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서울시 중구청은 대학생 쪽방 체험 프로그램인 ‘캠퍼스 밖 세상 알기-작은방 사람들과 마음 나누기' 사업 시행 계획을 발표했다. 쪽방촌에서 2박 3일간 지내며 주민들의 어려움과 고충을 공감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러한 가난 체험은 가난의 상품화라는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쪽방촌 사람들 대부분은 기초 생활 수급을 받는 사람들이며, 대학생들이 이를 잠시 체험한 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비난의 소리였다. 게다가 주민들은 쪽방촌 체험 프로그램이 주민들도 모르게 진행되었다며 크게 반발했다.

 

이에 대해 관할구청 관계자는 주민들을 불편하게 할 의도는 없었으며 좋은 취지로 준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프로그램은 대학생들이 하룻밤 정도 자고, 생활하며 어려운 사람들의 마음을 몸으로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며, 도시락 봉사, 도배 봉사 등의 도움은 주민들에게도 이로울 것이라는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쪽방 주민 300명 중 160여명은 체험관 건립 반대 서명서를 제출했고 결국 중구청은 이 사업을 철회했다.

 

이러한 사례는 이것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인천 괭이부리마을에서도 쪽방촌 체험 프로그램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취소된 적이 있다. 이를 두고 박동현 사회심리학 박사는 프로그램을 기획한 기획자들은 이것을 굉장히 휴머니즘적인 것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이는 결국 사회적인 강자가 사회적 약자를 바라보는 시선을 드러내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가난 체험뿐만 아니라 가난의 상품화는 관광지인 벽화 마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포토족들에게 이미 유행처럼 번진 쪽방촌 출사는 벽화 마을에서부터 시작되었으며, 가장 성공한 벽화 마을은 바로 통영 동피랑 벽화 마을이다. 2007년 통영의 시민단체와 전국 미대생이 낡은 담벼락을 벽화로 꾸미기 시작했고, 완성된 벽화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며 관광 명소가 되었다. 하지만 마을을 살리기 위해 그린 벽화를 찍기 위해 밤낮 할 것 없이 관광객들이 몰려들며 결국 주민들은 사생활에 큰 피해를 받게 되었다. 주민들의 피해에 비해 경제적 수익은 현저히 낮았고, 결국 벽화 마을은 주민들이 괴로워하는 예쁜 공짜 포토존이 되어버렸다.

 

이후 벽화 마을들이 계속해서 생겨났지만, 예쁜 가난함에 질린 사람들은 점점 더 리얼한 것을 원했다. 리얼함에 대한 욕구는 쪽방촌 출사로 이어졌다. 가난한 지역으로 출사를 가고, 가난 체험을 하면서까지 ‘리얼한’ 가난함을 원한 것을 과연 옳다고 볼 수 있을까? 누군가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상처 주면서까지 하는 가난 체험과 출사가 허용 되어야 하는 것일까? 봉사는 누군가에게 피해 주지 않고 도울 때 비로소 봉사라 할 수 있고, 체험은 몸이 아닌 마음으로 느낄 때 진정한 체험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가난은 결코 상품화 되어서는 안 된다. 누군가에게는 죽을 만큼 힘든 가난을 전시 하고, 즐기는 것 그 얼마나 오만한 행위인가.

 

윤유정 기자 wgin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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