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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MA칼럼〕무료 노동에 대한 대가는 과로사
윤혜영 기자  |  dbspdyd59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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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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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7일 집배원 과로사 근절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 전국우정노조 충청본부 노조원 100여명이 공주우체국 앞에 모였다. 이날 결의대회에서는 권오권 공주우체국 지부장과 이화형 충청지방본부 조직국장의 삭발식이 거행되었다. 이 집회는 4일전 공주 우체국에서 무기 계약직으로 근무하던 36세의 젊은 집배원이 과로사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의 동료들은 극심한 노동 강도뿐만 아니라 애완견의 ‘개똥’치우기, 이삿짐 나르기 등 상사의 잔심부름까지 있었다고 주장했다. 유가족들은 과로사에 대한 순직 인정과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우정사업본부는 순직으로 인정해주겠다는 입장만 내놓을 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노동자운동연구소 통계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사망한 집배원은 86명이었고 과로사가 인정돼 순직 처리된 집배원은 17명이다. 젊은 집배원들의 돌연사의 근본적 이유는 과로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우정사업본부는 아직까지 이러한 사실을 외면하고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 전국 집배원 노조는 지금까지 근무환경개선을 주장해 왔다. 사망자가 계속 늘고 있는데도 우정사업본부는 언제까지 침묵으로 그들의 요구를 묵살할 수 있을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집회에서 이동호 우정노조위원장은 “언제까지 소중한 목숨과 삶이 짓밟혀져야 하는가?”라며 울분을 토했다. 집배원들의 현재 근무환경은 하루하루 지옥을 오가는 격무이다. 열심히 일하는 젊은 집배원들이 언제까지 죽음으로 내몰려야 하는가?

우정사업에 집배원의 과로사가 만연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노조 측이 지목한 집배부하량의 시스템적 오류이다. 집배부하량 시스템은 한 집배원이 담당해야할 배달집하량을 측정해 주는 시스템이다. 현재의 집배부하량 측정 시스템은 우편물을 배달하기까지의 도보이동시간은 측정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같은 동네라도 한 집에서 다른 집으로 이동하는 시간은 아예 고려하지 않는다. 집배원들이 땀 흘리며 걷는 시간은 0초로 측정된다. 점심 먹는 시간도 시간 측정에서 빠지기 때문에 집배원들은 틈틈이 운전 중 빵을 먹으며 끼니를 대신하는 것이 일상이다. 잠깐 동안이라도 휴식하는 시간은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배달지역의 기후와 외부요인도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 그래서 비가 오거나 눈이 와서 길이 미끄러울 때면 배달시간이 늘어지게 되는데, 결국 집배원들은 그날의 배정된 배달량을 채우기 위해 퇴근을 늦출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이유는 무료 노동이다. 무기 계약직 집배원들은 살인적인 노동시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산재사망대책 마련 공동 캠페인단’ 자료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는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산업재해 사망자가 많은 기업 4위를 자치했다. 예전의 비슷한 사건의 전말을 알아보자. 2017년 7월 6일 한 집배원이 작업장 앞에서 분신자살을 시도했고 이틀 뒤 결국 생명을 잃었다. 이것은 ‘그’가 내는 강력한 외침이었다. 이를 ‘과로 자살’이라 칭한 언론도 있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집배원 중대 재해 해결을 위한 연대모임’을 결성했고, 2014년 서울지방노동청에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우정사업본부장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이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번 죽음은 간절한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면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이다.

지난 해 우정사업본부 노조와 전문가로 구성된 ‘집배원노동조건개선기획추진단’이 집배부하량 시스템 개선과 토요근무제 폐지를 위한 사회적 협약 노력 등을 권고했다. 그러나 우정사업본부는 경영 위기를 이유로 이를 이행하지 않고 미루고 있다. 이에 무기 계약직 집배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집배원노조는 우정사업본부가 우정사업 경영위기의 책임을 집배원들에게 전가하며 고통분담을 강요하고 있다며 우정사업본부장의 퇴진을 주장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우정사업본부는 집배원들의 현실을 정확히 직시해 빠른 대처를 할 필요가 있다. 노조가 주장하는 대로 집배원 2000명 인력충원과 토요배달 폐지로 완전한 주 5일 근무제를 실현해야 한다. 집배원들에 대한 노동환경은 개선되어야 하며 사회적으로 장기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앞으로 장시간 근로해야 하는 암묵적인 강압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더 많은 과로사가 나올 것이다.

 

 

윤혜영 기자  dbspdyd59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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