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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MA칼럼]약탈 문화재 반환을 위해서
김유진 기자  |  yuuujin9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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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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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대성당의 큰 불길이 잡힌 5월 15일 밤11시 30분(현지시간)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우리나라 네티즌의 반응이 싸늘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노트르담은 우리 역사이자 문학이고, 정신의 일부이자 위대한 사건들이 일어난 장소, 그리고 우리 삶의 중심이었다.”라며 화재로 무너진 노트르담 대성당 재건을 위해 국제적 모금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SNS에는 마크롱의 발언이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SNS 상의 비판은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는 비극적 사건임은 분명하지만, 대표적인 문화재 약탈국인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전 세계의 도움을 구하는 것은 염치없다는 지적들이었다. 그의 말마따나 우리나라의 역사이자 문학이고, 정신의 일부이며 우리 삶의 중심이었던 우리 문화재에 국민적 관심이 필요하다.

지난 2010년 한국에 장기 임대 형식으로 반환돼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되돌아온 외규장각 도서가 대표적인 프랑스 소유의 한국문화재이다. 병인양요 당시 약탈된 외규장각 도서(외규장각 의궤 297권)는, 1993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이 한국의 고속철도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방한하면서 '수빈휘경원원소도감의궤'를 반환한 것을 계기로 반환협상 20년 만에, 약탈 145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에서는 “한국이 외규장각 도서를 다시 약탈해 간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협상 차 한국에 온 프랑스 실무단원은 아쉬움에 눈물까지 흘리는 등 민감하게 반응을 보여 최종 서명까지 진통을 겪었다.

외규장각 도서 반환 사례는 성공적으로 협상 결과를 이끌어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1차, 2차 협상에서 우리 측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던 ‘교류와 대여’, ‘등가등량’ 원칙 대신, 3차 협상에서 ‘일방 대여’라는 새로운 협상 대안으로 반환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전까지 외규장각 도서는 프랑스 국립도서관 별관 창고에 오랫동안 방치돼 있었다. 도서관 사서로 근무하고 있던 역사학자 박병선 박사가 발견하여 우리 정부가 2002년에야 실사를 했다. 의궤 연구도 박병선 박사가 낸 해제가 전부여서 반환협상 때 우리 정부는 이 자료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해야만 했다. 이것이 약탈 문화재 반환에 대한 한국의 현실이 얼마나 척박한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불법 반출된 해외 문화재 환수를 위해 유엔 산하의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를 중심으로 문화재 반환 협약이 제정되었다. 문제는 이들 협약이 강제력을 가진 국제법이 아니어서 반환 요구는 대부분 묵살된다는 데 있다. 문화재 반환 분쟁에서 가장 많이 원용되는 ‘문화재의 불법 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 금지와 예방 수단에 관한 협약’은 1970년 이후 거래된 문화재에만 적용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문화재 약탈은 그 이전에 발생했기 때문에 문화재 반환 분쟁 해결에 이 협약의 한계는 분명하다. 결국 국제적으로 구속력 있는 협약이 존재하지 않아서 문화재 반환은 주로 이해당사국 간의 협상이나 기증, 구입을 통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해외 소재 한국 문화재라고 하면 모두 불법 반출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양하다. 가령 일본 소재 한국 문화재 가운데 고려대장경 등과 같이 조선왕실에서 일본 사신들에게 하사한 물품도 적지 않으며, ‘직지심체요절’을 구입한 콜랭 드 플랑시 초대 주한 프랑스 공사의 사례에서 보듯 구한말 프랑스와 영국, 러시아 등 서구 열강의 외교관들은 우리 전적과 고미술품 등을 수집하는 데 많은 노력을 들였다. 이와 함께 광복과 6·25전쟁의 혼란기에도 적지 않은 우리 문화재가 미국 등지로 유출됐다. 현실적으로 이들이 당시 구입해 간 문화재에 대해서는 반환을 요구하기 어렵다. 국가적 혼란기 때 반출된 문화재에 대해서는 실효적인 문서가 남아있는 경우가 드문데, 불법 반출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면 환수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큰 문제다. 대표적으로, 현재 도쿄국립박물관에 보관 중인 오구라 컬렉션(오구라 다케노스케가 일제강점기 시절 우리나라에서 도굴해간 유물 1100여 점)에 대해, 일본 정부는 불법 반출의 증거가 없다며 반환을 거부하고 있다. 빼앗긴 사람이 그 행위를 입증해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되돌아온 문화재 가운데 4분의 3이 기증형식이었으며 20%가 정부간 협상이었지만 이중 대부분은 1965년 한일협정 당시 일괄타결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는 돈을 주고 사오기도 했다. 대한제국기 국새는 국립고궁박물관이 2009년 재미교포로부터 돈을 주고 사왔고 김시민장군 공신교서는 2006년 시민모금을 통해 일본인 개인에게서 구입했다. 추사 김정희 유품의 경우처럼 일본인 개인이 기증한 경우도 있었다. 2007년 미국으로부터 돌려받았던 신미양요 어재연 장군기(帥자가 새겨진 장군기)도 반환이 아닌 '장기대여' 방식이었다. 외규장각 도서만큼 큰 관심을 받지 않아 일반인들이 몰랐을 뿐이다.

해외로 유출된 우리문화재는 약 182,080점에 달하며(2019. 4. 1. 기준,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약 4,837점 가량의 문화재가 프랑스에 소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문화재로는 현존하는 세계최고(最古) 금속 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 최초의 ‘한글의궤’인 한글 <정리의궤>, 프랑스 파리의 부채박물관(Musée de l'Éventail)에서 다수 발견된 나주접선 등이 있다.

불법 반출된 문화재를 자진 반환한 모범적 사례도 있다. 지난 3월 말, 로텐바움박물관과 함부르크 주정부, 독일 연방정부의 자진반환 결정에 따라 독일 로텐바움세계문화예술박물관(Museum am Rothenbaum Kulturen und Künste der Welt, 이하 “로텐바움박물관”, 관장 Barbara Plankensteiner) 소장 조선시대 문인석 한 쌍(2기)이 국내에 돌아왔다. 이 반환행사는 2018년 3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지건길, 이하 “재단”)이 로텐바움박물관을 상대로 반환요청서를 제출함으로써 마련된 것이다. 재단의 반환요청서를 전달받은 로텐바움박물관은 자체적인 조사와 확인과정을 거쳐, 함부르크 주정부와 독일 연방정부를 통해 반환절차를 진행했으며, 2018년 11월 함부르크 주정부는 재단에 최종적인 반환결정을 통보해왔다. 재단의 김홍동 사무총장은 “이 같은 독일의 모범사례가 전 세계 많은 소장기관들과 해당 국가로 전파되어 유물의 출처 확인 등 주의 의무를 보다 철저히 살피고 이행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환영과 당부의 뜻을 전했다.

대표적 문화재 약탈국인 프랑스뿐만 아니라, 가장 많은 한국문화재를 보유한 일본과 미국에도 이러한 자세가 요구된다. 문화적 교류 차원에서 되돌려 받는 것, 자발적인 되돌림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문화재 환수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워 보인다. 재단에서 조사한 약 18만 2천점의 약탈 문화재 역시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해외기관에서 한국문화재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거나 개인들이 사적으로 소장하고 있어 집계하지 못한 수량을 생각하면 실제 외국에 나가 있는 한국문화재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연도별 국외문화재 현황 역시 매년 집계된 총 수량이 증가하고 있다.

물론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부딪히는 각국의 국내법과 실효성 없는 국제법을 이겨내고 얼마나 끈질기게, 그리고 전략적으로 협상에 나서느냐가 관건이다. 1971년 4월, 아이슬란드는 330여년 만에 아이슬란드 고서적 '플라테이야르복'과 '레기우스 필사본' 고문서를 덴마크로부터 반환했는데, 이 협상은 50년이 넘게 걸렸다. 경제성장의 속도와 문화적 성숙도가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 우리도 우리 문화와 문화재에 대해 자긍심을 갖고 진정성 있게 대하는 마음가짐을 지닐 필요가 있다. 문화재 환수와 문화재 조사 활용에 대한 정부와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김유진 기자  yuuujin9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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