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1일 오후 11시 29분쯤 독도 인근 해상에서 응급환자를 후송하기 위해 이륙한 소방 헬기가 바다에 떨어졌다.

 독도 소방 헬기 추락 사고를 브리핑하는 모습 (출처: 연합뉴스)

119 구조본부 소속 헬기는 홍게잡이를 하던 88대왕호에서 기계 작업을 하다가 엄지손가락이 절단된 환자를 후송하기 위해 대구에서 독도로 갔다. 하지만, 부상자와 보호자 그리고 5명의 소방관을 태운 헬기는 이륙한 지 약 2분 뒤 갑자기 선착장에서 약 300m에 떨어진 바다에 떨어졌다.

▲ (출처 : 연합뉴스)

현재, 독도 해역에서 고(故) 이종후(39) 부기장과 고(故) 서정용(45) 정비실장, 부상자 고(故) 윤모(50) 씨의 시신을 수습했다. 그리고 고(故) 박단비(29) 소방대원으로 추정되는 시신을 사고 발생 13일 만에 발견해 병원으로 이송했다. 계속해서 수색작업을 했지만, 헬기 동체 잔해물만 발견되고 다른 실종자의 추가 발견은 없었다. 이에 10일 범정부현장수습지원단은 함선 15척과 항공기 6대를 동원해 실종자 수색작업을 진행했다. 또한, 수색 당국은 일본의 협조를 구해 일본 방공식별구역 (JADIZ) 항공 수색구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성호선 119 영남 특수 구조대장은 경북 포항 남부소방서에서 사고 관련 브리핑을 통해 “이번 사고 난 헬기의 정비는 지난 9월 23일부터 10월 18일까지 받았다. 정비 끝나고 나면 시험 비행을 통해 안전비행을 확인하게 되어 있다. 그때 이상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소방청 조선호 대변인은 “기체 결함, 운전자 조종 미숙, 나쁜 기상 탓 등 모든 원인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황대식 전 한국해양구조협회 본부장은 헬기가 독도까지 이상 없이 갔던 만큼 기상 상황이 작용할 가능성이 적다고 봤다. SBS 뉴스를 통해 “동력을 전달하는 조직에 이상이 생기면 위의 프로펠러가 돌지 못한다. 동력이 전달이 안 되면 양력(뜨는 힘)이 떨어지면서 추락할 수 있다.”라며 원인을 추측했다.

이번 헬기 기종은 유로 EC225로, 28명까지 탑승 가능하며, 야간비행과 악천후 비행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 기종은 2016년 4월 29일 노르웨이에서도 사고가 난 적이 있다. 노르웨이 CHC 헬리콥터 소속이였던 헬기가 비행 도중 메인 로터가 통째로 분리되어 ‘Turøy 섬’에 추락해 탑승자 13명이 전원 사망했다. 유럽항공안전청(EASA)은 이 사건 이후 EC225 기종의 운항을 금지했다가 2017년 7월에 해제했다. 전문가들은 이 사례를 들어 기체 결함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반면, 한서대 헬리콥터 조종학과 최 연철 교수는 “노르웨이서 발생한 추락 사고는 극소수 확률로 발생하는 일이다. 이후 헬리콥터를 주기적으로 점검을 해 기기 결함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다”라고 했다. “EC225는 자동모드와 수동모드가 있는데, 자동모드였다면 기기 문제이고 수동모드이면 사람 실수인 것”이라며 덧붙였다.

사고원인을 특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신라대학교 항공학부 김재원 교수님 “소방청 소속 헬기 정비사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사전 점검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기체를 확보하면 원인을 규명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청주대 항공운항학과 박원태 교수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사고라 말하기가 어렵다. 예단할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4일 해군은 헬기 동체가 있던 곳에서 113m 떨어진 지점에 헬기 꼬리를 찾았다. 꼬리 부분에 이번 추락 사고 원인을 밝혀줄 핵심 장비인 블랙박스와 음성기록장치가 있는 것을 확인해 원인 규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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