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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MA칼럼]경찰의 초동조치 그것이 항상 문제이다
김유진 기자  |  yuuujin9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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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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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8일 오전 6시 20분쯤 발생한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에 출동했던 경찰의 초동조치 미흡이 지적받고 있다. 이 사건은 CCTV영상이 확산되며 더욱 논란이 되었다. 귀가하던 여성이 현관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숨어있던 남성이 뒤따라가는 영상이었다. 여성이 집안으로 완전히 들어간 후 불과 1~2초 차이로 문이 잠겼는데 남성은 그 후에도 복도를 서성거리고 휴대 전화의 손전등을 켜 잠금장치 해제를 시도하는 등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다.

처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사건 당시 신고 5분만인 오전 6시41분쯤 피해자 주거지에 도착했으나, 피해자가 살고 있는 빌라 주변만 둘러본 후 현장 CCTV도 확보하지 않은 채 3분 만에 돌아갔다. 피해자가 전화상으로 “지금은 벨을 누르지 않는다”고 말하자 경찰은 범행이 발생한 건물 6층 현장도 확인하지 않은 채 철수했다. 피해자는 다음날 오후 5시경 자신이 직접 CCTV 영상을 확보하고 경찰에 다시 신고했다. 그때까지 10시간이 지났는데도 경찰은 증거 영상조차 확보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공포에 떨면서 피해자가 직접 증거를 모아 제시한 이후에야 경찰은 수사를 시작했다. 피의자 30대 남성 조모(30)씨는 경찰이 자신이 사는 원룸 호수를 파악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29일 오전 7시쯤 112로 전화해 자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최도자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은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 브리핑을 통해 “29일 언론에 경찰 출동장면이 영상으로 공개됐다”며 “시민의 신변에 위험이 발생했다는 긴급출동에도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건물 주변만 걸어 다니는 모습에 다급함은 없어 보인다”고 경찰을 비판했다.

경찰은 조씨를 체포할 당시 주거침입으로 입건했다. 피의자 조사과정에서 피해 여성이 문을 열어 주지 않으면 강제로 열고 들어갈 것처럼 말하고 행동했음이 밝혀졌다. 이런 피의자의 행동이 강간죄 수단인 협박에 해당해 경찰은 피의자 조씨에게 강간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골목길에서부터 조씨가 피해 여성을 따라가는 장면이 찍힌 CCTV영상이 추가로 확보되어 주거침입 및 강간미수 혐의가 입증됐다. 그러나 조씨는 구속 후 경찰 조사에서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일 서울 봉천동에서도 한 남성이 반지하 원룸 창 밖에서 여성을 훔쳐보며 부적절한 행위를 하다가 도망가는 장면이 CCTV 영상에 포착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CCTV 영상만 확인하고, 다른 조치 없이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남성이 또 찾아올까 불안에 떨던 피해 여성이 주변의 다른 CCTV를 확인한 끝에 용의자 얼굴이 찍힌 영상을 확보해서 경찰에 전달했다. 39시간이 지난 뒤 현장을 찾은 경찰은 "긴박한 위험이 있으면 현장에서 바로 조치하지만 이미 사건이 다 끝나고 난 뒤에는 경찰 인력과 장비, 시간 등 현실적인 제한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진주방화 살인사건에서 경찰의 초동대처 문제로 경찰청장이 초동조치를 강조한 지 두 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번에도 역시 경찰은 현장에서 참변을 당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별일 아닌 듯 넘어갔다. 오원춘 사건, 이영학 사건 등을 포함해 경찰의 미온적 초동대처가 문제가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신림동 사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피의자 조씨에 대한 낮은 처벌을 우려했다. 봉천동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2013년, 법원은 목욕하는 여성을 훔쳐보기 위해 반지하 창문을 연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이들 범죄는 보복 범죄와 재범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4월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방화와 살인을 저지른 안인득은 평소 위층에 사는 여고생을 집 앞까지 따라가는 등 지속적인 위협 행위를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족들은 수차례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실제로 상해를 입지는 않았다”는 이유로 실질적인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결국 안인득은 지난 4월 17일 오전 4시 25분께 본인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러 5명을 숨지게 하고 18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이 발생하자 경찰과 법원의 선제적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서혜진 변호사는 “지금은 경찰이 ‘인권침해’ 논란을 우려해 상황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위험이 명백한 상황에 대해서는 예방 위주의 조치를 늘려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50개 주 모두 스토킹 방지법이 있다. 폭력을 저지르지 않더라도 여성의 뒤를 따라가거나 위협감을 느낄 정도의 행위를 하면 최대 5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인터넷상에서는 혼자 사는 여성들의 방범 노하우들이 넘쳐난다. 남성 구두와 속옷을 집 안에 배치하거나 남성 목소리를 녹음한 음성파일 등을 보유해 이상한 낌새가 있을 시에 대처하는 등이다. 거주자 수와 성별 등에 대한 노출을 방지하기 위해 종이고지서가 아닌 이메일이나 문자 수신을 통해 고지서를 받으라는 조언 등도 있다. 이러한 방범 노하우들은 여성 개인이 스스로 성범죄를 예방하고 대처해야 한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는 점에서 서글퍼진다. 연이은 여성 대상 범죄로 불안감이 높아지자 서울시는 지자체 차원에서 여성 1인 가구와 점포에 안전 강화 대책을 내놨다. 서울시는 여성 거주 비율이 높은 양천구와 관악구 두 곳을 시범사업지로 선정하고, 여성 1인이 거주하는 집과 점포에 문열림센서, 휴대용 비상벨 등의 안전장치 설치 계획을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과거에도 이처럼 뒷북치는 방안들은 계속해서 발표되어 왔다. 그러나 그 대책들은 여론이 잠잠해지고 시민들의 관심이 사라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유야무야된 경우가 많았다. 보다 직접적이고 실효성 있는 제도적 대책과 경찰의 의식변화가 없다면 1인 여성 가구의 불안은 해소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의 지속적 관심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열쇠이다. 시민들이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지킨다는 의식을 갖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경찰 당국이 어떠한 실효성 있는 제도적 장치들을 만들어 여성 시민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는지를 지속적으로 지켜보는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유진 기자  yuuujin9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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