의 절대 인력의 부족은 무시할 수 없는 큰 문제다. OECD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소방관 1명이 담당하는 국민 수는 1,181명으로 미국(1,075명), 일본(820명) 등 다른 OECD 국가들보다 많은 수준이다.

위험한 현장과 자주 맞닥뜨려야 하는 이들의 건강 문제에도 우리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들은 화재진압에서 입은 부상이나, 기타 업무상 얻은 부상으로 인한 신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화재진압과정에서 야기된 불면증, 트라우마, 우울증 등 정신적 고통에 대해서도 호소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인 전혜숙 의원은 2009년부터 지난 10년 동안 연평균 8.4명의 소방관들이 순직이 아니라, 이러한 정신적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들이 일어났었다고 밝혔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소방관들의 안전이 제대로 보장받고 있지 못한 현실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가 19일 오후에 열린 본회의에서 소방공무원 신분의 국가직 전환을 위한 6개 법률안과 소방복합치유센터 설립근거 법률안 등 7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내년 4월부터 소방공무원의 98.7%를 차지하는 지방소방공무원들이 모두 국가직으로 전환된다. 지난 4월, 강원도 일대에 일어난 산불을 진압하는 소방관들의 노고에 감사함을 느낀 국민들이 소방 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해달라는 국민청원이 법안 통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근무 환경에 대한 개선책은 여전히 미미하다. 현재까지도 인력 부족은 해결되지 않았으며 소방관들을 위한 전담 상담센터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11월 9일은 ‘소방의 날’이었다. ‘소방의 날’은 국민들에게 화재에 대한 경각심과 이해를 높이고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화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제정한 기념일이다. 자신보다 국민들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소방관들을 위해 모두가 그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날이기도 하다. 정부의 확실한 해결방안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관심을 갖지 않는 한 소방관들의 환경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우리의 안전을 지켜주는 소방관에게 응원의 말을 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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