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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MA 칼럼]모든 아이는 주민등록번호를 가질 권리가 있다.
송혜경 기자  |  a538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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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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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1일 법률방송에 ‘연애 도중 아이 낳고 사라진 생모, 외국인이라면’이란 기사가 보도되었다. 보도에 따르면 S씨는 직장에서 만난 중국 국적의 여성 K씨와의 사이에서 지난 2014년 딸을 낳았다. 아이를 출산한 여성 K씨는 S씨에게 아이를 맡기고 사라졌다. 미처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던 K씨는 아이를 출생신고 할 수 없었다. 이유는 아이 엄마가 중국 국적, 즉 외국인이기 때문이다. 현행 가족관계등록법률상 외국인 여성이 출산한 아이는 외국인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 3년 5개월 동안 출생신고를 할 수 없어 아이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연히 받아야할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했다. 이에 아이 출생신고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던 S씨는 법률구조공단에서 가족관계미동의자에 대해 무료법률구조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공단에 도움을 요청해 출생신고에 성공했다.

2014년 4월 4일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는 김준호씨와 딸 사랑이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되었다. 사랑이 엄마는 동거 중에 사랑이를 임신하였지만,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가출했다. 사랑이가 태어난 후 엄마는 함께 집으로 돌아왔지만 또다시 아이를 아빠인 김준호씨에게 맡긴 채 나가 버렸다.

사랑이에게는 아빠 사랑만으로도 충분해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뜻하지 않은 곳에서 발생했다. 당시 가족관계등록에 관한 법률(이하 ‘가족관계등록법’)은 미혼부 혼자 자신의 아이를 친자로 출생신고하기가 매우 어렵게 되어 있었다. 엄마와 병원에서의 출생 확인서가 없는 상황이라면 유전자 검사를 통해 친자 확인 증명서가 있어도 미혼부인 아버지 혼자서 출생신고를 할 수 없었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엄마가 가출해 확인되지 않는 사랑이도 출생신고를 할 수가 없었다. 출생신고를 하지 못한 사랑이는 미국적자로서 국민이면 누구나 당연히 누려야 할 의료보험이나 육아 혜택 등 어떤 복지도 받을 수 없었다.

당시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라 미혼부가 자신의 아이를 출생신고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미혼부는 먼저 미성년 후견인 선임 소송을 통해 자신이 아이의 후견인이 되어야 했다. 그런 후 후견인 자격으로 아버지는 아이의 성본 창설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성본이 창설된 이후 가족관계등록부 창설 소송을 통해 주민등록번호를 생산케 하는 소송을 또 제기해야 한다. 이런 절차를 통해 주민등록번호가 생성되어 아이가 법적 인격체로 인정된 이후 아버지인 미혼부 자신이 주민등록부에 등록된 아이가 친자임을 확인하는 친자확인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미혼부인 아버지는 자신의 아이와 유전자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친자임을 확인하는 유전자 검사 증명서를 근거로 친자인지청구소송을 하여 승소하면 가족관계등록이 가능하게 된다. 이처럼 미혼부가 자신의 아이를 친자로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4건의 재판을 거쳤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미혼부들은 아이의 출생신고를 포기하게 된다. 그 이유는 4차례의 재판과정의 복잡한 절차와 경제적 이유 때문이다. 대부분의 미혼부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태이고, 그런 미혼부들에게 이러한 복잡한 절차는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이유로 편법과 부도덕한 일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출생신고를 위해 미혼부들은 일단 자신의 아이를 일부로 유기한다. 그런 다음 자신이 버려진 아이를 주었다고 기아발견통보를 한다. 이는 성본 창설 소송을 제기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의 주민등록번호를 생성하게 한 다음 자신의 아이를 자신이 입양하는 해프닝을 벌인다. 이 방법은 자신의 아이를 버리고, 다시 주어서, 성본을 만들고, 주민등록번호가 생성되면 그때 자신의 아이를 상대로 친부인지확인소송을 통해 가정 법원으로부터 자신의 아이임을 확인받아 가족등록부에 입적하는 편법이다.

이런 이유로 경제적 여유가 없는 미혼부들은 편법조차 사용할 수 없고 아이를 키울 수가 없어 아예 아이를 버리는 경우까지 발생했다. 아이가 출생신고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의료보험 혜택 등을 받을 수 없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사정이 더욱 어려워 아이를 양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사랑이의 이야기가 SBS <궁금한 이야기 Y>를 통해 알려지자 미혼부의 출생신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고, 일명 ‘사랑이법’이 2015년 제정되는 계기가 되었다.

‘사랑이법’은 미혼부가 아이 엄마의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 등 인적사항을 알지 못하더라도 유전자 검사 확인서만 가정법원에 제출하고 확인받으면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다.

‘사랑이법’이 시행됨에 따라, 4차례 이상의 소송과 더불어 자신의 아이를 출생신고 하는데 3년 내지 4년 걸리던 시간이 3개월 내지 4개월이면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법원행정처 자료에 따르면 사랑이법 시행 이후 2015년 11월 19일부터 2015년 12월 31일까지 미혼부 출생신고 접수 건수는 116건이었다. 이들 중 16건만이 출생신고가 허락되었다. 이는 미혼부 혼자 아이를 출생신고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줄뿐만 아니라 동시에 사랑이법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랑이법에서는 아직도 몇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미혼모는 출생증명서가 있으면 출생신고가 가능하지만 미혼부는 출생증명서만으로는 출생 신고를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미혼부 B씨에게는 첫돌박이 딸이 있다. 하지만 아직 딸을 출생신고를 하지 못했다. 그는 이혼 소송 중이던 여자 친구와의 사이에서 딸을 낳았다. 여자 친구의 이혼 소송은 진척이 없었고, 그는 홀로 아이를 키워야만 했다. 하지만 B씨가 아이를 혼자 키우기에 많은 고난이 따랐다. 법원은 아이의 생모가 이혼한 뒤 300일이 지나지 않아 전 남편의 아이가 아니라는 것과 왜 생모와 같이 살 수 없는지에 대한 증명을 요구했다. B씨는 출생신고를 위해 유전자 검사까지 거쳤지만 가정법원은 증거가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이후 B씨는 아이의 출생신고를 위해 가정법원을 오가며 1년을 소요해야 했고, 수백만 원을 들여 변호사를 선임해야 했다. 이렇듯 사랑이법이 생겨났지만 아직도 미혼부의 출생신고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또 다른 문제는 사랑이법이 저학력의 저소득층 미혼부들이 출생신고하기가 너무 어렵게 되어 있다. 지방 건설 현장을 전전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A씨에게는 아들이 있다. 당시 여자 친구는 아들을 출산 한 후 행방이 묘연해졌고 아이는 A씨가 혼자 돌보게 됐다. 하지만 그에게는 아이의 출생증명서가 없었고 그는 아이의 출생신고를 하지 못했다. 2015년 서영교 의원의 대표 발의로 미혼부의 출생신고를 가능하게 하는 사랑이법이 통과되었지만 아직까지도 그에게 아이의 출생신고가 어렵기는 매 한가지다. 아이의 출생신고를 위해서는 가정법원에 방문해야 한다. 하지만 초등학교 중퇴인 그에게 가정법원 출석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저소득층에 저학력의 미혼부가 혼자 작성한 서류가 가정법원에서 기각될 확률은 매우 높다.

머니투데이는 2019년 4월 7일 기사에서 다수의 전문가들은 현재의 사랑이과 관련해서 미혼부가 출생신고하기 어려운 현실에 대해 지적했다. 한국 미혼모 지원 네트워크의 유미숙 팀장은 “미혼모보다 미혼부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고 말했다. 그는 송파 세모녀 사건 이후 긴급 생계비 지원이 생겼지만 출생신고가 안 되어 있다면 이런 지원조차 받을 수 없다며 이들은 매 순간 생존을 위협받는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 사회에서 미혼모를 향한 사회 시선과 다르게 미혼부에 대한 시선은 차가워 그들은 도움을 요청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유 팀장의 말처럼 출생신고가 되어있지 않은 아이는 국가의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아이를 혼자 보살펴야 하는 입장인 미혼부의 경우 어린아이와 함께 출생 절차를 진행한다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혼부와 미등록아동도 아동복지시설이용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제정해야 한다. 또한 미국, 뉴질랜드와 같은 나라처럼 출생과 동시에 의료기관에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출생등록제를 시행해야 한다. 아이의 출생등록을 우선적으로 시행하여 법적인 보장을 받을 수 있게 한 후 부와의 관계를 증명한다면 미혼부가 아이를 케어 할 때 기본적인 아이의 권리는 보호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 태어났지만 보호받을 수 없는 아이와 혼자여서 아이의 보호자가 될 수 없는 아빠. 법은 누굴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 7조에 의하면 “아동은 출생 즉시 등록되어야 하며 이름과 국적을 가질 권리가 있습니다. 또한, 자신의 부모가 누구인지 알고 부모의 보살핌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우리나라에 태어나는 아이 모두 국민으로써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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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경 기자  a538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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