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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MA칼럼]현대판 음서제, 이대로는 안 된다
윤혜영 기자  |  dbspdyd59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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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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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제 사회였던 고려시대에는 지배계층이 자신의 지위를 자손 대대로 계승하려고 ‘음서제’를 시행했었다. 음서제는 지배층 자녀들은 과거 시험을 치르지 않고도 관직에 나갈 수 있는 제도이다. 일반 가정의 자녀들은 과거시험을 치르기 위해 당시 명문사립학교였던 최충의 문헌공도에 입학하려고 줄을 서야 했지만, 귀족 자손들은 학문을 갈고닦지 않아도 그저 기다리기만 하면 벼슬에 오를 수 있었다. 당시 음서제는 이 땅 최초의 금수저 제도인 셈이다.

부모의 직위와 집안의 부가 또 다른 신분을 결정짓는 현대사회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들은 자신들이 고려시대의 귀족이라도 된 듯 자녀에게 부정혜택을 주면서도 사회적 눈치도 보지 않는다. 이것이 ‘현대판 음서제’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2014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모 교수는 편입한 자녀에게 본인의 강의를 수강하게하였다. 모 교수의 아들이 수강한 8개 과목 전체의 학점이 A+이다. 아버지가 아들의 학점을 관리 해주었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또한 그는 동료 교수의 강의안을 구하고, 시험문제까지 빼돌려 아들에게 주었고 성적조작을 시도했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한 어긋난 자녀 사랑의 단면을 보여준 사례이다. 이는 열심히 학교생활을 하는 다른 학생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자괴감까지 주었던 현대사회의 지배층 인사가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일탈이다. 그것도 도덕적 가치를 그 어떤 직업보다 우선해야 할 교육자인 교수가 말이다.

또 다른 사건은 자기소개서에 ‘부모 스펙’을 적어 로스쿨에 입학한 사례이다. 입학 비리를 파악하기 위해 교육부는 전국 25개 로스쿨에 대해 2014학년도부터 2016학년도 까지의 6천여 입학생들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했다. 교육부는 이들 중 24건의 부정 의심 사례를 적발했다. 그중 8건의 사례는 해당 로스쿨 입학 규정에 ‘부모의 신상을 밝히지 말라’는 규정이 있었음에도 입학전형 원서에 당당하게 부모의 신상을 기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부는 이번 조사에서 직장명이나 직위를 밝히지 않고 단지 직업만 암시한 경우는 24건의 부정의심 사례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부정의심 사례가 적발됐어도 이미 입학한 학생에게는 입학 취소 등 불이익을 줄 수 없다고 밝혔다. 끝내 교육부는 해당 로스쿨에 경고와 관계자 문책 등의 행정조치로 사태를 마무리 지었다. 이에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김한규’씨는 말했다. “입학 부정을 저지른 자들이 나중에 판·검사가 된다면 어떤 국민이 그의 판단을 납득 할 수 있겠습니까?”

현대판 음서제의 또 다른 대표적 사건에 KT 채용 비리가 있다. 올해 초부터 수사하고 검찰이 확인 한바 KT 부정채용 건은 2012년 상반기 대졸 공채에서 3명, 하반기 대졸 공채에서 5명, 같은 해 별도로 진행된 홈 고객 부문 공채에서 4명 등 총 12명이다. 이들 부정 입사한 사람들 중에서 2012년 상반기 채용된 전 자유한국당 의원의 딸과 2012년하반기 채용된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딸은 현재 퇴사했다. 하지만 김성태 의원은 지금까지도 부정청탁은 없었다고 강변하고 있다.

검찰은 김 의원을 제외한 인사청탁자 11명 모두에 대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마친 상태이다. 그러나 검찰은 KT 인사 세칙과 인사규정에 부정채용에 관련 명시된 처벌조항이 없어 이들에 대해 징계를 주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5월 20일 청년유니온, 청년참여연대, KT 새 노조는 국회 정론관에서 자신들의 노력을 절망으로 빠뜨린 KT 채용 비리 수사의 수사대상을 확대하라고 기자 회견을 열었다.

“KT 채용 비리를 수사해 온 서울남부지검 지검장의 처사촌이 채용 비리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났다"며 "범죄를 수사하던 검사가 자신의 친인척이 범죄자임을 확인하게 됐다는 이 영화 같은 현실을 마주하면서 우리는 KT 채용 비리를 둘러싼 우리 사회 적폐의 사슬이 얼마나 뿌리 깊은 것인가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부모의 권력과 지위로 이루어진 청탁과 비리는 근절되어야 할 우리 사회의 문제다. 이것은 우리가 직시해야 하는 씁쓸한 현실의 단면이다. 청년들이 공정하게 경쟁하며 성장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또 다른 대표적인 부정 입사 사례는 정부로부터 대규모 카지노 증설허가를 받은 강원랜드의 경우이다. 강원랜드는 2012년 하반기에서 2013년 상반기에 518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했다. 강원랜드 내부감사 결과 당시 합격한 신입사원 대부분이 채용 청탁을 받았던 인사들이라고 밝혔다. 채용 비리는 열심히 취업 준비하는 사람들을 힘 빠지게 만든다.

빽도 힘도 없이 면접을 앞둔 취준생들은 ‘이번 면접은 비리가 없을까’ 하며 걱정 하게 된다. 결국 구직자 1백만명 시대인 요금 숨 막히게 달려온 청년들에게 채용 청탁 비리 사건은 좌절감을 안겨주는 일이다. 입사하기를 그토록 바라던 회사 면접에서 떨어진 그들은 자신이 돈 많고 권력 있는 집안의 자식이 아니라 불합격 당했다고 생각한다면, 그 얼마나 분노스럽고 억울하겠는가?

공공기관의 신입사원 채용과정에는 블라인드 면접이 도입되었다. 하지만 일부 기업은 여전히 이력서나 입사지원서에 부모의 직업과 학력을 요구하기도 한다. 자기소개서에 이를 당당히 강조하는 입사 지원자들도 있다. 성적 그리고 취업까지 자신들의 노력과 그 결과로 인정받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2018년 5월 24일 심상정 의원이 발의 한 ‘채용 비리 근절 3법’이 통과되어야 한다. 3법의 주요 내용은 이렇다. 채용 비리로 처벌받으면 금융기관 임원 못 된다. 채용 관련 서류 보관 의무, 채용 비리로 합격하면 취소될 수 있다. 청년들의 노력이 공정하게 평가받는 일은 사회와 국가의 책무다.

‘현대판 음서제’는 지금 대한민국에 살면서 취업을 통해 사회에 첫 발은 내딛고자 준비선상에 서 있는 청년들에게는 꼭 없어져야 할 사회적 악폐이다.

윤혜영 기자  dbspdyd59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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