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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MA칼럼]산티아고 순례길
김유진 기자  |  yuuujin9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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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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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tvN에서 평균 6.5%(닐슨코리아 제공)의 시청률로 성공리에 방영을 마친 <스페인 하숙>의 배경인 산티아고 순례길이 화제가 되고 있다. <스페인 하숙>에서는 차승원, 유해진, 배정남이 순례자의 길에 위치한 작은 마을에서 순례자를 위한 하숙집을 운영하는 모습을 담았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보통의 여행 장소에 비해 특별한 의미를 갖는 곳이다. 사람들은 힐링의 장소로 가깝게는 도시 근처 공원에서부터 국내 유명한 관광지나 명소, 더 나아가 해외를 선택해 떠나곤 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천 년 동안이나 이어져 내려온 힐링의 길이다. 해마다 1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찾으며, 제주 올레길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현지어로는 까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이다. 사전적 의미로 해석하면 ‘산티아고로 향하는 길’이 된다.

9세기부터 유럽 기독교 사회에서는 산티아고로의 성지순례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예루살렘, 로마와 함께 가톨릭 3대 성지의 한 곳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스페인)는 예수의 제자 야고보의 유해가 묻힌 곳으로, 프랑스 주교가 처음으로 순례의 길을 걸어 이곳에 도착한 것이 915년이었다. 그로부터 오늘날까지 천년을 이어오는 순례길이 됐고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11세기와 12세기에 순례자가 급증하면서 교회와 순례자 숙소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프랑스 수도자에 의해 최초로 순례자 가이드북이 나오기도 했다.

순례자의 길은 1987년과 1988년에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순례자’와 ‘연금술사’가 출간된 이후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는 해당 작품이 2000년대 중반 무렵 알려져 뒤늦게 열풍이 일어났으며, 최근 미디어를 통해 재조명 받고 있다. 여행작가 김남희씨는 2006년 산티아고 순례길 기행문을 ‘여자 혼자 떠나는 여행 2‘라는 책으로 엮었다. 서명숙씨는 2006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서 고향 제주도에 올레길을 만들었고, 올레길은 우리나라에 걷기 열풍을 가져왔다. 그 후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앞다투어 걷기 코스를 만들었다. 현재 조성된 걷기 코스는 대략 500개가 넘는다. 북한산 둘레길, 한양도성길, 해파랑길, 지리산 둘레길, 금강소나무길, 외씨버선길, 소백산 자락길, 강화나들길 등이다.

순례자에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번째는 종교적인 이유로 성지를 순례하는 사람을, 두번째는 하늘나라에 소망을 두고 그 본향을 바라보며 이 땅에서 나그네와 같은 자세로 살아가는 성도를 뜻한다. 현재는 순례자들뿐 아니라 일반 여행객도 도보 여행을 즐기며 지친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순례자의 길을 찾는다. 이곳을 가장 많이 찾는 사람은 유럽인들이지만, 유럽과 미국, 캐나다를 제외한 비서구권에서는 한국 순례자가 가장 많다. 한 달을 걸어야 하는,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결코 쉽지 않은 이 길을 남녀노소 불문하고 많은 한국 사람이 찾고 있다. 방학이나 휴학 기간을 이용하여 이곳을 찾는 젊은 남녀 대학생들, 인생의 전환점에 시간을 내서 찾는 중장년층, 그리고 오랜 직장생활을 그만둔 퇴직자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저마다 종교적, 정신적, 문화적, 스포츠 등의 이유로 순례자의 길을 걸으며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사색과 성찰의 기회를 갖는다.

유럽 각지에서 목적지 산티아고까지 가는 여러 갈래의 길 중, 오늘날 가장 많은 순례자가 걷는 길은 프랑스 국경에서 시작하는 프랑스 길(카미노프란세스)이다. 프랑스 남쪽 생장 피드포르 마을에서 시작하는 이 길은 피레네 산맥을 넘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성당까지 약 800km이다. 하루 평균 27km씩 걷는다면 한 달이 걸린다. 산티아고 순례자의 약 70%가 이 길을 걷고 있다. 걷는 도중 쉬고 자고 먹을 곳이 필요하기 때문에, 출발 시 스페인 관광청에서 발급받는 순례자여권(크레덴시알)으로 순례자를 위한 숙소인 알베르게에 저렴하게 묵을 수 있다.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170개 마을을 거치며, 머무른 알베르게에서 순례자여권에 도장을 받아 목적지 산티아고 대성당에 이르면 드디어 순례완주 증서를 받게 된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스페인을 가로지르는 길이기 때문에, 순례자에게 거의 모든 스페인의 자연을 선사한다. 드넓은 지평선과 쭉 뻗은 하늘 사이로 놓인 풍경을 바라보면 온종일 걸어 지쳐있던 몸의 피로도 달아난다고 한다. 사람보다 양이 더 많은 시골에서부터 시작해서 산페르민 축제가 열리는 팜플로나(Pamplona), 옛 레온 왕국의 수도인 레온(León), 부르고스(Burgos) 등 여러 도시를 지나치게 된다. 또한, 걷게 되는 길 역시 숲길부터 시작해서 끝없는 초원이나 산길 등 평소에 걸어보지 못했던 다양한 길이다. 길을 걷다 보면 만나게 되는 스페인의 많은 문화유산도 색다른 재미다. 출발 전 스페인의 문화유산에 대해 공부한다면, 동화 속에서 나온듯한 성당을 보며 그에 얽힌 설화를 떠올릴 수도 있다.

산티아고까지가 순례의 끝이지만 아쉬움이 남는다면 아직 남아 있는 길이 더 있다. 바로 세상의 끝이라 불리는 피스테라(피니스테레)이다. 피스테라는 갈리시아 지역의 가장 서쪽 끝으로 인구 약 4천7백여 명이 거주하는 어촌 마을이다. 피스테라는 중세시대부터 ‘세계의 끝’(End of the World) 혹은 ‘땅 끝’(Land's End)이라고 불렸다. 산티아고에서부터 약 100km 떨어져 있는 이곳까지 걷게 된다면 피스테라 순례 완주 증명서를 받을 수 있다.

길 위에 선 이들의 사연은 제각각이지만 그 길 위에 선 모든 이들은 같은 경험을 한다. 고되게 걷는 동안 모든 고민은 사라진다. 그렇게 잡념이 사라지는 순간 나를 보게 되는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그동안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수많은 이들에게 선사하는 셈이다. <스페인 하숙>의 한 출연자는 “가져온 패딩도 버렸어요. 무거워서 하나씩 버리게 되는데 ‘짐은 두려움이다’라는 말도 있어요”라며 3일 만에 포기할 뻔 했던 여정이 어느새 20일이 됐다고 말했다. 77세 이탈리아 할아버지 프랑코는 14살부터 함께 지낸 부인을 10년 전 암으로 떠나보내고, 지독한 외로움과 고통에 울기만 하다 길 위에 선 사람이다. 그렇게 반복해서 길을 걷던 프랑코에게도 암이 찾아왔지만, 그는 "인생은 아름다운 선물이다"라는 말을 길 위에서 만난 친구들에게 해주었다고 한다.

산티아고로 향하는 모든 길에는 순례자들을 위한 노란색 화살표가 존재하기 때문에, 처음이더라도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고 한다. ‘빨리빨리’로 인식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벗어나 ‘느리게 걷기’에 도전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길이다. 마음이 혼란스러워 길을 찾고 싶다면 천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힐링의 길, 까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로 떠나 세계 각국에서 온 순례자들을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김유진 기자  yuuujin9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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