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서는 길....조금만 나가면 접어드는 시장통이 보입니다. 비오는 날인데...부지런히도 몸을 움직이는 상인들....낮으막히 내려 앉은 멸치궁물내는 비린내가 비와 함께 떨어지네요...시골길 옆에 이맘때 길을 침범하는 호박 꼬다리가 꼬불하게 나오는 것을 모가지 비틀듯이 잘라내고...새색시 마냥 빗물을 뭍힌 이쁜 애호박두 땁니다.
 
어무이 머리에 수건을 질끈매고 무언갈 하싶니다. 그리곤 부지깽이 이리저리 휘둘르고 동네구경 갔던 빙구 똥개가 젖은 몸으로 처마 밑에 기어들어올때..
성냥불 치이익~~~ 아궁이 불을 떼기 시작하면 눅눅했던 집안이 일어서듯 보송해지고 나는 엎드려 처마밑 비를 구경하노라면 어느덧 밀가루 냄새와 구수한 콩가루 내음이 뭍은 칼국수가 나오곤 했네요
 
조그마하고 실내깽이같다던 막내인 나에게 장마철 즈음 기억입니다.
호박과 새빨간 고추가 선명한 칼국수를 앞에두면 그 맛이 눈으로 계엄군처럼 아무 저항 없이 들어옵니다.
간장 양념을 아부지 무덤에 술뿌리듯이 뿌리고 나면 한없이 훌훌 떠먹게 됩니다.
가끔 닭모이 먹다가 물먹고 하늘 보듯이 집어낸 겉절이 김치는 하얀 칼국수와 대조 되어 이쁘기 까지 했으니 말이죠....
 
그 투박한  양은 냄비같던 그릇이 비어갈때 즈음..올챙이 같던 내배가 생각 납니다.
꼬질 꼬질 코뭍은 소매에 입을 스윽 하고 닦고 나면 나의 어린시절은 마냥 좋았네요...줒춧돌에 튀어오른 개구리 잡이와 비냄새 맡고 기어나온 지렁이 잡아 뒷광에 있는 닭들 갖다 주고나면 난 일이 다끝났었습니다...
 
저기 지하철이 다와 가네요. 
우동집 아저씨가 아는 척 합니다. 어릴적부터 먹었던 그 맛이 내 혀바닥에 문신을 새겼나 봅니다.
미군식량지원이라는 글자가 큼지막했던 밀가루 푸대에 커다란 칼같던 홍두깨로 넓은 이불 펴듯이 밀가루 빈죽을 밀던 엄마 생각이 납니다.
 
나이 50에 아직 어린애 같은 내가 이리 말하고 나니 무슨 베트남 스키부대 이야기를 하는것 같습니다. 
 
지하철이 옵니다. 얼릉 올라 타야 겠네요...
오늘 .이날에 그날을 추억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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