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제 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봉준호 감독은 지난달 20일, 공식 상영을 하루 앞두고 ‘기생충’ 최종 보도 자료에 “여러분께서 영화 ‘기생충’에 대한 기사를 쓰실 때, 스토리 전개에 대해서 최대한 감춰주신다면 저희 제작진에게 큰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라며 자세한 리뷰를 하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개봉한 영화 <어벤져스 : 엔드게임>의 안소니 루소, 조 루소 감독도 개인 SNS를 통해 비밀 유지를 부탁하는 편지에 자필 서명을 담은 사진을 게재했다.

그래도 스포일러는 어디에나 있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돈을 주고 산 콘텐츠의 ‘감상할 권리’를 주장하지만, 스포일러는 SNS에 커다란 글씨로 결말을 써놓은 게시물을 올리고, 영화와 관련 없는 게시물인 것처럼 속여 반전 포인트를 밝히는 경우도 있다. 온전히 콘텐츠를 즐기고 싶은 소비자들에게는 치명타다.

계속되는 스포일러에 지쳤는지, 스포일러에 대한 대중의 시선과 태도는 예전보다 날서있다. 지난해 10월, 남극의 한 과학기지에서 동료가 자신이 읽는 추리소설 속 범인 정체를 언급해 홧김에 흉기를 휘둘러 가슴을 찌른 사건이 있다. 또, 홍콩 영화관에서는 한 남성이 ‘어벤져스 : 엔드게임’을 보기 위해 대기 중이던 관객에게 일부러 스포일러 해 군중에 폭행을 당한 사건도 있다. 남성은 영화 관람을 막 마치고 나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반전과 결말을 크게 외쳤다. 성난 관객들은 남성이 피를 흘릴 때까지 폭행했다. 스포일러에 주의하는 태도는 이제 ‘예의’, 나아가 ‘사회규범’으로 인식되고 있다.

스포일러를 지나치게 제압하려는 태도가 ‘자유롭게 이야기할 권리’를 침해한다는 것도 문제다. 즉, 사람들은 스포일러를 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자신의 생각을 인터넷 상에서 자유롭게 펼치기를 주저한다는 뜻이다. 기자, 평론가, 리뷰어 등은 인터넷 상에서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올릴 권리가 있다. 이들이 쓴 글은 사람들에게 내용이 복잡하거나 메타포가 많은 영화를 다양한 해석과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생각의 틀을 깨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영화에 대해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는 ‘시점’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스포일러가 있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릴 때, 미리 제목에 ‘스포일러 있음’을 표시하면 그 피해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 아직 콘텐츠를 소비하지 않은 시청자들이 표시를 보고 게시글을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실천돼야할 중요한 것은 ‘배려’다.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흘린 수백 명의 땀을 이해하고, 사람들이 콘텐츠를 보고 감동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뺐지 않으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내가 느낀 것을 다른 사람도 느낄 수 있도록 공유하는 일은 말하는 것이 아니라 ‘침묵’일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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