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고’. 자취하는 청년들이 자신들이 거주하는 지하, 옥탑방, 고시원을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이 말은 청년들의 주거환경이 얼마나 열악한 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들은 미래의 이 나라 주역인 2,30대들이다. 정부도 이들 청년을 위한 주거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이 주거문제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왜 그럴까? 현재 정부 정책의 실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평균 월세 53만원. 막막한 서울 살이

서울 마포구, 관악구, 서대문구에는 소규모 주거시설이 모여 있는 원룸촌이 많다. 이곳 원룸촌의 주요 고객은 다름 아닌 2,30대 젊은 청년들, 이들이 하는 일은 다양하지만, 이들 중 대부분은 타 지역에서 서울로 이주해와 서울 살이 하는 젊은이들이다.

마포구 동교동의 한 원룸에 거주하는 대학생 A씨(24세)는 “요즘에는 아르바이트도 안 구해지고 대학생활에 드는 돈이 너무 많이 드니깐 월세 내는 게 부담이다”며 “주변 또래 지인들 모두 50~60만원 가격대 원룸에서 지내고 있는데 학교를 다녀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무거운 심경을 토로했다.

온라인 기반 오프라인 서비스인 O2O(Online to Offline)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2018년 1월부터 12월까지 서울 지역 주요 대학가 전용면적 33㎡ 이하 원룸 등록매물 5천 건의 보증금을 1천만 원으로 일괄 조정해 분석한 결과, 평균 월세 가격은 54만원으로 나타났다. 이 주거비용마저 마련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결국 더 비좁고 열악한 고시원으로 가게 된다.

대학교 기숙사는 비용이 적어 부담이 적고, 주거 환경도 우수하지만 수용인원이 제한적이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2018년 10월 31일 발표한 ‘18년 10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에 따르면, 4년제 일반대학교 185곳의 평균 기숙사 수용률은 21.5%에 그쳤다. 2016년 20.0%, 2017년 20.9%에 비해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20% 초반이다. 정부차원에서 납부금 인상을 동결조치하면서 대학 재정이 어려워지자 입학정원에 제한을 받지 않는 외국인 학생 유치에 최근 대학들마다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런 정책의 일환으로 기숙사를 외국인 학생들에게 우선 제공하는 학교가 늘어나면서 그만큼 기숙사에 들어가기가 더 어려워졌다.

 

-정부의 “행복주택” 정책은 빛 좋은 개살구.
청년들의 열악한 주거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해 주고자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행복주택은 들어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그림의 떡일 뿐이다. 행복주택이란 지난 2012년 대선 박근혜 후보가 내걸었던 대표 공약이었다. 행복주택 정책은 2013년 4월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 대책’이 일환으로 대학생, 신혼부부, 사회초년생 등 젊은 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직장과 학교가 가까운 곳이나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곳에 건설하여 주변시세 보다 20∼40% 이상 저렴한 임대료로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 정책이다. 그동안 주거복지 혜택에서 소외되었던 젊은층에게 80%를, 나머지 20%는 노인층과 취약계층에게 공급하는 것을 골자로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실제로 행복주택에 입주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 당시 2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던 박근혜 정부는 당초 공약보다 25%나 적은 15만 가구 공급에 그쳤다. 지역 주민과의 마찰과 철도 부지에 대규모로 지어진 행복주택에 대한 안전성과 소음 등 추가적인 문제 때문에 주거지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행복주택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문제점들은 무엇일까? 3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입주 자격이 까다로웠다. 행복주택은 자신이 다니는 대학교의 인접지역의 행복주택에만 지원할 자격을 주었다. 그렇다 보니 만약 지방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소재 대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은 서울의 행복주택에 지원할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출신 대학교의 인접 지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양한 경우의 수를 생각하지 않고 세운 정책이었다. 인접지역 주택 선정 기준 때문에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은 행복주택에 지원조차 할 수 없었다. 탁상행정으로 만들어진 행복주택 정책은 결국 2-30대 젊은이들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정작 꼭 필요한 지방 출신 학생들을 돕지 못하는 결과를 야기했다.

자산과 소득 기준에 대한 입주조건도 타당하지 못했다. 대학생의 자산 기준은 본인 기준으로, 자동차 2,465만 원 이하, 부동산은 1억2천6백만 원 이하이다. 자산이란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경제적 가치가 되는 재산을 말한다. 또한, 소득 기준을 보면 본인과 부모의 합계 소득이 5백만 원을 초과하면 안된다. 예를들어, 부모님이 버는 월수입과 본인의 월수입을 합쳤을 때, 아버지가 3백만 원을 어머니가 1백50만 원을 벌고 입주 지원자인 대학생이 60만 원을 아르바이트 수입으로 얻게 될 경우, 가계 소득이 5백만 원을 초과하기 때문에 심사에서 탈락한다.

둘째, 경쟁률이 너무 높다. 가뜩이나 행복주택은 공급 자체가 그리 많지 않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9년 현재 수도권은 84곳에서 5만1천호, 지방은 68곳에서 3만7천호의 행복주택을 공급 하고 있다. 들어갈 문이 좁으니 경쟁률이 올라 갈수 밖에 없다. 공급을 더 높이면 된다지만, 지역주민들이 집값 하락을 걱정하여 행복주택을 거부하는 경우가 잦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 따르면 지난 2018년 7월 12일부터 18일까지 입주자를 모집한 서울 공릉 행복주택은 100가구 모집에 9,936명이 지원해 평균 99.4대 1의 경쟁률을 기록 했다. 그 중에서 대학생·청년용으로 2가구가 공급된 29㎡주택의 경쟁률은 545대 1에 달했다. 당첨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셈이다.

셋째, 경제적 부담이 문제이다. 행복주택과 관련하여 정부는 수도권에 있는 행복주택 전용 26㎡에 거주하려면 보증금 3천만 원 내외, 월 임대료 10만 원 수준, 지방은 보증금 2천만 원 내외, 월 임대료 1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홍보했었다.

그러나 현실은 정부 홍보와 딴판이었다. 서울 송파 헬리오시티 행복주택에서 입주하려면 청년들은 보증금 8천만원 내지 9천만원을 준비해야 한다. 월세만 30만원 내지 40만원이다. 여기에 관리비를 매달 15만~20만원 더 내야 한다. 신반포자이 행복주택은 보증금이 1억 내지 2억 원이고 월세가 40만원에서 70만원 수준이다.

이들 행복주택이 역세권이라는 입지조건과 주변 시세를 고려한다 해도 이러한 비용 부담은 주거 취약계층에게는 높은 벽이다. 비싼 월세에 관리비까지 더하면 굳이 행복주택을 선택해야 할 필요를 찾지 못한다는 이들이 많다. 실제로 2018년 2월에 올라온 행복주택 월세 관련한 국민청원에서는 월세 18만원에 관리비가 20만원 나와서 전에 살던 원룸보다 돈이 더 든다는 글이 올라왔고, 이에 대해 516명이 동의를 했다. 결국 월세 줄이러 행복주택에 들어갔다가 관리비로 불행주택이 되는 구조인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 방안은?

첫째, 정부는 주민들의 이해를 증진시켜 행복주택 공급량을 확대해야 한다. 행복주택 공급량을 늘리기 힘든 이유는 앞서 말했듯 해당 지역 주민들과의 마찰 때문이다. 그 예시로,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위치한 서울 과학기술대학교(과기대)의 상황을 들 수 있다. 과기대는 2018년 4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협력해 학교 내 사용하지 않는 부지에 150가구 규모의 ‘대학협력형 행복주택’을 짓기로 했다. 학교 측은 과기대 학생 50%, 인근 대학생 50%를 입주시킨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20개월째 첫 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노원구청이 주민 민원을 이유로 사업 협조에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2019년 1월 서울 노원구 공릉2동 주민센터에서 ‘대학협력형 행복주택 주민설명회’를 열었지만 학생들의 주거권 보장 호소와 주민들의 생존권 위협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정부는 지역 주민들의 이해를 도와 공급량을 확대해야한다. 협의체를 구성해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해결방법을 찾아야 한다. 다수를 대상으로 한 공청회나 설명회, 소수를 대상으로 한 토론 및 토의의 방법을 채용하여 협업을 해야 한다. 그리고 행복주택이 지역주민들에게 재산상의 피해를 주는 못마땅한 건축물이 아닌 지역을 새 단장할 수 있는 건축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행복주택단지 안에 문화공간이나 커뮤니티 공간 등을 확충시켜 모두의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도와 인식자체를 긍정적으로 만들 필요성이 있다.

둘째, 주택 취약계층의 눈높이에 맞춰 보증금과 월세를 낮추어야 한다. 행복주택은 주거복지를 목적으로 한 것이니 보증금과 월세를 지금보다는 낮춰야 한다. 대부분의 청년들은 지금의 행복주택 보증금을 감당해내기가 힘들다.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을 책정한다고 하더라도 시세 기준의 임대료 산정이 이뤄질 경우 민간임대시장이 통제되지 않는 이상 실질적 주거비 부담은 덜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애초에 계약금을 내야 실물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그 금액이 보증금의 20%다. 이마저도 대출을 받거나 자체적으로 마련할 수 없어 당첨이 되어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행복주택의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고로, 지금보다 임대보증금과 월세를 낮출 필요가 있다.

아일랜드의 소설가 오스카 와일드는 ‘젊은이는 별 이유 없이 웃지만 그것이야말로 그들의 가장 큰 매력이다.’라고 말했다. 지금 대한민국의 2-30세대들은 웃음보다는 근심이 더 크다. 가장 큰 문제는 단연 주거문제다. 정부에서 제시한 정책의 근본적인 취지를 확대하고 접근성을 높여 대한민국 청춘들이 모두 웃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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