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7일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불을 지르고 대피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흉기를 휘두른 처참한 사건이 발생했다. 아파트 주민 5명을 숨지게 한 피의자 안인득(42)은 경찰에 체포된 후 “사회로부터 불이익을 당해왔다”며, 반성은 커녕 제대로 된 진술을 하지 않았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피의자 안 씨는 지난 2015년 1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진주에서 조현병 치료를 받았으며, 현재는 치료를 중단한 상태이다. 피의자 안 씨가 과거 조현병 진료를 받았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조현병에 대한 불안과 혐오가 확산되었다. 조현병 환자들을 사회에 격리시켜야 한다는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하고 있다. 사회가 우려하는 것처럼 조현병과 범죄에는 직접적인 연관이 있을까? 조현병과 범죄가 상관관계가 있는지 사실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자칫 잘못하다간 조현병 환자들에 대한 낙인의 위험성이 있다.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들은 “조현병 환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봐서는 안 된다”며 우려했다. 정신질환과 범죄를 연결 짓기보다는 제대로 된 의료시스템을 통한 관리가 필요하다.

 조현병은 사고, 감정, 지각, 행동 등 인격의 여러 측면에 걸쳐 광범위한 이상 증상을 일으키는 정신 질환을 말한다. 조현병의 원인으로는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이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조현병 환자는 50만 명에 이른다. 이 중 입원 치료를 받은 환자의 인원은 10만 명 정도다. 조현병 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약물치료이다. 조현병 환자의 약 20%가 약물을 꾸준하게 복용하면 완치되고 그렇지 않더라도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준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일어난 강력 범죄의 피의자들이 조현병을 앓았다고 주장하는 사례가 늘면서 해당 질병에 대한 혐오와 불안도 증가하고 있다.

  2016년 강남역 화장실에서 한 여성을 무차별적으로 흉기로 찌른 남성도 조현병을 앓고 있었다. 당시 피의자는 “여성에게 무시를 당해 살인을 저질렀다”고 진술했고 잔인한 범행 수법과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음에도 심신미약으로 인정돼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강남역 사건과 안인득 사건 등 범죄자들의 조현병 병력이 조현병에 대한 혐오와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조현병 환자들이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높은 것일까? 하지만 세간의 우려와 달리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일반인에 비해 현저히 낮은 편이다. 대검찰청의 2017년 범죄분석에 따르면 정신질환자가 범죄를 저지른 비율은 0.136%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에 발생한 전체 인구의 범죄율은 3.93%로 정신질환자보다 약 30배 정도 높았다. 특히 살인, 강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비율은 정신질환자가 0.014%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2015년 대검찰청과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전체 범죄자가 68.2명으로 조사됐다. 정신질환 범죄자 10만 명당 범죄자는 33.7명으로, 전체 범죄자의 절반 정도의 수치이다. 소민아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과 전문의는 ‘정신질환 범죄자에 대한 효과적 재범방지 방안’ 세미나에서 “정신질환자가 범죄를 저지를 위험성이 높은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해당 전문의는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 때문에 정신질환자는 일반인보다 범죄 위험성이 높다는 오해가 생겼다”고 덧붙여 말했다.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일반인과 차이가 나지 않거나 오히려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노민희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회장은 과거 한 인터뷰에서 “조현병은 생각보다 범죄와 연관이 된다거나 폭력의 위험성이 높은 병은 아니다”라고 조현병의 사회적 선입견에 대해 반박했다. 조현병 환자가 범죄를 저지를 수는 있지만 조현병을 앓는다고 해서 무조건 폭력적이거나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 정신질환 중에 사이코패스 또는 소시오패스 등 공격성과 범죄를 일삼는 질환은 따로 있다. 그에 비해 조현병 환자들의 범죄율이나 폭력성은 아주 낮은 편에 속한다. 언론의 선정 보도로 조현병에 대한 혐오가 확산되고 있다. 우리는 조현병과 범죄의 연관성이 낮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조현병 환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치료이지 사회로부터의 낙인이 아니다.

 현재 정신질환 의사 1명당 돌봐야 할 환자 수는 일반 병원의 3배에 달한다. 정부와 지자체도 관련 시설을 운영하고 있지만, 서울의 경우 1인당 많게는 260명을 관리해야 하는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꾸준히 만족할만한 수준의 치료를 받기 어렵다. 조현병 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선입견 탓에 환자 본인이나 가족 등이 질병을 숨기거나 방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모든 질병에는 치료하기 위한 골든타임이 있는데 그것을 놓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정신질환 진료 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중증정신질환 환자 중 지역사회 정신보건시설이나 재활기관에 치료를 하기 위해 등록한 환자의 비율은 2017년 기준 29.4%에 불과하다. 환자 10명 중 3명만이 제대로 치료를 받고 있다. 만약 조현병이 범죄의 원인이라면, 궁극적인 원인은 정신보건 의료시스템에서 찾아야한다. 환자를 치료하지 못한 사회 시스템을 점검해야지 치료를 받고 있는 선량한 99%의 환자를 혐오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조현병에 대한 선정보도가 계속된다면 조현병에 대한 낙인과 편견이 심해져 결국 환자나 그 가족이 치료보다는 질병을 덮어두게 된다. 그것은 오히려 조현병과 관련한 문제를 키우는 일이다. 환자를 품고 사회 속에서 같이 살아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다. 물론 피의자가 사회적 약자나 정신질환자라고 해도 범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다만 조현병이라는 정신질환과 범죄의 원인을 연결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접근하기보단 치료를 받지 않거나 중단된 환자가 없도록 의료체계를 다시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조현병은 모든 범죄의 원인이 아니며, 조현병 환자들은 잠재적 범죄자가 아니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낙인이 사회 안전을 위협하는 불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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