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이면 황사가 심하다. 최근에는 미세먼지 농도가 심해져서 실외 활동을 하기가 망설여질 때가 많다. 모처럼 등산을 가려던 50대 초반의 C원장은 날씨를 탓하며 결국 아내와 영화를 보기로 했다. 주로 폐쇄된 공간에 갇혀 하루 종일 환자를 봐야 하는 C원장은 일요일이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주로 아내의 가사 일을 도와주며 지낸다. 실내 체육관에서 매일 열심히 운동을 하고 공휴일에 가끔 등산을 가기는 하지만 바깥세상을 보는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햇볕에 노출되는 시간이 부족하여 비타민 D도 열심히 챙겨 먹는다. C원장뿐만 아니라 바쁘게 살아가는 이 시대의 많은 직장인들이 자연광에 노출되는 시간은 매우 부족하다.

 

자연광인 햇볕을 매일 적당하게 쬐면 여러 가지 이유로 건강에 좋다. 비타민 D가 충분하게 합성되어 골다공증이 예방되고, 흑색종이라는 악성피부암의 발병이 줄어들고, 밤에 졸리고 낮에 각성되는 일주기 리듬이 강화되어 수면의 질이 좋아지고, 일산화질소의 양을 변화시켜 혈관을 이완시키며, 심지어 치매를 예방해주는 효과도 있다.

비타민D 그 자체로는 인체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간과 콩팥을 거치면서 활성화돼야 하는데, 호주 퀸즐랜드대학 데릴 아일스 교수는 콩팥에서 비타민D 활성화를 조절하는 효소가 인간의 뇌 안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비타민D 수용체는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대뇌피질’, 감정을 담당하는 ‘변연계’에서 많이 발현된다. 또 도파민 뉴런(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을 합성해 방출하는 신경세포)이 많은 ‘흑질’이라는 뇌 부위에서도 많이 발현된다. 흑질, 도파민, 뉴런의 소실이 파킨슨병의 원인이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얘기다.

비타민 D는 흔히 알고 있는 골다공증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심혈관질환, 천식, 암, 당뇨, 고혈압 등을 예방하고 칼슘, 철, 마그네슘, 인, 아연과 같은 미네랄의 흡수를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햇볕을 쬐지 못하여 비타민 D가 10ng/ml 이하로 심하게 부족한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혈관 치매가 20배 가까이 증가한다는 통계가 있다. 이는 반대로 햇볕을 충분히 받으면 혈관 치매에 걸릴 확률이 감소한다는 것을 뜻한다.

햇빛을 적게 받으면 고약한 흑색종이라는 피부암이 잘 생기고, 너무 심하게 받으면 비색소종피부암이 증가한다. 따라서 햇빛을 너무 적게 받거나 너무 많이 받고 사는 것은 좋지 않다. 햇빛을 많이 받아 생기는 비흑색종피부암 환자에게서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률은 보통 사람의 5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결과를 볼 때 충분히 자연광을 쬐면서 살면 특히 혈관 치매가 잘 예방되고 알츠하이머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낮 동안 자연광을 충분히 받으면 뇌 속의 시각교차상핵이 자극되어 일주기 리듬이 강화되는데, 이로 인해 야간 불면이 사라지고 주간 졸림 현상도 나타나지 않게 된다. 일주기 리듬이 깨져서 정상 수면 리듬을 가지지 못하거나 오랫동안 불면으로 고생하면 뇌가 약해지고 치매가 되기 쉽다. 불면이 심해지거나 주간 졸림 현상이나 일몰 증상이 나타나는 등 수면 주기가 나빠지거나 기억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약에 의존하기보다는 오히려 일광욕을 열심히 하는 것이 좋다. 햇볕을 충분히 쬐면 피부와 혈액 속에 일산화질소량을 변화시켜 혈압이 떨어지므로 심장질환이 예방되고 더 나아가 뇌졸중의 위험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혈관 치매가 예방된다.

O원장은 햇빛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비타민 D를 보충하는 지금의 생활 패턴을 바꾸지 않으면 골다공증을 예방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심혈관 질환과 혈관 치매를 비롯한 알츠하이머 치매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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