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화를 참으면 병이 된다.”고 말한다. 화를 쌓아두지 말고 발산해야 건강에 좋다고 한다. 그러나 습관적이고 반복적인 분노는 오히려 심혈관과 뇌에 나쁜 영향을 주어 우리 몸을 파괴한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B대표는 성격이 급하고 불같이 화끈하다. 일에 있어서도 도전 정신이 강하고 한 번 시작한 일은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끝장을 보는 편이다. 그가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처럼 적극적이고 전투적인 성격 탓에 빠른 업무 추진력과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을 갖추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그와 가까운 지인들은 그에게 성질 좀 죽이라는 조언을 많이 한다. 특히나 아랫사람이나 아내에게 화를 참지 못하고 버럭 대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B대표의 화를 받아내는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B대표는 골프를 치던 도중에 갑자기 가슴이 아파와 응급실에 실려 갔다. 심장의 관상동맥이 세 군데나 막혀 있어 스텐트 삽입 시술을 받았다. 다행히 경동맥과 추체동맥과 뇌동맥에는 뚜렷하게 좁아진 곳은 없었다. 혈압이 높고 고지혈증이 있어 그에 대한 약과 혈전 예방약을 처방받아 잘 복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화를 잘 낸다.

현재 뇌의 비교적 큰 동맥에는 좁아진 부분이 없다 하여도 작은 동맥에 죽상동맥경화증이 진행되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검사에 잘 나타나지 않는다. 약을 먹으면서 치료한다고 해도 화내는 습관을 없애지 않으면 심혈관 질환이 계속 진행되면서 심장에 스텐트를 삽입해야 하는 곳이 늘어나거나 뇌의 작은 동맥에 무증상 경색이 반복되면서 머리가 빨리 나빠질 수 있다.

연구에 의하면 심혈관 질환을 가진 사람이 화를 심하게 폭발시키면 두 시간 내에 심장마비나 뇌졸중이 오는 경우도 있다. 화를 자주 폭발시키는 사람에게서 심근경색이나 관상동맥 질환이 약 다섯 배, 뇌졸중이 세 배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를 내면 혈압이 올라가고 맥박이 빨라지고 혈관의 저항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반면 화를 내지 못하고 오랫동안 참아 만성적인 정신적 스트레스로 작용하여 불안증, 우울증, 적개심이 생긴 경우에도 심장 질환이 증가한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이 있는데, 웃으면 머리도 좋아지고 뇌도 건강해진다. 실제로 복이 오는 것이다. 얼마 전 K대표는 본인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사진 속의 험상 굳은 표정의 남자가 자신의 모습임을 알아보는데도 꽤 시간이 걸렸다. 얼굴 표정이 나쁘다고, 표정 관리 좀 하라고 하루에도 여러 차례 잔소리하던 아내가 참다못해 핸드폰으로 남편의 얼굴을 찍어 보여주었던 것이다.

“인상 좀 펴요!”

K대표는 표정을 관리하라는 아내의 요구에 오히려 더 인상을 쓴다. 원래는 넉넉하고 인상 좋은 아저씨였는데 어느 때부터인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50대 후반 즈음부터 아내가 기분 나쁜 소리를 하거나 조금만 언성을 높여도 금방 화를 내고 즉각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자신의 표정을 볼 수 없으니 얼마나 찡그린 인상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나이 들면 남녀 모두 화가 많아지지만 여성은 와일드해져서 화를 폭발하는 경우가 많고 남성은 참아야 되는 경우가 많아 화를 못내는 대신 자연히 얼굴 표정이 일그러진다. 이런 경험이 많고 오랫동안 쌓이면 그대로 굳어져서 인상이 나빠지는 것이다.

잘 웃으면 머리가 좋아지고 웃지 않으면 머리가 나빠진다. 반대로 화를 내면 머리가 나빠지고, 거꾸로 머리가 나빠져도 화를 잘 낸다. 결국 ‘일소일소 일노일노一笑一少 一怒一老’인 셈이다. 웃으면 똑똑해 보이지만 인상을 쓰고 있으면 웃을 때 발산되는 기氣가 나오지 않아 눈빛이 살아 있지 못하다. 눈빛이 살고 기, 즉 에너지가 넘치면 뇌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잘 돌아가는 상태가 된다. 뇌가 잘 돌아가면 당연히 머리가 좋아지고 뇌가 천천히 늙는다.

또한 잘 웃으면 에너지가 풍부해지고 힘이 솟아나 잡다한 불안이나 공포를 떨칠 수 있으며, 우울증이 줄어들고 행복감이 커진다. 웃는 순간에는 호흡이 커지면서 혈류 순환이 증가되기 때문에 자주 웃으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줄어들어 혈당이 떨어지고 심혈관 질환이 예방되면서 혈류 순환이 잘 유지된다. 이런 이유로 뇌세포에 스트레스가 덜 가게 되고 뇌세포의 건강이 오래 유지되면서 머리가 나빠지는 속도가 늦춰진다.

하지만 화를 내거나 반대로 화를 너무 참아도 뇌 건강에 좋지 않다. 화를 내거나 참을 때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하고, 혈당이 올라가고, 고지혈증이 생기고, 심혈관 질환과 뇌혈류 순환에 문제가 생기고 뇌세포가 고달파진다.

화를 내는 데에는 편도체와 변연계와 전두엽의 신피질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화의 시작으로 기분이 나빠지는 것은 전두엽의 ‘이기 중추(Me Center)’가 강한 것과 관련이 많다. ‘나’가 강하면 감정적 자극에 쉽게 기분이 상하지만 ‘나’를 내려놓으면 쉽게 자극으로 작용하지 못하므로 기분이 나빠지지 않고 화가 잘 생기지 않는다.

K대표는 자신의 얼굴 표정에 책임을 져야 한다. 본인의 뇌 건강을 위해서라도 부단한 노력으로 ‘나’를 내려놓고 많이 웃어야 한다. 웃음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뇌를 천천히 늙게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화를 스스로 다스려야 하지만 먹거리도 화에 영향을 끼친다. 육류, 기름진 음식, 술, 담배, 통조림, 햄, 가공식품, 인스턴트식품은 줄여야 한다. 반대로 싱싱한 채소나 과일은 좋다. 죽엽차, 연잎차, 솔잎차, 녹차, 버섯류도 도움이 된다. 화를 줄이는 데는 쌀밥보다 잡곡밥이 좋고, 소고기나 닭고기보다는 돼지고기가 좋고, 등푸른 생선보다는 흰살 생선이 맞으며, 된장찌개보다는 김치찌개가, 매운 음식보다는 쓴 음식이 좋다.

이처럼 우리가 어떻게 생활하고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뇌의 상태가 달라질 수 있고, 건강하고 똘똘하게 노후를 보내며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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