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은 기분을 한없이 바닥으로 떨어뜨리고 인지기능도 떨어뜨리며 신체생리를 변화시킨다. 기분이 변하면 우울하거나 의욕이 사라지거나 불안하고 초조해지는 경우가 많다. 인지 능력이 약해지면서 비관적인 생각이 들고 자살 충동을 느끼거나 죄책감이 들기도 하고 망상이 들거나 여러 가지 인지 장애가 오기도 한다. 신체생리가 바뀌면서 수면 장애가 생기거나 식욕이 변하여 체중 변화도 오고 다른 여러 가지 신체 증상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우울증은 마치 감기처럼 누구나 걸릴 수 있다. 흔히 우울증의 요인을 환자의 나약함이나 의지 부족, 부정적인 사고 등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우울증은 단순히 나약함이나 의지 문제가 아니다. 우울증의 생물학적인 원인 중 하나로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감소를 들 수 있다.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신경이 예민해지고 날카로워지며,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기도 한다. 우울증을 의지 문제로 치부하여 가족으로부터 이해받지 못하거나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점점 더 심해져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 있으니 반드시 치료받기를 권한다.

대표적인 치료제는 시냅스(축삭과 주로 수상돌기 사이의 자극을 전달하는 공간)에서 세로토닌이 축삭(자극을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는 신경섬유)의 말단으로 재흡수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흡수되지 않은 세로토닌이 시냅스 내에 많이 남고, 이렇게 남은 세로토닌이 주로 수상돌기(자극을 받아들이는 신경섬유)로 계속 자극을 전달하여 신경흥분을 유지시키면 우울증이 없어지게 된다.

반면에 한의학에서는 우울증을 한의학적인 감별 진단을 통하여 치료한다. 기氣가 허해서 오는 기허증氣虛證이 많아 기를 보하는 보기補氣를 많이 한다. 이외에도 보혈補血, 보양補陽, 보음補陰, 보신補腎, 거어祛瘀(어혈 제거), 거담祛痰(담을 제거) 등 치료 방법이 다양하다.

K대표는 우울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우울증이 점점 심해지면서 3년 전부터는 아예 손을 놓고 있는 형편이다. 최근에는 약도 잘 듣지 않는 것 같고 몸도 많이 수척해져서 한약으로 치료하기 위해 부인이 모시고 왔다.

환자는 조금 큰 키에 마른편이고 잘 생긴 얼굴이었지만 검은 빛이 돌고 맑지 못했다. 눈에는 총기와 초점이 없고 집중력도 약해 진찰 자체를 귀찮아하는 표정이었다. 기분이 우울하고 의욕이 없고 수면 장애로 잠을 못 자니 늘 피곤할 수밖에 없었다. 예전에 비해 많이 둔해지고 무능력해지고 삶에 대한 애착도 없고 거의 정신을 놓고 살고 있다며 부인이 하소연했다. 최근에는 머리가 아프다며 하루 종일 누워 지내는 경우가 많아서 검사를 받았으나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고 한다.

K대표가 앓고 있는 우울증의 원인을 어떻게 보는가가 중요했다. 세로토닌을 생산하는 뇌세포를 비롯하여 많은 뇌세포가 경도인지장애처럼 활성이 떨어졌다고 보고 뇌세포의 재활 치료를 목표로 삼았다. 여기에 보기補氣와 보혈補血 그리고 거어祛瘀와 거담祛痰 치료를 겸했다.

치료를 시작한 지 한 달 후 진료를 받으러 다시 병원을 찾은 환자의 얼굴이 좋아보였다. 낯빛이 달라지고 표정도 밝아졌다. 약을 먹으면서 식욕이 살아나고 잠도 잘 자게 되니 활력이 회복된 것이다. 물론 우울한 기분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6개월 치료로 거의 회복이 되었지만 재발에 대한 불안감에 1년 정도 치료를 받았고, 치료 종료 후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재발되지 않고 잘 지내고 있다. 우울증 치료를 뇌세포의 재활 치료 방법으로 접근한 것이 주효했던 경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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