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섭 정읍시장님께

안녕하세요. 시장님!

어느덧 내장산 초록단풍이 여름의 시작을 알립니다. 정읍은 매 계절이 바쁜 농번기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농사일로 어르신들은 바쁘게 종종 거리십니다. 저에게 정읍은 평온하고, 아늑한 고향이고, 생각만 해도 아련한 정취를 줍니다. 저는 정읍이 정말 좋습니다.

 

시장님,

제 부모님 모두 지난 20년간 택시 운전을 하며 넉넉하지는 않지만, 저희를 대학교육까지 시켜 왔습니다. 그러던 중 어머니는 천직으로 여기고 잡아 오셨던 운전대를 지난 해 7월 놓았습니다. 운전을 못하실 만큼 늙어서도 아니었고, 건강과 같은 개인적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제 어머니께서 운전대를 놓아야 했던 것은 택시 수입의 불안정함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시장님께서 정읍시민을 위해 펼치신 대중교통 정책은 택시 운전을 하며 생계를 꾸려야 하는 소시민에게 독이 되어 날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이 상황은 저의 집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입니다. 현재 정읍시에는 600대 남직의 택시가 운행 중입니다. 정읍에서 택시 운전으로 가계를 책임지고 있는 정읍 택시 기사들 모두가 겪고 있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시장님,

시장님께서는 버스요금단일제를 금년 2019년 1월 1일자로 시행하셨습니다. 성인은 단돈 1천원 청소년은 그 절반인 5백원이라는 저렴한 버스비만 내면 정읍시의 모든 곳을 편안하게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많은 정읍 시민들께는 이보다 환영할만한 정책을 없을 것입니다.

모든 정책이 그렇듯 어떤 정책이든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버스의 공영화 정책의 일환으로 시행되어 많은 시민을 만족시키는 시행된 버스요금단일제는 그렇지 않아도 저조한 승차 율로 겨우겨우 목숨만 유지하는 어려움을 겪어 오던 택시 운전사들의 마지막 숨통을 끊어버릴 맥을 짚어버렸습니다.

시장님,

시장님께서는 지방 행정이란 누구를 위해 시행하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시장님께서는 혹시 많은 주민을 행복하게 하여 당선에 유리하면 시행해도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어 공리주의에 입각해서 버스요금단일제를 채택하신 것은 아니겠지요. 저는 시장님께서 택시에 대한 배려를 준비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리주의의 관점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했던 존 롤즈는 국가 정책이란 시장경쟁에서 결코 생존할 수 없는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주민들과 더 밀착된 행정을 수행해야 하는 지방 정책과 행정은 국가 정책 입안시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판단됩니다.

 

시장님,

물론 버스요금단일제를 시행하시면서 택시업계에 불어 닥칠 이런 문제를 예측했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시장님께서는 택시업계를 엄습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촌복지택시제도를 계획했던 것을 보면 말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어떤 정책이든 시행하려면 그 정책이 몰고 올 결과에 대한 주도면밀한 분석과 대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막스 베버는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해야 하는 정치인에게 신념윤리도 중요하지만 그 정책이 야기할 결과에 책임지는 책임윤리도 중요하며, 신념윤리를 세우고 추진할 열정도 중요하지만, 냉정하게 신념이 가져올 결과에 대한 책임과 균형감을 갖고 고려할 수 있는 냉철함이 요구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시장님의 버스요금단일제는 어떠했습니까? 우리가 한 예를 들어 생각해봅시다.

 

시장님,

최저임금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4차 혁명시대에 나타나는 양질의 일자리 축소와 저임금화를 막고, 내수 경제를 살려 국가를 부강하게 만들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정책이었습니다. 사실 신자유주의 물결이 양극화를 극대화한 이 시대에 이와 같은 약자를 보호하는 정책 밖에는 별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어 시행한 정책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보수 언론들에 의하면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국가 경제를 망친 주범으로 매도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아십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 국민 앞에서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그것은 방향은 맞지만, 시행과정에서 디테일이 부족하셨다는 시인이었습니다.

시장님,

다시 정읍의 버스요금단일제 시행과 택시업계의 어려움을 생각해 봅시다. 600여 대의 택시들 중에서 농촌복지택시로 몇 대나 구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셨습니까? 만약 농촌복지택시로 선정되지 못한 택시들은 어떻게 생존해야 한다고 생각하셨습니까? 농촌복지택시 제도가 선정 조건을 두고 있다는 것은 모든 택시에게 혜택을 줄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시장님께서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소수의 택시에게만 혜택이 주어지는 땜질식 정책으로 택시 운전을 생업으로 해왔던 분들에게 대책이라고 내세우는 것은 몰염치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시장님,

만약 정읍시가 보유한 택시 대수가 많아서 시장 논리에 의해 자멸할 위기에 처했던 상황이었다 하더라도 목민관으로서 시장님께서는 사회적 약자로 전락한 이들의 생존을 위해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해야할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입니다.

그런데 정읍시의 택시업황이 이렇게 된 원인이 어디 있습니까? 지금의 정읍시 택시 운전자들이 생계의 위협을 받는 상황은 시장님께서 시행한 버스요금단인제가 그 원인이 아닙니까?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상황에서 근근이 생존해 오고 있는 택시 업계를 시장님께서 버스요금단일제를 시행하여 숨통을 끊어버리는 결과를 야기한 것이 아닙니까?

시민들의 박수를 받고 싶어 버스요금단일제 정책을 입안했던 것이라면, 이 정책으로 피해를 볼 택시 업계에 대한 충분한 배려가 우선되어야 했던 것이지요. 그것이 진정한 목민관의 자세가 아니겠습니까?

택시 기사들이 죽겠다고 아우성을 치니까 시장님께서는 우는 아이 달래기로 택시 기본요금을 2800원에서 3300원으로 올리는 정책을 지난 5월 1일 시행했습니다. 그런데 택시 기본요금 인상은 죽어가는 택시를 더 죽이는 결과를 야기했지요. 버스요금 단돈 1천원만 내면 정읍내의 어디든지 갈 수 있는데, 기본요금 3,300원에 거리에 따라 얼마로 더 나올지 모른 택시요금. 시장님께서는 과연 어떤 운송수단을 이용하실건가요?

 

시장님,

택시는 공영화 대상의 대중교통이 아니라 시 차원의 지원 정책을 시행할 수 없다고 변명하지는 마십시오. 택시가 시 차원에서 지원해야할 공영화 정책으로 지원할 대중교통은 아니지만, 택시 역시 정읍시에 없어서는 안 될 대중교통수단임은 분명합니다. 버스가 운영되지 않은 시간, 위급함에 대처할 유일한 교통수단이며, 관광 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정읍시에 택시의 중요성을 말하지 않아도 잘 알지 않겠습니까?

 

시장님,

시장님께서 시민들의 박수를 받기 위해서는 시장님께서 시행한 정책으로 눈물 흘리는 시민이 없어야 합니다. 이미 시행해 많은 정읍 시민들이 행복감을 느끼는 정책을 거두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택시에 종사하는 사람도 살고 그래서 정읍시민 전체가 행복한 정읍이 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시장님,

먼저, 택시 수요에 비해 현재의 택시 대수가 많다면 택시의 수를 줄일 수 있는 지원정책을 마련해주십시오. 예전에는 몇 명의 버스요금을 모으면 가까운 거리를 택시로 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버스요금단일제로 인해 버스 승객이 많아진 만큼 택시 수요는 줄어들었습니다. 택시 수요에 대한 주도면밀한 조사를 통해 여분의 택시 숫자를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다음은 택시에 대해 준공영제를 채택하시고 택시 요금의 일정 수준을 지원해 주는 정책을 입안하는 것입니다. 관광 도시인 정읍시의 특성상 평상시의 수요만을 고려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정읍 택시의 수입을 일정수준에서 유지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미터기에 기록된 수입의 일정부분을 보완해주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버스로 다니기 어려운 길은 택시를 운행, 시간별로 배차를 통해 요금을 지원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하거나 마을과 시내를 왕복하는 택시를 각 마을에 배차, 혹은 버스 정류장의 수를 줄이고 택시 승강장의 수를 늘려 택시 승강장에서 버스승강장까지 이동할 수 있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시장님,

마지막으로 당부 드립니다. 소수지만 택시업계 종사자와 그의 가족들도 정읍의 시민입니다. 시민들의 안전과 편안을 추구하심과 동시에 택시업계 종사자들의 근심 걱정을 함께 나눠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작권자 © 한국도시환경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