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설치를 둘러싸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5월14일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안규백 더불어 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다. 발의 법안에는 CCTV를 활용해 의료사고에 대비하는 수술실 안전과 환자의 인권보호에 대한 내용, 무자격자 대리수술 근절 방안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공동 발의했던 의원 5명이 갑자기 발의를 철회했고 법안은 하루 만에 폐기됐다. 공동 발의자 철회로 인한 법안 접수 취소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법안 철회 의원들은 “보좌관이 잘못 서명했다”,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 등의 이유를 댔다. 그러나 이는 고질적인 ‘의료계 눈치 보기’이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는 수술실 CCTV 설치가 의사의 진료를 위축시키고 의료진과 환자 간의 신뢰를 무너뜨린다며 강하게 반대해 왔다. 이후 6일 만에 의원 15명이 공동발의자가 되어 재발의 한 상태이지만 국회 파행과 찬반 논쟁이 재격화되면서 법안 처리에 난항이 예상된다.

수술실 CCTV 설치 문제를 놓고 논쟁이 벌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회 입법 논의가 이루어진 것은 여러 차례였으나, 그때마다 의료계의 조직적 반대에 부딪혀 번번이 좌절됐었다. 그러나 최근 성형수술을 받던 중 과다출혈로 사망한 고 권대희씨 사건, 분당차병원 신생아 사망 은폐 의혹 등 일부 몰지각한 의사들의 잘못이라고 하지만 수술실 CCTV 설치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건들이 일어나면서 여론이 들끓자 급기야 국회 의제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분당차병원은 2016년 8월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난 신생아를 의료진이 바닥에 떨어뜨려 죽음에 이르게 했다. 그러나 병원 측은 수술 중 아이를 떨어뜨린 사실을 부모에게 숨기고 사망진단서에 사인을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기재했다. 출산 직후 소아청소년과에서 찍은 아이의 뇌 초음파 사진에 두개골 골절 및 출혈 흔적이 있었는데도 감춘 것이다.

수술실 CCTV 설치는 더 이상 의료계와 환자단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합당한 의견을 내고 우리의 가족들을 지켜야 할 때이다. 의사협회는 CCTV설치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대책을 마련하는 데 소극적이다. CCTV설치는 의사의 인권보호, 환자의 사생활 보호, 응급실과의 형평성 등 이해관계와 명분이 뒤엉킨 복잡한 문제이다.

그러나 전적으로 의사를 믿어야하는 환자의 요구와 이에 대해 의사가 동의하는 경우 CCTV를 촬영한다면 그래도 무리일까? 굳이 의사가 되면 지켜야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 가운데 ‘나는 환자의 건강을 가장 우선적으로 배려하겠다’는 구절을 소환하지 않더라도 의료계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수술실 CCTV 설치를 바라는 국민 여론이 높은 이때가 국회는 입법하기 가장 좋은 시기이다. 의사들은 자기들의 입장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의구심에 대해 정직하게 귀 기우리고 입법화를 위해 결단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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