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라이즈
오피니언칼럼·기고
치매 명의 킴스패밀리의원 김철수 원장 컬럼 - 치매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
서재호 기자  |  mbtimkt@empal.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8.08.29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사람들이 알고 있는 치매에 대한 상식은 대부분 알츠하이머 알츠하이머 치매에 관한 것이다. 집을 찾지 못해 길을 잃거나 가까운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거나 사건이나 정보에 대한 기억력과 인지기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주된 증상이다. 대표적인 퇴행성 치매인 알츠하이머 치매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시작된다.

J여사는 79세에 집을 찾지 못하고 길을 잃고 헤매다 발견되어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을 받았다. 이후 다소 불안한 상태였지만 딸의 관심과 도우미의 도움으로 치매 약을 복용하면서 3년 넘게 독거생활을 지속해왔다. 83세가 될 무렵 도우미가 물건을 훔쳐간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도우미를 몇 차례 내보내고는 결국 도우미도 없이 온전히 혼자서 생활하게 되었다.

이후 얼마 동안 50대 중반의 딸이 자기 사업으로 바쁜 와중에도 자주 들러 밑반찬도 챙기고 집안 정리도 해드렸다. 도우미를 거부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시간 나는 대로 들르고 전화도 매일 수차례 하는데도 어느 날 갑자기 왜 전화도 하지 않고 오지도 않느냐며 역정을 냈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그 길로 어머니 댁에 가보니 집안의 화초가 모두 말라죽어 있고, 제대로 챙겨 드시지 않아 약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본성이 깔끔한 분이신데 여기저기에 쓰레기가 널려 있고, 챙겨다 드린 밑반찬도 냉장고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더 이상 혼자서는 생활이 불가능다고 판단되어 바로 모시고 왔다.

하지만 환경이 바뀌어서 그런지 잠을 못자는 날이 많았고, 어떤 날은 밤새 악몽에 시달리다 혀가 말라비틀어지고 숨이 넘어갈 듯하여 수액을 맞는 일도 여러 차례 있었다. 돈이 없어졌다며 밤새 찾을 때도 있고, 어떤 날은 소변을 실례하여 심하게 자책하는 듯 보일 때도 있었다. 이 무렵부터 중기 치매로 진행되고 있었던 셈이다.

병력을 확인해보니 76세 때부터 길눈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여 지하철을 잘못 탄 적이 많았고, 자꾸 기억을 깜빡깜빡하여 노인정 할머니들로부터 치매 아니냐는 놀림도 받았다고 한다. 바로 이 기간, 76세에서 79세 사이의 약 3년간은 기억이 떨어지면서 겉으로 나타나는 행동이 남의 눈에도 보이는 객관적 경도인지장애 기간에 해당된다.

아마도 70세 때부터 기억력을 비롯한 여러 가지 상태가 가파르게 나빠지면서 본인도 한 해 한 해가 다르다고 느끼기 시작했을 것이다. 이렇게 본인 스스로 한 해가 다르다고 느낀 약 6년 정도의 기간을 주관적 경도인지장애라 할 수 있다.

J여사의 치매 진행 과정을 순차적으로 정리하면 70세 이전은 ‘임상적 정상’으로 자각 증상이 없고 검사에도 별 문제가 나타나지 않는 기간이었으며, 이후 76세까지 약 6년간은 ‘주관적 경도인지장애’, 이후 79세까지 약 3년간은 ‘객관적 경도인지장애’의 기간이었고, 79세에 ‘치매’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치매는 오랜 세월에 걸쳐 조금씩 진행되어 드러난다.

치매는 아무 예고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병이 아니다. 예를 들어 65세에 치매가 시작되는 경우 무려 발병하기 20년 전인 40대 중반부터 뇌 속은 치매로 가는 변화가 시작된다. 베타아밀로이드라는 찌꺼기가 누적되면 대체로 5년쯤 지난 후 자극을 전달하는 신경섬유가 병들어가고, 약 5년이 더 지나면 신경섬유의 병이 깊어지면서 세포 소멸이 증가한다. 다시 5년쯤 지나면 사라진 뇌세포가 많아지면서 뇌의 기능 저하 증상들이 나타나는 경도인지장애가 되고, 약 5년에 걸쳐 이런 과정이 진행되면서 65세쯤 치매로 병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85세에 치매가 시작되는 경우는 이런 변화가 약 10년마다 진행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경도인지장애가 생기기 전에는 뇌의 여력으로 다른 휴면 세포가 기능을 대신하면서 뚜렷한 증상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건망증이 늘거나 머리가 항상 무겁고 잘 돌아가지 않는 느낌이 들거나 잠을 설치거나 감정이 무뎌지고 참을성이 줄거나 갑자기 성격이 바뀌었다면 검사 결과와 상관없이 치매 경고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다행히 J여사는 치료를 열심히 받아서인지 1~2년 정도 늦은 83세 무렵에 중기 치매로 진행되었다. 중기 치매부터는 기존 약의 효과가 떨어진 것으로 판단되어 양약을 중지하고 한약으로만 치료 중이며, 이후 4년이 흘러 87세가 된 지금까지 중기 치매 상태를 유지하며 잘 지내고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치료를 좀 더 일찍 시작하지 못한 것이다. 객관적 경도인지장애 때부터, 아니면 치매 진단을 받자마자 치료를 시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 저작권자 © 뉴스라이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서재호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지역뉴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주)공감채널 서울 강남구 논현로 133길 12, 202호(논현동)  |  제호 : 뉴스라이즈  |  대표전화 : 02-6092-5000  |  팩스 : 02-541-7178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서울, 아04152  |  발행일자 : 2010년 11월 26일  |  등록일자 : 2011년 2월21일  |  발행인 : 서재호  |  편집인 : 서재호
청소년보호책임자 : 서재호
Copyright © 2011 뉴스라이즈.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esk@newsris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