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후두둑 도둑 같은 비가 지나갔다.그것두 아주 잠시여서 누가 창문을 두드리나??하는 그런 정도로 짧게 소리내고 가버렸다.

 

그런데 잠시내린 비는 진한 향기를 남긴 것 같다. 약간 비릿하고 슥~~하고 바람을 불어대면 자동차 여행을 하다 갯마을에 닿아 창문을 열고 코를 킁킁 맡게 되는 그런 향기 말이다.

 

밤이라서 조용히 울리는 뒷집 텔레비젼 소리나 낮게 그르렁 대는 고양이 소리..그리고 아까 내린 비가 데려온 바람소리를 듣고 있다 보니 술 생각이 나게 된다. 누가 나보고 그런 술에 대한 성향이..아니 욕구는  알콜 중독증이라고 말하는 이가 있었는데 그것도 술먹는 자리에서 말이다. 술 맛 떨어지게..말이야

 

그럴때면 나는 말한다. 내 인생에 술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 고작 20년 남짓 남았는데(70살 이상되면 힘들지 않을까?) 약간 가벼운 중독으로 삶을 풍요롭게 즐길 수 있다면 그거야 말로 좋은게 술이 아닌가??하며 반문을 한다..이런 이야기 하는 이유는 술이 생각나면서 같이 드는 생각이 금주에 관한 생각이라..흡사 검사 앞에서 자신의 무죄를 변론하는 기분으로 나를 합리화 하려는것 때문이다.

 

나는 냉장고 와 음식을 보관하는 곳으로 자연스레 눈길이 가고 머리 속은 이미 술에 대한 결론을 내리고 선술집 메뉴판에서 어떤 안주를 고를지 고민하는 것 같은 고민을 머리 속으로 하면서 좀비처럼 몸을 먹이로 생각되는 대상을 향해 느릿느릿 움직인다. 늦은밤 집에 고양이들이 나의 동선을 따라 눈동자를 반짝이며 움직인다..야옹~~하면서 추임새를 넣어주고 냉장고를 열어 냉장고 불빛이 환할때 고양이의 눈동자가 작아지는 것을 보면서 누런 색깔의 맥주를 두개 꺼낸다 . 그리고는 안주 할만한 것들이 없나 하며 나머지를 스캔한다.

 

다들 잠을 자는 고요한 시간에 덜커덕 하며 큰소리를 내게되면 고양이보다 크며~~ 호랑이는 아니지만 나이들어가며 육식동물보다 더 무서운 와이프 사모님이 깨어나시게되면  나라를 팔아먹은 죄보다 더 큰 죄를 짓는 것이기에 조심조심 고양이보다 더 살그머니 움직인다.

 

그렇게 검은 밤의 파수꾼처럼 맥주를 먹는다. 텔레비젼 빛을 받아 번쩍이기도 하고 발그래 지기도 하면서  창문밖으로 고요 속에 소란한 소리들이 떠들어대고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들이 몇개의 혼런을 날릴 즈음에 캔맥주는 찌그러져 버려진다.

 

아~~모자라!!! 허기와 갈증을 메꾸려고 먹었지만 젠장 더 갈증이 나고 공복감이 더 해진다. 이건 흡사 흡혈귀가 된지 얼마되지 않은 신형 드라큐라로 갈증을 제어하지 못하는 짐승이 된것...어느덧 바지를 주섬주섬 입고 고양이 발을 하며 살금살금 도어락 문을 누른다. 띠리링~~~하며 천둥같은 소리가 나고 힘을주어 소리나지 않게 철문같은 집문을 열어 제낀다. 밤바람이 환영을 하는듯 들어오고 나는 감옥을 탈출한 탈옥수 마냥 집을 벗어난다. 털털 거리며 반바지 차림과 부시시한 얼굴...그리고는 의기 양양하게 폴짝되는게 방정맞은 옛날 TV드라마에 이방이라는 관원의 목소리 처럼 간사해 진다. 그렇게 찾아간 곳이 실내 포장 마차다. 집을 나오면서 챙겨온 지갑을 열어 본다. 아뿔사...15000원!!!

이거 원 낮에 장을 볼일이 있어 현찰을 몽땅 소진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빈지갑을 바라보는 심정이란.. 어쩔수 없다 "임전무퇴" 메뉴판을 분석하며 확고부동한 명령으로 주문을 한다

"여기 얼큰 우동하나에 오뎅고명 추가해 주시고 쐬주 1병 주세요“

 

우동이 6000원 오뎅고명사리가 3000원 쐬주가 4000원. 산수가 잘되는 나는 아주 똑똑한 것 같다. 이것은 순전히 내생각일 뿐이다. 좀 있으니 아들같은 종업원이 가져온 우동과 소주...거기에 소북하게 올라온 오뎅고명사리...소줏잔은 치워 버리고 스텐레스 물잔에 소주를 반 정도 따른다. 목마른 사슴이 물을 먹듯이 벌컥......크아~~~소주는 이맛이지. 그리고 한젓가락 크게 우동면발을 건져 입안으로 옮긴다. 이것은 마약이자 삶의 오아시스 ..단기간에 사라지는 유토피아다.

 

행복하다. 글루텐이 형성되어 쫄깃한 면발이 대통령과 지역 국회의원이나 다른 사람이 줄수 없는 행복을 준다. 짭쪼름한 국물에 오뎅을 적셔 먹으면서 다시 소주 한잔을 따른다. 미세먼지와 한주동안 목이터져라 외쳤던 돈벌이 자기주장, 나만의 외침으로 인한 목의 칼칼함을 조용히 부드럽게 갈아 주는 것 같다. 한잔을 더 마시며 뜨거운 국물을 먹으니..얼큰한 기운과 몸이 뜨끈해지고 뱃속 구불구불한 내 창자를 헤메이는 먼저가신 소주들이 효과를 발휘해 내기 시작한다.

 

그렇게 선단같은 우동과 이슬 한 병을 비워내었다. 우동그릇 바닥에는 고추가루만 덩그러니.

방전된 나의 몸에 초고속 충전기가 충전 한것 같다..올 때와는 다르게 가슴을 쭉 펴고 집으로 향하는 길. 짧은 나만의 행복을 금지된 약물처럼 맛보았다.

 

저작권자 © 한국도시환경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